싱가포르의 대표 중고차 온라인 플랫폼 캐로(Carro)가 6천만 달러(약 807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라운드는 일본 정부계 국부펀드인 쿨 재팬 펀드(Cool Japan Fund)가 주도했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캐로는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자동차,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①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 측은 “일본 PHEV의 시장 침투율을 단기간 내 유의미하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캐로는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7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Aaron Tan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곧 호주 진출과 함께 이중 상장(dual listing)을 추진할 것”
이라고 전했다.
IPO 추진 상황
로이터가 2024년 8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캐로는 기업가치 30억 달러 이상을 목표로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이다. 성사될 경우 이는 2017년 Sea(구 가레나)의 9억 8,930만 달러 데뷔 이후 미국 시장에서 가장 큰 동남아 기업공개(IPO)가 된다.
또한 캐로는 상장 시 싱가포르발 자동차 기술·커머스 스타트업 최초로 미국 증시에 입성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투자자 구성과 사업 모델
캐로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Temasek),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과 같은 굵직한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 성장해 왔다. 플랫폼 이용자는 디지털 방식으로 차량 매매, 보험, 할부·리스, 애프터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연간 거래 대수는 12만 대를 상회했고, 총거래대금(GMV)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쿨 재팬 펀드는 문화·소비재·테크를 아우르는 일본 민관 합작 사모펀드다. 목표는 “일본 제품·서비스의 해외 수요 확대를 통해 자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번 거래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성사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란?
①PHEV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모두 탑재해, 배터리 충전을 전기로도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를 뜻한다. 도심 주행 시 배출가스 제로(Zero-Emission) 운행이 가능하며, 장거리 주행 때는 휘발유 엔진이 가동돼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을 최소화한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이 기술에서 오랜 기간 경험과 특허를 보유해 왔다.
시장·산업적 의미에 대한 기자 견해
이번 투자 유치는 중고차 플랫폼이라는 ‘네트워크 기반 비즈니스’가 하드웨어(자동차) 판촉의 실질적 채널로 변모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동남아는 전통적으로 일본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시장이지만, 최근 중국산 전기차(EV)가 가성비를 무기로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그 속에서 PHEV를 전면에 내세운 캐로-쿨 재팬 동맹은 “배터리·인프라 대비 비용 효율”이라는 차별 화두로 중국 세력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싱가포르 회사가 일본 펀드 자금을 기반으로 호주·미국이라는 선진 자본시장에 도전한다는 점은 글로벌 남반구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호 연동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투자 · 상장 · 사업 확장이라는 삼각 전략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2026년까지 동남아 PHEV 보급률을 1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캐로의 내부 목표 달성 여부다. 둘째, 호주 시장 진출과 이중 상장이 구체화될 경우, 기업가치가 기존 30억 달러에서 얼마나 상향 조정될지가 관심사다. 셋째, 캐로 모델이 온라인 차량 거래 플랫폼의 새로운 수익화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여부다.
시장 전문가들은 “데이터 기반 잔존가 예측 알고리즘이 캐로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방대한 중고차 거래 데이터 확보가 결국 보험·금융·부품 업계와의 교차 판매(Cross-Selling)를 촉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