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공공주택 시장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주택개발청(Housing & Development Board·HDB)이 공급한 아파트 가운데 100만 싱가포르달러(S$) 이상에 거래된 이른바 ‘백만 달러 플랫’이 2분기 들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민간 부동산 데이터업체 오렌지티 그룹(OrangeTee Group)은 올해 2분기(4~6월) 동안 415건의 고가 공공주택 거래가 성사돼 전년 동기 대비 75.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1분기 348건을 뛰어넘는 수치로, 상반기 누적 실적만으로도 2024년 연간 총거래의 75% 수준에 도달했다.
싱가포르 인구의 80%가 거주하는 HDB 아파트는 가격 안정성이 정책 핵심 과제로 꼽힌다. 공공주택의 합리적 분양·매매 가격은 생활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부 기조와 맞물려 있어, 이번 고가 거래 증가는 정치·경제적 의미가 적지 않다.
오렌지티 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분기 최고가는 122㎡(약 40평) 규모 아파트로, 1,658,888 S$(미화 약 129만 달러)에 팔렸다. 이는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류블루(Rublo)·비스타(Vista) 등 신흥 고급단지 확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①
전체 HDB 리세일(resale) 가격은 정부 집계 기준 전 분기 대비 0.9% 상승했다. 21분기 연속 상승세지만, 2020년 2분기 코로나19 초기 국면 이후 가장 완만한 오름폭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오렌지티 애널리스트들은 “견조한 경기 펀더멘털과 금리 하락이 맞물리며 연말까지 4.0~5.5% 범위의 연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4년 연간 기록인 1,035건을 넘어설 가능성을 시사한다.
왜 ‘백만 달러 플랫’이 늘어나는가?
싱가포르의 HDB 아파트는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정부가 토지 및 건설비를 보조하는 구조다. 그러나 도심지 희소성, 호화 리노베이션, 그리고 재개발 기대감이 얽히며 인기 단지의 프리미엄이 빠르게 붙고 있다. ‘백만 달러 플랫’은 공공주택이면서도 사설 콘도미니엄 못지않은 가격을 뜻한다.
차입 규제·금리 인하 효과
정부는 2024년 대출한도 강화를 통해 과열을 억제하려 했으나, 기준금리 하향으로 월 상환 부담이 낮아지면서 도리어 고가 거래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②
싱가포르 재무부는 전일(12일) GDP 성장률 전망을 1.5~2.5%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상반기 예상 밖 선전과 미국 관세 이슈 완화가 반영된 결과다. 거시경제 개선 기대가 주택 소비 심리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환율 변동과 투자 매력
8월 13일 기준 1달러=1.2827 S$로, 달러 약세·싱가포르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되면 해외 투자자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달러 표시 자산 대비 환차익을 노리는 자금이 안정적 실물자산인 HDB 리세일 시장으로 향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시장 전망
다수 현지 중개업체는 신규 분양 물량 증가와 정부의 추가 규제 여부가 향후 가격 경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2025년 총선을 앞두고 ‘주택 안정화’는 핵심 공약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팁: HDB 리세일 거래 시, 잔여 임대기간(리스홀드)이 60년 이상 남아 있어야 금융권 대출이 원활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중개수수료(커미션), 납입 유틸리티·관리비 등 부대비용을 합산하면 실구매가격이 3~5% 추가 상승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추가 대출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정책 스탠스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①해당 단지 이름은 현지 부동산업계에서 통용되는 비공식 명칭으로, 정부 공식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②싱가포르의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글로벌 금리 사이클 변화에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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