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국내 금리를 직접 조정하기보다 통화의 실효환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다른 주요 경제권들이 주로 정책금리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싱가포르 통화청인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MAS)는 싱가포르 달러 명목 실효환율(S$NEER)의 정책 밴드(path)를 설정·관리함으로써 대(對)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강·약세를 유도한다.
2026년 1월 2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기자 Xinghui Kok의 취재기반 설명에서 MAS는 S$NEER의 정책 밴드 경로를 설정하여 환율의 집합적 움직임을 관리한다고 전했다. 이 보도는 싱가포르의 통화정책 운영 방식과 그 배경, 정책 수단의 구성 요소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왜 싱가포르는 환율 중심 정책을 사용하는가
싱가포르는 규모가 작은 개방형 경제로, 수출·수입 규모가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3배를 넘어선다. 기사에는 상품·서비스의 총수출과 총수입이 GDP의 3배 이상이며, 국내에서 소비되는 싱가포르 달러 1달러당 거의 40센트가 수입에 지출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외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환율 변동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국내 금리 변화보다 크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달러가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 수입재와 서비스의 가격이 하락해 가계가 부담하는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된다. 반대로 통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환율을 정책도구로 삼는 것은 물가안정과 대외충격 흡수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다.
S$NEER(싱가포르 달러 명목 실효환율)란 무엇인가
S$NEER는 싱가포르 달러의 무역가중 환율지수로, 섬나라의 주요 교역국 통화들에 대해 가중평균한 환율 수준을 지수화한 것이다. 중앙은행은 이를 통해 특정 통화와의 일대일 변화가 아니라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들의 집합적 움직임에 대한 평가를 활용한다. MAS는 이 지수가 싱가포르 국내 일반 물가수준에 더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다.
정책 밴드(policy band)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MAS는 환율의 정확한 수준을 실시간으로 고정하거나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 대신 S$NEER는 중앙은행이 공개하지 않는 정책 밴드 내에서 상하로 움직이도록 허용된다. 만약 S$NEER가 이 밴드를 벗어나면 MAS는 싱가포르 달러를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방식으로 개입한다. 이는 시장의 단기 과잉 변동을 억제하고 목표 경로로의 복귀를 유도하는 수단이다.
이 정책 밴드는 세 가지 주요 파라미터로 구성된다: 경사(slope), 수준(level 또는 midpoint), 폭(width). MAS는 이들 파라미터를 조정함으로써 통화의 중·단기 흐름을 관리한다. 기사에 따르면 2024년 이전에는 이 파라미터들이 최소 연 2회(보통 4월과 10월)에 검토되었으며, 필요시 추가 검토(오프사이클 결정)도 이루어졌다. 실제로 2022년 고(高)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두 차례의 오프사이클 조정이 발생했다. 2024년부터는 중앙은행이 정책 발표를 분기마다 실시하기 시작해 경제전망에 대한 보다 시기적절한 평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각 파라미터의 역할
경사(slope)를 조정하면 싱가포르 달러가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빠르게 강세 또는 약세를 보일 것인지의 속도가 영향을 받는다. 이는 점진적·지속적 조정을 통해 물가 경로와 수출입 가격의 변화를 관리하는 데 유용하다.
수준(level, midpoint)을 이동시키면 S$NEER가 즉시 강세 또는 약세로 재설정될 수 있어, 경기침체와 같은 급격한 경기충격에 대응하는 보다 단도직입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즉, 중대한 경기사태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은 밴드의 가운데값을 이동시켜 통화의 실질가치를 빠르게 조정할 수 있다.
폭(width)을 넓히면 S$NEER의 변동성을 더 크게 허용함으로써 시장의 자율적 조정을 인정한다. 반대로 폭을 좁히면 환율 변동성을 억제해 가격안정성 달성에 집중할 수 있다.
핵심 요약: MAS는 S$NEER의 경사·수준·폭을 조정하여 환율의 추세와 변동성을 관리하고, 필요시 외환시장 개입으로 밴드 이탈을 바로잡는다.
용어 설명 및 보충(독자 이해 제고)
명목 실효환율(NEER)은 특정 통화의 대다수 교역상대국 통화에 대한 가중평균 환율 지수이다. 무역가중이라는 점은 교역비중이 큰 국가의 통화 변화가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정책 밴드는 중앙은행이 공개하지 않는 허용 범위로, 밴드 안에서의 등락은 시장 기능에 맡기지만 밴드 이탈 시 중앙은행이 개입한다. 경사는 밴드의 기울기로 시간에 따른 추세를 의미하며, 중간값(level)은 밴드의 중심 위치, 폭은 상·하한 사이의 간격을 뜻한다.
향후 경제·물가에 미칠 영향과 정책적 함의
환율을 정책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수입물가를 통해 물가 수준을 상대적으로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 충격이나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외부요인이 물가를 압박할 때 MAS는 S$NEER의 상향 경사 조정 또는 중간값 상향 이동을 통해 통화 강세를 유도함으로써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통화 강세는 수출경쟁력 약화와 기업 수익성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성장 측면에서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존재한다.
반대로 S$NEER의 폭을 넓히거나 중간값을 하향 조정하면 단기적으로 물가압력은 높아질 수 있으나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은 회복된다. 이러한 선택은 MAS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대응할지, 성장·고용 리스크를 더 중시할지에 따라 달라진다. 2022년의 오프사이클 조치처럼 극단적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보다 빈번하고 공격적인 환율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사적 사례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국가들과 비교할 때, 싱가포르의 방식은 환율을 통한 수입물가 통제와 외부충격에 대한 빠른 구조적 적응을 가능하게 하나, 반대 급부로 국제자본유입·유출의 변동성, 수출경쟁력 변동 등 별도의 리스크 관리를 필요로 한다. 향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면 MAS는 밴드의 폭을 넓혀 시장 자율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물가상승세가 재점화하면 보다 빈번한 오프사이클 조정이나 밴드의 중간값 상향을 통해 통화 강세 유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결론
요약하면, 싱가포르의 통화정책은 국내 금리보다 환율을 주요 수단으로 삼아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 물가와 경기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독특한 형태다. MAS는 S$NEER의 정책 밴드를 통해 시장에 일정한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시장이 밴드를 이탈할 경우 외환시장 개입으로 목표를 지키는 방식으로 정책을 운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수입물가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직접 통제하는 데 유리하나, 수출경쟁력과 성장, 국제자본흐름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2022년의 오프사이클 조정과 2024년 이후의 분기별 정책 발표 전환은 MAS가 외부 충격과 경제전망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에 있어 점진적 조정과 시의적절한 소통을 병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취재: Xinghui Kok, 로이터 통신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