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게재일: 2025-08-07
Ⅰ. 서론 — “Made in America or Pay 100% Tariff”
2025년 8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밖에서 생산한 모든 반도체‧칩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했다. 다만 미국 내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착공·착수 서약을 한 기업은 관세를 면제한다고 못 박았다. 방대한 투자 예산(보조금·세액공제)과 함께 ‘채찍’(고율 관세)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은, 단순 보호무역 조치 이상의 구조적 변곡점을 예고한다.
본 칼럼은 △정책 세부 내용, △반도체 생태계별 영향(설계, 파운드리, 소재·장비, 후공정, 시스템 업체), △미국 제조 르네상스 확산 경로, △동맹국‧경쟁국 대응, △자본시장 파급 및 투자 전략까지 10년 시계를 놓고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Ⅱ. 정책 해부 — ‘100% 관세’ 조항과 예외 규정
항목 | 주요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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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법률 |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무역법 301조(불공정 관행), 대통령 행정명령 |
관세율 | Ad Valorem 100% (CIF, FOB 불문) 적용 시점: 행정명령 공포 후 30일 경과 |
대상 품목 | HS 8542(반도체 디바이스)·HS 8473(조립·테스트 장치)·서브파츠 일체 |
면제 요건 | ① 미국 내 생산시설 가동(양산) ② 착공 공시 및 주·연방 허가 완료 ③ 36개월 내 시험 가동 서약 |
검증 절차 | 상무부·관세국경보호청(CBP)·연방조달청(GSA) 합동 실사 |
관세율 100%는 사실상 ‘수입 금지’에 준한다. 25% 관세였던 미·중 무역 분쟁(2018년) 당시에도 공급망이 뒤집혔음을 상기하면, 이번 조치는 전 세계 반도체 체인을 강제 재편(re‐shoring & friend-shoring)할 촉발점이 될 공산이 크다.
Ⅲ. 밸류체인별 장기 파급 효과
1) 설계(팹리스) : IP 분할과 공동개발 ↑
- 단기(1~2년) : 애플·Nvidia·AMD 등 미국 본사 팹리스는 관세 리스크를 피하지만, 중국·대만·유럽 설계사는 美 고객 납품 시 원가 급등. 공동 설계·라이선스 아웃 증가 예상.
- 중장기(3~10년) : 핵심 IP가 ‘ITAR(무기수출통제규정)’처럼 국가안보 품목으로 편입될 가능성. 설계 자산의 디지털 국경이 형성되며 Geo-IP 구획화 심화.
2) 파운드리(제조) : CAPEX 슈퍼사이클 개막
TSMC·삼성전자·Intel·GlobalFoundries·Microchip 등은 이미 애리조나·텍사스·오하이오에 누적 2,600억 달러 이상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100% 관세는 투자 IRR 불확실성을 오히려 상쇄해 ‘미국 EUV(극자외선) 허브’ 구축을 가속한다.
ASML, KLA, Lam Research, Applied Materials 등 장비기업에는 10년 수주 파이프라인이 확보되는 반면, 중국향 수출은 추가 제한이 불가피하다.
3) 소재·부품 : 美 현지 클러스터 형성
실리콘 웨이퍼(글로벌웨이퍼스), 포토레지스트(DuPont, TOK US plant), 고순도 케미칼(Entegris) 등은 미국 공장 증설을 서두를 전망이다. 반대로 한국·일본 소재社는 로컬라이제이션을 위해 미국 JV 설립 필요.
4) 후공정(OSAT) : 패키징 르네상스
삼성·Intel이 3D 고대역폭메모리(HBM)·Advanced Packaging(FO-WLP, CoWoS) 라인을 미국 내 구축 시, Amkor·ASE·SPIL 등은 텍사스·뉴멕시코 패키징 캠퍼스를 검토 중. 이는 칩렛(chiplet) 아키텍처 도입 촉진→생산 모델 분화.
5) 시스템 업체 : BOM 원가 재계산
완성품(스마트폰·PC·자동차·서버) 제조사는 미국산 칩 사용 시 원가 10~18% 상승 예상. 그러나 IRA·CHIPS Act Tax Credit(25%)로 상당 부분 상쇄 가능. 결과적으로 TCO(총비용) 관점에서 미국 생산이 맥가이버식(만능) 해결책이 아님을 의미.
Ⅳ. 글로벌 대응 시나리오
1. 중국 — ‘내순환’ 가속·제2의 SMIC 45nm 공세
- 정책 : 국가반도체기금(대펀드) 3기 5,000억 위안 추가, 장쑤·허베이·충칭에 성급 자금 유입.
- 리스크 : 미·EU 장비 제재로 기술 고도화 지연. 대신 성숙공정(40~65nm) 수요 집중 및 가격 덤핑.
2. 유럽 — ‘치포(C-HIP 4)’ 확장·보조금 매칭
EU Chips Act(430억 유로) 보조금 상향, 대만·한국 기업 유치 레이스 심화. 그러나 전력·물류·인건비 부담으로 양산 속도 제한.
3. 한국‧대만 — ‘바이·포 아메리카’ 대응 전략
- TSMC GAA 1.6nm 공정은 여전히 대만 본토 집중. 그러나 디자인 라이브러리·R&D는 산호세·오스틴으로 이전 확대.
-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Fab 4 라인에 250억 달러 추가 검토. 대신 평택 · 용인 캠퍼스는 메모리 집중.
Ⅴ. 미국 제조 르네상스, 가능한가? — 경제·노동·환경 3대 과제
1) 인력 : ‘실리콘 스킬스 갭’
반도체 엔지니어·테크니션 수요(2024~2030년) 30만 명 ↑, 대학 졸업생 공급 8만 명 수준. TSMC Arizona는 “공정 엔지니어 70%를 타이완에서 파견” 계획. 이는 일자리 창출 정치 논리와 충돌.
2) 전력·용수 : ESG 규제 병목
1개 EUV Fab 전력 수요는 400MW, 이는 25만 가구 전력과 동일. 미국 서남부 전력망 취약→재생·원전 투자 병행 필요. 물 재활용 레이트 85% 달성 의무화도 추진.
3) 비용 : CAPEX 지연과 ROIC 괴리
미국 Fab CAPEX는 아시아 대비 30~40% 추가. ‘투자 크레딧 25% + 주정부 인센티브’로 실질 격차 10% 내로 축소 예상. 그러나 금리 5%대 지속 시 정책 보조금 할인율 효과 감소.
Ⅵ. 자본시장·투자 전략 — 3단계 포트폴리오 점검
- 1단계 (2025~2026) : 장비·소재 슈퍼사이클 베팅
– ASML·LAM Research·Applied Materials·Entegris·Edwards Vacuum - 2단계 (2027~2029) : 패키징·검사 확대 및 칩렛 생태계
– Amkor·ASE·Teradyne·FormFactor - 3단계 (2030 이후) : 국산화된 AI SoC Beneficiary
– AWS Custom Silicon(Graviton, Trainium) 협력사, Apple Silicon 파트너, Tesla Dojo 서드파티
리스크 관리는 정책 변동성·환율·원자재(구리·희토류) 가격 세 축에 집중. 개별 종목 대신 SOX ETF, 장비·소재 소형주 바스켓 활용 권고.
Ⅶ. 결론 — “100% 관세, 게임 체인저인가? 스테로이드인가?”
100% 관세는 종전에 없던 강도다. 이는 미국을 세계 반도체 패권의 ‘제3축’으로 재부상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공급망 블록화를 가속해 글로벌 기술 분절(Tech Decoupling) 리스크도 키운다. 엔지니어·전력·환경·비용 등 난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만큼, ‘Made in USA’ 패러다임이 성공하려면 연방·주정부·민간의 유연한 조정·혁신 인센티브·인재 생태계 구축이 필수다.
투자자는 장기 성장 스토리와 단기 변동성을 구분해야 한다. 본 칼럼은 “관세 쇼크 이후 10년” 구조적 기회를 제시했다. 향후 정책 세부안과 동맹국 대응이 발표되는 향후 3~6개월이 프레임워크 설정의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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