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이크로 컴퓨터(NASDAQ: SMCI) 주가가 2025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 직후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1년 전 대비 25% 이상 하락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50%가량 오른 상태다.
2025년 8월 1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 회사는 지난 1년 동안 실적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며 변동성이 극심한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1월 59억~60억 달러로 낮춘 1분기 매출 전망을 시작으로, 올해 2월·5월·8월에도 각각 2·3·4분기 예상치를 줄줄이 하향했다.
이번 4분기 실적 역시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57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지만, LSE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컨센서스(58억9,0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는 자사 가이던스 하단(56억~64억 달러)에 가까운 수준이다.
1. 매출 예측 실패와 수익성(총이익률) 압박
슈퍼마이크로는 지난해 6월 분기부터 총이익률(Gross Margin)이 급격히 악화됐다. 1년 전 17%였던 총이익률이 11.3%로 추락했으며, 회사 측은 “신규 설계 수주 확보를 위한 가격 인하”를 원인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수익성 회복은 지연되며 이번 4분기에는 9.5%까지 추가 하락했다. 전 분기(9.6%)와 전년 동기(10.2%) 모두 밑도는 수치다.
회사는 이번엔 GPU 플랫폼 전환(엔비디아 ‘호퍼(Hopper)’ → ‘블랙웰(Blackwell)’ 전환) 과정에서 구형 플랫폼 가격 경쟁이 심화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낮은 총이익률은 매출을 실제 이익으로 전환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다.
“장기적으로 총이익률을 15~16% 수준까지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다.” — 슈퍼마이크로 경영진
이를 위해 회사는 완전한 데이터센터 솔루션과 엔터프라이즈·IoT·통신 등 고마진 시장 비중 확대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2026 회계연도 1분기 총이익률 전망은 4분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단기간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2. EPS 급락과 향후 전망
총이익률 하락은 결국 실적 전반에 타격을 줬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41달러로 전년 대비 24% 급감했으며, 컨센서스(0.44달러)도 하회했다. 2026 회계연도 1분기 가이던스 역시 매출 60억~70억 달러 범위로 시장 눈높이(66억 달러)를 포괄했으나, EPS 전망치(0.40~0.52달러)는 애널리스트 예상치(0.59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2026 회계연도 전체 매출을 최소 330억 달러로 제시하며 연간 50% 성장을 자신했다. 엔터프라이즈 고객 확대, 신제품 출시, 모듈형 ‘DCBBS(Data Center Building Block Solutions)’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1분기 전망치를 감안할 때, 매출 인식은 하반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3. 밸류에이션과 ‘저가 매수 기회’ 논란
현재 주가는 2026 회계연도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 16배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합리적 가격처럼 보이나, 낮은 진입장벽(로우 모트)·박한 마진 구조를 고려하면 AI 반도체 기업처럼 높은 프리미엄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① 회사의 매출 가이던스 신뢰도, ② 총이익률 개선 속도 두 가지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전자가 다시 꺾이거나 후자가 지연될 경우, 현재 주가마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회사가 목표치를 달성하고 수익성을 회복한다면, 주가 반등 여력은 충분하다.
4. 핵심 용어 해설
※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대규모 병렬 연산이 가능한 프로세서로, 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이다. 신제품 출시 주기마다 서버 업체는 새로운 플랫폼을 채택해야 하므로 가격 변동이 심해진다.
※ 총이익률(Gross Margin)은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금액을 매출로 나눈 비율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비용 효율성이 크고, 낮을수록 가격 경쟁 심화·원가 부담을 의미한다.
※ 선행 P/E는 향후 12개월 예상 순이익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성장주 투자 판단의 핵심 잣대다.
5. 기자 관전평
슈퍼마이크로는 폭발적 매출 성장 스토리와 달리, 수익성·예측력 측면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했다. ‘매출 성장률 > 마진 안정성’이라는 공식을 뒤집지 못하면, 저평가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결국 투자자에게 남은 질문은 ‘낮은 마진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가’이며, 그 해답은 2026 회계연도 하반기 실적에서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