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 앞둔 AMD 주가 과열 우려…애널리스트 “기대가 현실을 앞질렀다”

[주식/반도체] 미국 반도체 설계사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의 주가가 최근 3개월 동안 약 80% 급등하면서, 기초 체력(펀더멘털)을 넘어선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월가 독립 리서치 업체 Lynx Equity Strategies는 AMD가 2분기 실적을 공개하기 직전 내놓은 메모에서 “주가 상승 속도가 실적과 현금흐름 개선 속도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Lynx의 수석 애널리스트 케이시 라지쿠마르(KC Rajkumar)는 “지난 분기 이후 AMD 주가가 약 3개월 만에 80% 올랐다”며 “이 안에는 여러 가정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① MI350·MI355 GPU(그래픽처리장치) 및 차세대 MI400X GPU, ②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 수주 확대 등의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AMD GPU▲ AMD의 데이터센터용 GPU 라인업 가상 이미지

그러나 그는 “우리는 AMD가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AWS가 없으면 AMD는 사실상 메타(구 페이스북) 한 곳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주가를 떠받칠 핵심 고객 기반이 충분히 다변화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투자자들은 아직 2024년 내 MI350·MI355 GPU가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채택됐다는 실증적 신호를 목격하지 못했다.” — KC Rajkumar, Lynx Equity Strategies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취합한 결과, 일부 증권사는 2025년 AMD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Lynx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낙관론”이라며 경계했다.

특히 월가에서는 AMD의 주당순이익(EPS)을 2027년 7.50~8.00달러로 예측하고, 적정 주가를 200달러 수준으로 제시하는 리포트가 급증했다. Lynx는 이를 두고 “‘AI 붐’(인공지능 수혜)에 편승한 하이프(hype)가 반영된 수치”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AMD가 수출 규제로 중단했던 MI308 GPU의 중국행 선적을 재개한 부분도 시장이 주목하고 있지만, Rajkumar는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이 엔비디아(Nvidia) 제품처럼 AMD 제품에도 동일한 수입 제한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측면에서 Lynx는 “2026년 예상 EPS 6달러에 25배 배수를 적용하면 주가는 150달러선까지 조정될 위험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현재(보도 시점) 주가 대비 두 자릿수 하락 여지를 시사한다.

Rajkumar는 보고서 말미에 “AMD 주가는 이미 수년치 고성장 스토리를 선반영했으며, 지나치게 앞서 달렸다”고 결론지었다.


배경·용어 해설

1)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메타·AWS·구글 클라우드처럼 전 세계에 수백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용하며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초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AI 학습·추론용 GPU를 대량 구매해 데이터센터에 투입하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 매출 추정치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2) GPU와 MI 시리즈
GPU는 일반 CPU보다 병렬연산에 특화돼 있어 AI 모델 학습·추론, 고해상도 그래픽 처리 등에 쓰인다. AMD는 데이터센터용 GPU 제품군을 ‘MI’(Instinct)로 명명한다. MI350·MI355·MI400X 등은 엔비디아 ‘H100/H200’ 시리즈와 경쟁한다.

3) 밸류에이션 배수(멀티플)
주가를 EPS 등 이익 지표로 나눈 값으로, 기업 가치가 이익 대비 얼마나 고평가·저평가됐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Lynx는 25배 배수를 적용해 150달러 목표가를 제시했다.


전문가 시각 및 추가 분석

이번 보고서는 ‘AI GPU 패권 경쟁’이라는 거시적 흐름 속에서 AMD의 시장확대 기대감실질 수주·매출 가시성보다 앞서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디어 및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 대항마’라는 수식어와 함께 AMD 주가를 추종·추격매수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왔다.

그러나 하이퍼스케일러의 CapEx(설비투자)가 경기·규제 변수에 민감하다는 점, AI 파운드리 공급망 제약으로 인한 생산량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 수요 전망이 단기간에 꺾일 위험도 있다. 라지쿠마르가 AWS 계약 실체를 의심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중국 수출 제한이다. 미국 상무부는 2024년 말부터 고성능 AI 칩의 대중 판매를 추가 제한했고, 중국 규제 당국도 이에 상응한 세부 지침을 속속 내놓고 있다. Lynx는 “중국향 매출은 아직 미미하나, 향후 성장 스토리에 포함됐다가 제거될 경우 컨센서스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종합하면, AMD 주가 랠리는 ① AI 생태계 확장, ② 엔비디아 독점 견제, ③ 빅테크 클라우드 투자 확대라는 3대 기대 심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다만 Lynx 보고서는 “실적 추정치 상향이 실물 지표로 입증되지 않는 한 상승 탄력은 제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본 보고서는 의미가 있다. 한국 증시에서도 AI 서버·GPU 관련주가 동반 급등해 왔는데, 대형 고객사 계약 실체와 공급망 위험을 점검하지 않으면 차익실현 매물에 노출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투자 판단을 위한 참고용 정보이며,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종 의사결정은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