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 앞둔 인텔, 리프 부 탄 CEO의 파운드리 전환 전략 주목

미국 반도체 거인 인텔(Intel)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 수장 리프 부 탄(Lip Bu Tan)파운드리(위탁 생산) 전환 전략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목요일 실적 발표에서 6분기 연속 순손실5분기 연속 매출 감소라는 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LSEG(구 리피니티브) 집계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4년 4~6월 매출은 전년 대비 7% 이상 줄어든 119억 2,000만 달러로, 순손실은 약 12억 5,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텔은 한때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지난 수년간 전략적 판단 착오로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줘 왔다. Nvidia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로 치고 나갔고, AMD는 인텔의 전통 강세 분야인 PC·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했다.


14A vs 18A: 차세대 공정 놓고 전면 재검토

리프 부 탄 CEO는 기존 최고경영자였던 팻 겔싱어(Pat Gelsinger)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개발하던 18A(1.8나노미터급) 공정보다 한 단계 앞선 14A(1.4나노미터급) 공정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14A 전환은 대만 TSMC의 첨단 공정과 정면 승부를 겨냥한 카드다. 그러나 대규모 연구·설비 투자에 들어갔던 18A 자산을 대폭 감손(손상차손) 처리할 경우 수백만~수십억 달러 규모의 회계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우려 요인이다.

Stifel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14A 전략에 대한 장기적 청사진이 그 어떤 수치 지표보다 무게를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인텔은 1986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다비드 진스너(David Zinsner)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월 컨퍼런스에서 “파운드리 부문이 2027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려면 외부 고객으로부터 연간 ‘한 자릿수 중후반(수십억 달러)’ 매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란 무엇인가?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설계 회사로부터 공정을 위탁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전문 제조 공장을 뜻한다.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파운드리부문이 대표적이다. 인텔은 그동안 자체 설계·생산 일체형(IDM) 모델을 고수해 왔으나, 생산 능력을 외부 고객에게 개방해 ‘제2의 TSMC’가 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비핵심 자산 정리·인력 구조조정 가속

탄 CEO는 올해 3월 취임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월에는 알테라(Altera) 프로그래머블 로직 사업부 지분 51%를 44억 6,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네트워크 사업(NEX)과 엣지 컴퓨팅 사업부 매각 또는 분할 역시 거론된다. 이러한 ‘슬림화’ 과정은 관리 직급 축소글로벌 인력 감축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

주가 측면에서 인텔은 올해 들어 16% 상승하며 반도체 종합지수(PHLX) 상승률 13.23%를 앞섰다. 그러나 AI 붐에 올라탄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무역 불확실성·수요 둔화가 드리운 그림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확대된 미·중 무역 갈등은 고관세 우려를 키우며 정보기술(IT) 고객사의 발주 시점을 앞당기거나 지연시켰다. 개인용 컴퓨터 부문 2분기 매출은 72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2% 감소할 전망이다.

한편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는 23일(현지시간) 부진한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시간외 거래에서 11% 급락했다. 장비 공급사 ASML,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도 관세 리스크를 이유로 실적 가시성이 낮아졌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호재로는 데이터센터·서버용 전통 CPU 수요 회복이 꼽힌다. 인텔 핵심 데이터센터 및 AI 그룹(DCG) 매출은 20% 증가한 36억 6,000만 달러가 예상된다. 이는 2023년 수 차례 ‘재고 조정’ 영향으로 부진했던 서버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전망과 관전 포인트

이번 실적 발표에서 투자자들은
14A 공정 로드맵·투자 규모 조정 폭
파운드리 손익분기점(BEP) 달성 시점 수정 여부
추가 자산 매각·인력 구조조정 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18A 관련 자산 손상차손이 대규모로 반영될 경우, 회계상 순손실 폭은 더 커질 수 있지만 미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일정 부분 용인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월가의 시각이다.

결국 외부 고객 확보가 관건이다. 인텔이 애플, 엔비디아, 퀄컴 같은 ‘대형 설계사’를 14A 공정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면 파운드리 손익 구조가 급격히 개선될 수 있다. 반대로 고객사 확보에 실패할 경우 2027년 BEP 달성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