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관세·부진한 경제지표 여파로 뉴욕 증시 급락

뉴욕 증시가 8월 첫 거래 주간을 급락으로 마감했다. 1일(현지시간) S&P500지수는 전일 대비 1.60% 하락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23% 밀려 5주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1.96% 떨어지며 2주 내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같은 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9월물 E-mini S&P500 선물은 1.67%, 9월물 E-mini 나스닥 선물은 2.03% 각각 급락했다. *E-mini 선물이란? 정규 지수선물 계약(스탠더드) 대비 규모를 5분의 1로 줄여 개인 투자자도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2025년 8월 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투자심리는 관세 확대와 부진한 미국의 고용·제조업 지표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빠르게 악화됐다. 특히 S&P500과 나스닥100은 2주 만에 각각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다우지수 역시 5주 저점을 갱신했다.

S&P500 차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발표가 먼저 시장을 흔들었다. 그는 7월 31일 밤 전 세계 모든 국가에 10%의 관세 하한선을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미국과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에는 최소 15% 이상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캐나다산 일부 품목에 대해서도 관세율을 25%에서 35%로 올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관세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15.2%까지 치솟는다고 추산했다.

경제지표도 충격을 보탰다. 7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7만3,000명 증가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10만4,000명)를 크게 밑돌았다. 6월 고용도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미국 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7월 ISM 제조업지수는 48.0으로 전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해 9개월 만에 가장 큰 위축 폭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 위축·고용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반면 미 국채 수익률은 급락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4.20%까지 떨어지며 한 달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지표 발표 전 40%에서 93%로 급등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

지정학적 리스크도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의 ‘도발적 발언’에 대응해 핵추진 잠수함 두 척을 ‘적절한 지역’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히며 미·러 긴장이 고조됐다.

종목별로는 아마존닷컴이 8% 넘게 급락해 나스닥 하락세를 주도했다. 회사가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55억~205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중간값(180억 달러)이 월가 컨센서스(194억2,000만 달러)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반도체주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마벨테크놀로지(-6%), 마이크론(-4%)을 포함해 엔비디아·AMD·인텔 등이 2% 이상 밀렸다.

실적 시즌도 변수다. 이번 주는 S&P500 편입 기업 38%가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슈퍼위크’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 기준, 2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55% 기업 중 약 82%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고 있으며, 전체 S&P500의 2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4.5%로 집계돼 시즌 전 예상치(2.8%)를 상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별 기업 쇼크는 이어졌다. 플루어는 2분기 조정 EPS가 0.43달러(컨센서스 0.56달러)에 그친 데다 연간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27% 폭락했다. 이스트만케미컬(-19%), 코인베이스(-16%), WW그레인저(-10%)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편 낙폭 과대주·내수주 중 일부는 반등했다. 10년물 금리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담이 완화되자 DR호튼(+5%), 레너·펄티그룹(+3% 이상), 톨브러더스(+2% 이상) 등 주택건설주가 강세를 보였다. 모놀리식파워시스템(+10%), 킴벌리-클라크(+4%), 레즈메드(+2%) 등도 실적 호조에 상승했다.

연방준비은행(Fed) 인사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애틀랜타 연은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물가가 고용보다 목표와의 괴리가 더 크다”며 2025년 금리 인하 전망치를 상향할 준비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 연은 베스 해머크 총재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건강해 보이지만 오늘 수치는 ‘실망스러운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유럽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3개월 만의 최저치로 2.90% 급락했으며,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639%까지 떨어졌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0.37%,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0.66% 하락했다.

국제 채권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완화되며 국채 가격이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은 4주 최저치인 2.316%로 내려갔다. 유럽중앙은행(ECB) 금리선물은 9월 11일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14% 반영 중이다.

다우지수

전문가 해설: 향후 증시는 관세·경제지표·연준 정책이라는 ‘세 갈래 변수’의 힘겨루기 속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경기 침체와 통화 완화 사이의 균형이다. 만약 고용·제조업 지표 부진이 지속되면서 실제로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완화 기대가 반등을 이끌 수 있지만 실물 경기 회복 신호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약한 반등, 강한 하락’ 패턴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투자자 유의사항: 관세 정책은 불확실성이 크고, 주가 급락 국면에서는 유동성이 위축되기 쉬우므로 개인 투자자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현금 비중 확대를 병행하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