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그룹은 인공지능(AI)과 연관된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지만, 오히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비둘기파적 여지(dovish opening)’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둘기파적 여지는 금리 인하나 완화적 통화정책에 우호적인 해석을 뜻한다.
2026년 5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이 이번 주 초 공개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는 일부 정책결정자들이 소프트웨어 업종의 가격 상승이 근원물가(core inflation)를 끌어올렸다고 언급한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들은 해당 부문의 가격 상승이 “미래의 전체 인플레이션을 잘 예측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록은 “일부 참석자들은 최근 정보기술 업종의 가격 상승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중 몇몇은 소프트웨어 부문의 가격 상승이 근원물가 상승에 의미 있게 기여하고 있지만, 그 부문의 가격 상승이 향후 전체 인플레이션의 좋은 예측 지표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시티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4월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했고, 근원 PCE는 3.2% 상승했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는 2%다. 여기서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를 뜻하며, 근원 PCE는 소비자들의 실제 지출 구조를 더 넓게 반영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4월에 나타난 (근원 CPI와 PCE 간) 괴리의 큰 부분은 메모리 가격 급등에 기인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 상승은 최근까지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근원 CPI의 세부 항목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액세서리(Computer Software and Accessories)’에 나타난다. 이 지수는 지난 25년 대부분 기간 하락했지만, 현재는 전년 대비 13.9% 상승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관련 가격 상승은 인공지능 확산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022년 말 이후 AI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고, 기술 업계는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 이 같은 공급 제약은 AI 인프라 확충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반도체 업체와 대형 기술기업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그럼에도 AI 관련 투자 흐름은 올해 가파른 랠리를 이어가며 월가의 주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반도체 업황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18거래일 연속 상승해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AI 거래는 미국 증시가 중동에서 워싱턴과 이란 사이의 장기화된 갈등과,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대 확대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향해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AI 관련 종목과 반도체주는 성장 기대와 이익 전망을 동시에 반영하며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 심리를 지탱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티 애널리스트들은 또 “주식 가격은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Portfolio Management Fees)’를 통해 근원 PCE에 비교적 직접적으로 반영되며, AI와 연계된 주가 급등 역시 PCE 인플레이션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는 자산운용 서비스 비용을 의미하며, 자산가격 상승이 물가 지표에 간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경로로 거론된다.
이들은 이러한 흐름이 워시 연준 의장 또는 다른 연준 인사들에게 “비둘기파적 여지”를 제공한다고도 평가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이사는 금요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취임식에서 중앙은행 신임 의장으로 선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직 연준 이사였던 워시를 직접 발탁한 가운데, 워시는 금리 인하를 거듭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맞물려 중책을 맡게 됐다. 그러나 중동 갈등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시티는 “메모리 가격 상승은 일반적인 소비자 물가 상승이 아니라, 사업 수요로 인해 공급이 부족해진 좁게 정의된 상품의 상대가격 상승”이라며 “AI 관련 가격 급등으로 왜곡된 물가 지표는 미래 인플레이션의 좋은 신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 의사록의 발언 배경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에서는 AI 관련 수요가 반도체와 메모리 가격을 얼마나 더 밀어올릴지, 그리고 이로 인해 근원 CPI와 근원 PCE의 괴리가 얼마나 이어질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만약 특정 기술 품목의 가격 상승이 지속되더라도 연준이 이를 구조적 인플레이션보다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가격 왜곡으로 판단할 경우, 통화정책 경로에는 보다 신중한 해석이 뒤따를 수 있다. 반면 에너지 가격과 서비스 물가까지 함께 오를 경우에는 AI발 물가 압력이 더 넓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AI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는 Global X Artificial Intelligence & Technology ETF, iShares Future Exponential Technologies ETF, Global X Robotics & Artificial Intelligence ETF가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