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선물·옵션 시장에 ‘3년 내 최고치’라는 기록이 새겨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시티그룹(Citigroup)의 크리스 몬태구(Chris Montagu) 전략가팀은 지난주 성장주에 대한 ‘강력한 매수 진입’이 포지션을 밀어올리며 지수 상승 베팅이 극도로 편향된(one-sided) 상태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신규 자금 유입과 숏 커버링(공매도 청산)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나스닥100 지수1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은 3년 만의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시티에 따르면 이번 급증은 바로 전주까지 관측됐던 ‘모멘텀 피로감’을 되돌리며 시장 정서를 급격히 바꿔놓았다.
포지셔닝 지수 5.0 ‘만점’…수익 실현 압력도 커져
시티 전략가들은
“나스닥 포지셔닝이 지난해 12월 고점을 뛰어넘었고, 현재는 일방적인 매수 우위 상태”
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장기·단기 롱 포지션의 평균 미실현 수익률은 4.4%에 이르러, 차익 실현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시티가 산출하는 ‘포지셔닝 스코어’ 역시 나스닥은 5.0(만점)을 기록한 반면, S&P500은 3.1에 그쳐 열기가 상대적으로 완화된 상태다.
용어 간단 해설
• 숏 커버링(short covering)은 이미 공매도한 투자자가 현물·선물을 다시 매수해 포지션을 청산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규모 숏 커버링이 발생하면 매수 주문이 집중돼 지수 상승을 가속화하는 특징이 있다. • 포지셔닝 스코어는 시티가 자체 산출하는 지표로, 0은 중립, 5는 강력 매수 우위를 의미한다.
소형주엔 ‘차익 실현’…러셀2000서 자금 이탈
S&P500 포지션도 완만하게 증가했지만, 투자자들은 성장주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떨어지는 러셀2000 소형주 지수에서는 포지션을 축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공매도와 기존 롱 포지션 청산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러셀2000에 대한 ‘마진널 디리스크(marginal de-risk)’가 진행 중이다. 시티는 “소형주가 올 들어 상대적 강세를 보였고, 실적 시즌을 앞두고 거시 불확실성이 겹쳐 투자자들이 일부 차익을 실현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스타일 팩터: 성장·모멘텀 압도적
시티의 스타일 팩터 모니터에서도 성장(Growth)과 가격 모멘텀(Momentum)이 지난주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전략가들은 “미국 주식 전략팀 역시 이번 실적 시즌이 소형주의 추가 상승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은 ‘관망’…아시아는 ‘팽팽’
미국 외 지역에서는 분위기가 한층 차분했다. DAX(독일), FTSE100(영국)에 대한 포지셔닝은 대체로 중립이었고, 유로스톡스50 및 유럽은행주에는 약한 매수 우위가 나타났다. 다만 전체 총 포지션 규모(gross positioning)는 subdued 상태로, 단기 P&L(손익) 변동 폭도 제한적이라고 시티는 전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중국 A50과 KOSPI 지수에 대한 매수 포지션이 여전히 높았다. 그러나 중국 A50의 경우 강세 포지션이 일부 완화되며, 과거 쌓였던 숏 포지션은 손실 구간에 머물고 있다. 반면 KOSPI는 “깊게 확장된(deeply extended)” 상태로, 몬태구 전략가는
“예상치 못한 부정적 촉매가 나타날 경우 비대칭적 하방 압력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전문가 시각: ‘수익률 추구와 위험’의 줄타기
본 기자가 취재·분석한 결과, 지금과 같은 일방적 포지셔닝은 ‘TINA(There Is No Alternative) 환경’ 하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돼 왔다. 장기 금리가 안정되자 성장주(특히 대형 기술주)로의 쏠림이 재점화됐지만, 동시에 수익 실현 리스크도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4% 안팎의 짧은 조정만으로도 시장 베팅이 급격히 청산된 사례가 다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헷지(hedge)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나스닥·S&P500·러셀2000 간 ‘온도 차’ 주목
특히 S&P500은 대형주 비중이 높아 나스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도 밸류에이션 완충 장치가 어느 정도 작동한다. 반면 러셀2000은 경기 민감주가 많아 연준의 통화 정책·실적 가이던스에 훨씬 취약하다. 투자자들은 포지셔닝 스코어의 격차를 통해 지수 간 상대 강도(rel strength)를 가늠하며, 향후 섹터 로테이션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론 및 전망
요약하자면, 성장주 매수세의 급증이 나스닥 포지션을 3년 만에 정점으로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4%가 넘는 평균 미실현 수익이 쌓이며 차익 실현·변동성 확대 위험도 불가피하게 높아졌다. 유럽·아시아의 포지셔닝 추세는 미국과 온도 차를 보이며, 특히 KOSPI는 ‘하방 비대칭성’ 리스크가 강조됐다. 향후 미국 실적 시즌과 주요 거시 지표 발표가 포지션 재배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 나스닥100 지수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가 집중 편입된 주가 지수로, 기술·커뮤니케이션·소비재 성장주의 대표적 벤치마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