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고 매각 절차 동결로 장기 전략 혼선 지속…투자·재무 결정 제약

휴스턴(로이터) ─ 미국 정유사 시트고 페트롤리엄(Citgo Petroleum)이 모회사 매각 절차가 수개월째 사실상 정지된 가운데 투자 및 재무 관련 핵심 결정을 내리지 못해 장기적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6년 2월 1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델라웨어 법원은 지난해 말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Elliott Investment Management)의 계열사인 앰버 에너지(Amber Energy)가 제출한 $5.9억 달러 규모의 인수안을 승인하고 매각 명령을 내렸으나, 이 거래는 미 재무부의 추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아직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법원 명령에 따르면 거래는 베네수엘라의 채무불이행과 국유화(징발·expropriation)에 따른 채권자 보상을 목적으로 진행된 복잡한 경매 절차의 결과다. 그러나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관리국(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OFAC)은 시트고에 대한 채권자 보호 조치를 2026년 3월 20일까지 연장했다. 법원의 매각 조건상 OFAC의 연장 이유는 명시되지 않았고, 승인 기한도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시트고는 미국 내 정유사 중 일곱 번째 규모로 분류되며, 이번 매각은 베네수엘라 외화자산의 핵심인 시트고를 둘러싼 소유권과 통제권 문제를 재부각시켰다. 이달 초 정치적 전환이 일어났다는 배경과, 미국이 지난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제거했다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시트고의 소유·관리 주체를 둘러싼 논쟁이 새로이 부상했다.


OFAC와 매각 제한의 의미

관계자들은 OFAC가 매각을 승인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기 전까지 시트고는 매각 가격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업 변경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소유권 변경 금지, 신규 차입 금지, 대규모 투자·인수·분사 금지 등이 포함된다. 이같은 제약은 정유 시설의 확장, 대규모 설비 보수(정비·turnaround) 또는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전략적 채용 등을 사실상 제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트고 이사회는 일상적 경영은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베네수엘라산 원유 구매를 승인했다. 다만 이사회가 승인하지 않은 주요 인사 영입, 자회사 분리, 대규모 정비작업 및 인프라 확장 등은 매각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으므로 제한을 받는다.

앰버의 개입과 정보 요구

한편, 매수자인 앰버는 공식적으로 경영권을 인계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시트고의 의사결정 과정에 점점 더 깊게 개입하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앰버는

“매일 단위로(‘on a daily basis’)”

이사회 회의록, 재무 및 운영 관련 상세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트고 측과 엘리엇, 그리고 시트고를 감독하는 이사회는 즉각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채권자 보상과 매각의 중요성

시트고 매각은 베네수엘라 관련 채무불이행과 징발으로 피해를 입은 채권자들에게 보상하기 위한 핵심 절차다. 현재 열두 개 이상의 채권자들이 총 약 $190억 달러 규모의 피해 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2007년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한 미국 산유업체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도 포함되며, 해당사는 자산 징발에 대해 중재를 제기해 배상을 요구해 왔다.

코노코는 자신들이 받을 지급액 회수를 복귀 전제조건으로 내세웠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기사 문맥상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재건을 위한 신규 투자 유치 구상($1000억 달러 규모 제안으로 언급됨)과 관련해 돌아갈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코노코 측은 추가 논평에 응하지 않았다.

미 정부 내 의견 차

로이터가 접촉한 복수의 소식통은 미 국무부가 이번 매각을 지연시키는 주요 장애물 중 하나로 지목된다고 전했다. 반면 재무부, 상무부, 에너지부는 거래 성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과 관련 부처들은 즉각적인 논평을 제공하지 않았다.

거래를 추진하는 측은 앰버에 시트고를 이전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미 행정부에 설득해 왔다. 이들은 앰버로의 소유권 이전이 시트고를 실질적인 미국 기업으로 전환시키고, 코노코 등 미국 기업들에 대한 공정한 보상 절차를 열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엘리엇 창업자 폴 싱어(Paul Singer)와 미 고위 관료 간의 면담 성사를 위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외교적 변수

복수의 소식통은 최근 몇 주간 앰버와 베네수엘라 관련 당사자들이 워싱턴에서 로비 활동을 확대했지만, 미 행정부는 아직 결단을 내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측 내에서는 임시 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iguez)가 이끄는 정부가 출범한 이후, 반대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Maria Corina Machado)의 지지를 받는 베네수엘라 관련 당사자들도 포함해 시트고 문제와 관련된 고위 미 관료들과의 유의미한 접촉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정부 측과 야권 모두 이번 경매를 거부하며 정유사를 베네수엘라의 재건 도구로 보전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외교적 협상과 정치적 셈법이 매각 절차의 향방에 결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용어 설명

OFAC(해외자산통제관리국)은 미 재무부 산하 기관으로, 외국자산에 대한 제재·면제·허가 등을 관장한다. 본 건에서는 OFAC가 시트고에 대한 채권자 보호 조치를 관리하며 매각 허가 여부를 실질적으로 통제한다.

징발(expropriation)은 한 국가가 외국인 또는 외국기업의 자산을 공적 목적으로 강제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과거 대규모 국유화와 징발로 인해 외국 투자자와 기업들이 법적 분쟁을 제기해 왔다.

시장 영향과 전망 분석

이번 매각 지연은 단기적으로 시트고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제약해 자본지출(CAPEX) 연기, 정비 일정 미확정, 공급망 운영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유사 수준에서는 장기 투자와 설비 확장 계획이 보류됨에 따라 경쟁력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지역 정제 마진이나 제품 수급에 미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매각이 지연될수록 시트고 지분을 담보로 한 채권자들의 회수 불확실성이 증가해 채권 가격과 신용 스프레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코노코 등 주요 채권자들이 확보할 회수액 규모와 회수 시점이 명확해지지 않으면 관련 채권의 변제 가능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국제 유가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시트고의 처리 능력 변화가 즉각적으로 원유 수급에 큰 변동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부문 재가동 계획과 정치적 안정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원유 생산과 수출 증대가 가능하므로, 글로벌 공급 전망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

결국 시트고의 향후 운명은 법적·행정적 승인 절차와 함께 미 행정부 내부의 정치·외교적 판단, 그리고 베네수엘라 내부의 정치 상황 변화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매각이 최종 승인될 경우 채권자 보상과 관련된 법적 절차가 본격화되겠지만, 승인 지연이 길어질수록 시트고의 경영 안정성과 자본 조달 능력에 부정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보도 기반, 정리·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