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 CEO, 미·EU 무역 합의로 건설 수요 촉진 기대

스위스 건축 화학 기업 시카(Sika)의 최고경영자(CEO) 토마스 하슬러미국·유럽연합(EU) 간 무역 협정이 양 지역 건설업계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하슬러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자들은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프로젝트 집행을 연기해 왔다”며 “협정 체결로 ‘30% 관세’라는 최대 리스크가 사라졌고 3분기부터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건설 부문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무역전쟁이 현실화됐을 경우 투자 일정이 수년 뒤로 밀릴 뻔했으나, 이제는 명확한 규칙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하슬러 CEO는 “미국 내에서도 관세 적용 가능성에 대한 혼란이 사라지면 인프라·주거·상업용 프로젝트가 동반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카와 글로벌 건설화학 시장

1910년 설립된 시카는 콘크리트 혼화제, 방수 솔루션, 접착제 등 건설 화학 소재 분야 세계 3위 기업이다. 최근에는 친환경·저탄소 소재를 앞세워 건설 산업의 탈탄소화를 선도하고 있다. 2024 회계연도 매출은 119억 스위스프랑(약 17조 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EBIT)은 18억 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건설화학 제품은 레디믹스 콘크리트·현장 타설·프리캐스트(사전제작)·지붕 방수 등 공정별로 다양하게 쓰인다. 원재료 가격과 관세는 최종 비용 구조에 직결되므로, 무역 정책 변화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관세가 30%까지 치솟아 무역전쟁으로 비화하면 미국·EU 모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을 것이다. 이제 ‘불확실성 할인’ 구간이 종료됐다.” — 토마스 하슬러 CEO


무역 합의 핵심 내용과 파급 효과

이번 미·EU 무역 합의는 철강·알루미늄·완성차·건설 자재에 대한 상호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거나 10%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미국이 EU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해 왔고, EU는 이에 맞서 보복관세를 검토해 왔다.

하슬러 CEO의 발언처럼 ‘30% 시나리오’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1. 당초 업계에서는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추가 관세가 20~30%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자본집약적 성격이 강한 건설 프로젝트의 재무 타당성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었다.

무역 합의를 계기로 철강·알루미늄 가격 급등 리스크가 완화되면, 미국 인프라 투자법(IIJA)·EU 녹색 전환 정책 등 대규모 프로젝트의 실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카는 이러한 정책 수혜를 겨냥해 북미와 유럽에 새로운 혼화제 공장을 각각 한 곳씩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시장 반응과 전문가 분석

29일 취리히증권거래소에서 시카 주가는 전일 대비 1.8% 상승한 281.40스위스프랑에 마감했다. UBS 애널리스트 패트릭 마이어는 “관세 리스크 해소가 실적 변동성을 줄여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미·EU 합의가 여전히 ‘원칙적 공감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세부 이행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탄소 국경조정(CBAM) 문제, 재생에너지 보조금 기준 등 세부 쟁점에서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범위한 건설 자재 관세 완화가 현실화되면, 시카를 포함한 글로벌 건설화학 기업의 EBIT 마진이 평균 80~120bp(베이시스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본다.” — 바클레이즈 리서치


용어 설명2

건설 화학(Construction Chemicals)은 콘크리트, 모르타르, 방수층, 접착제 등 건축·토목 공정에 투입되는 특수 화학 소재를 통칭한다. 내구성·건축 속도·환경 규제 대응을 높여 주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EBIT(이자 및 세전 영업이익)은 기업의 영업활동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다. 건설화학 업종은 원재료와 물류 비용 비중이 크므로, 관세 변동이 EBIT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베이시스포인트(bp)는 1bp가 0.01%p에 해당하며, 금리·마진 등의 미세한 변동을 측정할 때 쓰인다.


전망 및 기자 해설

무역 합의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실제 투입 가격 조정이 현장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3~6개월이 걸린다. 또한 달러 강세, 원자재 헤지 비용, ESG 규제 강화 등이 남은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건설 슈퍼사이클친환경 리모델링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견조하다는 점에서, 시카의 공격적인 증설 및 연구개발(R&D) 투자 전략은 타당하다는 평가다. CEO 하슬러가 언급한 “모멘텀 지속”이 실제 숫자로 확인될 경우, 건설화학 섹터 전반의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투자자들은 합의 이행 로드맵과 시카의 지역별 매출 성장률, 마진 개선 속도를 집중 점검해야 할 것이다. 특히 2025년 10월 예정된 3분기 실적 발표가 주가 방향성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