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곡물 시장이 이번 주 초부터 강세를 보이며 밀 선물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선물 시장에서는 하드 레드 겨울밀(HRW)과 소프트 레드 겨울밀(SRW), 봄밀(스프링 위트)이 모두 초록불을 켰다.
2025년 9월 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SRW 12월물은 전일 대비 4.5센트 오른 부셸당 5.2375달러에 마감했다. 캔자스시티거래소(KCBT) HRW 12월물 역시 12센트 상승한 5.1725달러를 기록했으며, 미니애폴리스 곡물거래소(MGEX) 봄밀 12월물도 10.75센트 올라 5.77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KCBT 근월물(9월물)이 10.5센트 급등해 하루 만에 두 자릿수 상승 폭을 보였다. MGEX 9월물도 같은 폭으로 올랐고, 시카고 근월물은 4.5센트 상승했다. 이 같은 가격 움직임은 하드 레드 겨울밀 등 단백질 함량이 높은 등급의 공급 차질 우려와 맞물려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농무부(USDA) 주간 작황·진도 보고서에 따르면 9월 7일 기준 미국 봄밀 수확률은 85%로 평년치보다 1%p 앞서 있다.
이는 전주 대비 빠른 진전을 의미하지만, 북부 평원 일부 지역의 수확 지연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시세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또 다른 수급 변수는 수출 물량이다. 미국 세관의 주간 수출 검사(Export Inspections) 데이터에 따르면 9월 4일 종료 주간 밀 선적 물량은 42만4,993톤(1,562만 부셸)으로, 전주 대비 47.12%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 31.57% 줄었다. 한국(6만8,604톤), 필리핀(6만5,999톤), 방글라데시(6만802톤) 순으로 많이 실렸다. 6월 1일 이후 누적 선적량은 706만5,000톤(2억5,960만 부셸)으로 전년 대비 10.09% 증가했다.
해외 작황 소식도 가격을 지지했다. 우크라이나 농업 컨설팅 업체 APK-인폼은 자국 2025년산 밀 생산 전망을 기존보다 220만 톤 상향한 2,190만 톤으로 제시했다. 수출 전망도 1,400만 톤에서 1,530만 톤으로 올렸다. 러시아 곡물 분석사 Sovecon은 러시아 밀 생산량을 종전 예상치보다 70만 톤 높은 8,610만 톤으로 추정했다.
일견 풍년 전망처럼 보이지만, 흑해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다. 해상 수출 경로 차질이 재발할 경우 수급 균형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선물 시장에서 프리미엄으로 반영된다는 해석이다.
거래소별 종가
▪ CBOT 9월물: 5.055달러(+4.5¢)
▪ CBOT 12월물: 5.2375달러(+4.5¢)
▪ KCBT 9월물: 4.9225달러(+10.5¢)
▪ KCBT 12월물: 5.1725달러(+12¢)
▪ MGEX 9월물: 5.56달러(+10.75¢)
▪ MGEX 12월물: 5.7775달러(+10.75¢)
여기서 ‘센트(¢)’는 1달러의 1/100에 해당하며, 곡물 선물의 호가는 1부셸(약 27.2㎏)당 달러·센트로 표시된다. 또한 HRW·SRW·스프링 위트는 글루텐 함량과 파종 시기·재배 지역에 따라 구분되는 등급으로, 제과·제빵용 또는 사료용 등 용도가 다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내 수확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수급 전망이 엇갈리면서 헤지펀드와 상업 트레이더가 쇼트 커버링(공매도 청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美) 달러 인덱스 강세와 수출 둔화는 상방 제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기사를 작성한 Austin Schroeder 애널리스트는 “해당 종목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다”며 “본 기사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자세한 공시 내용은 바차트(Barchart) 웹사이트의 Disclosure Polic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용어 해설]
CBOT(Chicago Board of Trade)·KCBT(Kansas City Board of Trade)·MGEX(Minneapolis Grain Exchange)는 각각 시카고, 캔자스시티,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선물 거래소로, 밀·옥수수·대두 등 농산물 선물을 상장한다. HRW는 단단한 질감과 높은 단백질 함량으로 제빵용에 적합하고, SRW는 상대적으로 연질로 과자나 케이크류에 주로 쓰인다. 스프링 위트는 봄에 파종해 여름~초가을에 수확하며, 프리미엄 단백질 원료로 평가된다.
투자자라면 수출 검사량·작황 지표·흑해 지역 정세·달러 인덱스 등 복합 요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특히 10월 미국 농무부(USDA)의 월간 WASDE 보고서는 향후 가격 흐름을 가늠할 핵심 자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