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EU와 협력 다짐했지만 브뤼셀은 “무역 불균형 시급히 바로잡아야” 강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5차 EU-중국 정상회의 첫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EU 지도부가 마주 앉으며 양측의 이해관계가 다시 한 번 선명해졌다.

시진핑 주석과 EU 지도부가 회담을 시작하는 모습

2025년 7월 24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국제 정세가 더 복잡해질수록 중국과 EU가 소통·신뢰·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양측 관계는 상호 이익(mutually beneficial)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측은 한층 단호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무역 불균형과 산업 공급 과잉 문제를 시 주석 앞에서 직접 제기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도달했다“며 “양측 모두 우려를 인정하고 실질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1. 무역 갈등의 배경

최근 EU-중국 관계는 중국 내수 부진으로 인한 산업재·전기차 등 과잉 공급의 수출이 핵심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EU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2024년 중국산 전기차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대해 중국은 브랜디·유제품·돼지고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로 맞대응했다.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반복했을 뿐, 근본적 차이는 여전하다.” — 싱가포르 난양공대 S. 라자라트남 국제관계연구원 (RSIS) 다니엘 벌라즈 연구원

벌라즈 연구원은 EU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해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중재하기를 요구하지만, 중국은 EU의 전기차 관세 철회와 기업 제재 완화를 우선시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2. 핵심 지표와 숫자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중국의 대(對)EU 상품 무역 흑자는 1,43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1)

이는 EU가 중국의 2위 교역 파트너임에도 불구하고, 수입 대비 수출이 크게 앞서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3. 국제정치적 함의와 전문가 시각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경제와 안보 의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신(新)브뤼셀-베이징 구도가 더욱 부각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EU 측이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경제를 지원(enabling)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경제 제재·무역 장벽이 외교 레버리지로 활용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이처럼 정치·안보와 통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 특히 친환경 자동차·배터리·희소금속 분야 — 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 용어·개념 해설

· 반덤핑(anti-dumping): 특정 국가나 기업이 국내 시장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해 자국 산업을 잠식한다고 판단될 때, 수입국이 부과하는 추가 관세를 말한다.
· 과잉 공급(excess supply): 내부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량이 해외 시장으로 대규모 유출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통상 가격 하락과 무역 갈등을 유발한다.
· 변곡점(inflection point): 추세가 급격히 바뀌는 전환점을 가리키는 경제·정치 용어다.


5.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EU가 전기차 추가 관세 철회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반면, 중국도 내수 부양보다 수출 주도형 성장에 기댈 수밖에 없어 팽팽한 줄다리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그린 테크·첨단제조 분야 투자 협력을 통해 일정 정도 절충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계속되고, 미국이 중국 수출 통제·투자 제한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EU의 전략적 자율성이 어느 정도까지 실현될지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1)원문 자료: 중국 해관총서 2025년 1~6월 수출입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