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혼란한 시기일수록 함께 해야’… 아시아 국가에 공급망 안정·자유무역 공조 촉구

【부산·APEC 정상회의】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향해 “시대가 turbulent(혼란)할수록 우리는 더욱 단결해야 한다”며 공급망 안정과 자유무역 수호를 거듭 촉구했다.

2025년 10월 31일, CNBC뉴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차 세션 연설에서 “다자무역체제 수호·개방적 경제 환경 구축·공급망 안정 유지·녹색·디지털 무역 촉진·포용적 성장” 등 다섯 가지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연설 하루 전인 30일,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회담을 갖고, 상호 1년간 관세 완화에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 관세를 10%p 인하했고, 중국은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s)*1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귀국했지만, 시 주석은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며 다각적 무역 협력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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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트럼프 회담


■ 공급망 ‘연결’ 강조, 미국 ‘리쇼어링’ 기조와 충돌 가능성

시 주석은 “

공급망을 끊는 것이 아니라 연장해야 한다

”고 역설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2 정책―제조기지를 미국 본토로 되돌리는 전략―과 상충할 여지가 있다. 그는 또 “중국의 발전과 부흥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 비전과 보조를 맞춘다”고 언급하며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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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간 중국은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의 약 27%를 차지하며 ‘세계 공장’ 위상을 굳혔다. 하지만 인건비·관세 상승으로 중국 기업의 공장이 아시아 여러 지역으로 분산됐고, 현지 수요 또한 증가했다. 동시에 미·중 간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중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국방 장비 등에 필수적인 17개 금속 원소 집합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의 약 60%를 담당해 ‘희토류 지배력’을 갖는다. 이번 합의는 미국 제조업의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는 일종의 ‘보험’ 성격을 지닌다.


■ 미·중 ‘불안정 휴전’… 전문가들 “장기전 예고”

전(前) 주중 미국 대사 니컬러스 번스는 CNBC ‘스쿼크박스’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를

“여전히 뜨거운 무역 전쟁 속 ‘불안정한 휴전’

”이라 평가했다. 그는 “관세 일부를 바로 철회한 것이 아니라 1년 유예를 택한 점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에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 주간’을 선포하며 자국 내 일자리 확대를 강조했고, 베트남·멕시코 등 제3국 경유 중국산 물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해 ‘우회 수출’ 단속에 나섰다.


■ 중국 “더 열리겠다”… 3분기 대외투자 1위 지역은 ‘아시아’

시 주석은 “중국 시장의 문은 더 넓게 열릴 것”이라며 아·태 국가들에 공동 번영을 제안했다. 민간 싱크탱크 로듐그룹(Rhodium Group)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중국의 해외 투자액은 총 154억 달러(약 20조 8,000억 원)로, 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데이터센터·배터리 소재 등 첨단 부문 투자가 두드러졌다.

이는 중국 정부가 ‘디지털 경제’와 ‘녹색 전환’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제시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녹색·디지털 무역은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관련 국제 규범 마련을 제안했다.


■ 용어 풀이 및 맥락

*1 희토류(Rare Earths) : IT·전기차·방위산업에 필수적인 17종 금속 원소군. 중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정제국으로, 공급 차질은 글로벌 제조업 전반에 큰 파급을 준다.

*2 리쇼어링(Reshoring) : 해외로 이전한 공장을 다시 본국으로 돌리는 전략. 비용 상승·공급망 위험을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목적이다.


■ 기자 해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강조한 ‘공급망 연장’은 사실상 중국 중심의 제조 네트워크를 유지·확장하겠다는 전략적 시그널이다. 반면 미국은 ‘리쇼어링’과 ‘친미 공급망(프렌드쇼어링)’으로 맞서고 있다. 두 강대국 모두 ‘경제 안보’를 앞세우는 가운데, 기업들은 다변화·국지화·공급망 투트랙 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향후 1년간 관세 완화가 실질 교역 회복으로 이어질지, 혹은 재협상·재보복 국면으로 회귀할지는 2026년 미 대선과 중국의 내수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 다국적 기업은 통상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하며,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품목은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안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결국, 시 주석의 메시지는 ‘중국과 손잡으면 기회가 열린다’는 경제 유인과 ‘공급망 단절은 모두에게 손해’라는 구조 논리를 결합한 셈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정부에 단순한 ‘중국 떠나기’가 아닌, ‘중국+1’ 이상의 전략적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