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와의 회담 이후 첫 공식 발언…“다자주의·개방무역 강화해야”

[아시아·태평양 정상회의(APEC) 개막]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이 31일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다자주의(多者主義)개방경제라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전날 부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고위급 회담을 가진 뒤 나온 첫 공개 발언으로, 국제 사회의 시선이 집중됐다.

2025년 10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규범 기반 교역 체제를 강화하고, 공급망의 “연결고리를 끊기보다는 함께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MFN)비차별 원칙 같은 WTO 기본 이념을 고수하면서도 국제 통상 규범의 현대화를 추진하자고 촉구했다.

시진핑 발언 “우리는 WTO 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디지털 경제·녹색산업·포용적 발전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

시 주석은 “중국은 더 넓은 시장 개방을 지속해 나가고, 고표준(global high-standard) 통상 규범과의 조화를 위해 개혁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각국과 손잡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체인을 끊는 행위(breaking chains)가 아니라 체인을 잇는 협력(joining hands)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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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부산 회담 배경] 앞서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급 회담에서 양측은 일부 관세 인하와 주요 농산물 수입 재개를 골자로 한 ‘예비 합의(preliminary agreement)’에 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협상에 대해 “very successful(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으나, 구체적인 이행 절차와 시한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번 경주 APEC 연설에서 시 주석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세계를 향해 문호를 더 크게 열 것”이라며 자유무역 수호 의지를 재확인했다. 디지털 무역, 탄소중립·친환경 산업, 포용적 성장 등 미래 의제도 별도로 거론했다.

APEC·WTO·다자주의 용어 설명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은 1989년 출범한 지역경제협력체로, 21개 경제체가 회원국이다. 회원 간 관세 인하, 무역·투자 자유화, 경제기술 협력 등을 목표로 한다.
WTO(World Trade Organization)는 1995년 출범한 다자간 통상 기구다. 분쟁해결기구(DSB)를 통해 무역 분쟁을 조정하며, 199개국·관세지역이 가입해 있다.
다자주의란 여러 국가가 국제 규범과 제도를 통해 협력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외교 방식이다. 미·중 갈등이나 공급망 단절 위험이 고조될수록 다자주의는 국제 무역의 안전판으로 거론된다.

[전문가 평가와 시장 파장]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중·미 간 ‘디커플링(decoupling) 완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관세 인하와 농산물 교역 정상화는 국내외 시장에 긍정적 심리(positive sentiment)를 제공하지만, 구체적 로드맵이 부재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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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급망(context: raw materials·semiconductors·battery) 의존도가 높은 한국·일본·대만 기업들은 중국의 “공급망 끊기 반대”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부산 회담에서 거론된 ‘친환경 배터리 원자재 공동조달’ 협력이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관측이다.

한편, APEC 의장국인 대한민국은 이번 회의 슬로건을 Resilient Partnership for Shared Future로 정하고, 공동선언문에 “디지털 전환과 녹색성장 전략 공유”를 포함하기로 했다. 시진핑의 개방 및 다자주의 언급은 이러한 의장국 의제와도 궤를 같이한다.

경주 현지에서는 31일 오후부터 통상·기후·디지털 3개 트랙 장관급 회의가 진행되고, 내달 2일 폐막식에서 채택될 공동성명이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