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주석 시진핑(Xi Jinping)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Narendra Modi)가 2024년 10월 23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계기 회동 모습. China Daily via Reuters
2025년 8월 31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과 모디 총리는 중국 톈진에서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앞두고 별도 회담을 열어 ‘국경 분쟁 해결’과 ‘양국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모디 총리의 이번 방중은 2020년 국경 충돌로 양국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이후 첫 중국 방문이다. 당시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에서 발생한 충돌로 양측 군인이 사상자를 냈고, 이후 양국은 외교·무역·인적 교류 전반에서 제한 조치를 취해왔다.
모디 “실질적 진전 이뤄… 국경 ‘평화적 환경’ 조성”
모디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양국 관계가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철군 이후 국경 지역에는 평화적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인도가 올해 정식 가입한 SCO라는 다자 틀을 활용해 정치·경제·안보 분야에서 중국과 실용적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협력 파트너로 남아야 하며, 경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 시진핑 주석
시진핑 “국경 문제가 양국 관계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톈진 회담이 양국 관계의 ‘지속적·건전·안정적 발전’을 한층 격상시킬 것”이라며 “중·인 양국은 공동 발전이라는 대의를 잊지 말고, 위협이 아닌 기회를 제공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 성장이야말로 양국이 집중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하며, 첨예한 국경 문제를 관계 전반의 ‘프레임’으로 삼지 말자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푸틴도 톈진 합류… ‘중·인·러 삼각외교’ 주목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앞서 톈진에 도착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향후 며칠간 시진핑, 모디 두 정상과 각각 별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가 장기화된 러시아가 “중·인과의 전략적 협력”을 재확인할지 주목된다.
8월 ‘왕이-모디’ 뉴델리 회동으로 물꼬 트다
지난 8월 중국 최고 외교 책임자인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뉴델리를 전격 방문해 양국은 국경 협상 재개와 비자·직항노선 재개에 합의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꽉 막힌 실무 협의 창구를 복구하는 첫발로 평가된다.
왕이 주임의 방문은 같은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산 수입품에 50% 보복관세를 부과한 시점과 맞물려, 뉴델리가 ‘전략적 균형’ 차원에서 베이징과 손잡으려는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교역·인적 교류 제한 완화 움직임
올해 들어 양국은 장관급 상호 방문을 늘리며 의료·교육·정보통신·농업 등 분야에서 규제 완화를 논의했다. 특히 6월 중국 정부가 인도 순례객의 티베트 성지 순례를 허용하면서, ‘문화·종교 관광협력’이 양국 융화의 새 접점으로 부상했다.
전문가 분석: “경제 상호의존 강화가 분쟁 완충재”
서울대 국제대학원 A 교수는 “중·인 양국이 모두 내수 경기 둔화라는 공통 과제에 직면했다”며, 착공이 지연된 ‘범아시아 경제회랑(BCIM)’ 재가동이 가시화될 경우 양국 경제 협력은 한층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SCO·브릭스 같은 비서방 다자 플랫폼에서 중·인·러가 결속을 강화할수록, 각국은 서방 경제·안보 질서에 대한 대안 네트워크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경 용어 풀이
SCO(상하이협력기구)는 2001년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이 창설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201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2023년 이란이 정회원으로 합류했다.*2025년 현재 9개국
브릭스(BRICS)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5개 신흥경제국 연합체로, 2024년 기준 세계 GDP의 32%를 차지한다.
향후 전망
양국은 9월 중순 예정된 ‘국경 실무협의 19차 회의’에서 실질적 철수 구역 확대와 ‘공동 순찰 메커니즘’ 도입을 논의한다.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연내 직항노선 완전 복원 및 교역액 1,500억 달러 회복도 가시권에 들어올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일대일로(BRI) 전략과 인도·미국·일본·호주가 추진하는 쿼드(Quad) 안보 협력 간 ‘전략적 충돌’ 요소는 여전히 잠재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