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6년 만에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강화 및 한반도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1다.
2025년 9월 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을 만나 “국제·지역 현안에서의 긴밀한 전략적 조율“을 촉구하며 양국이 공동의 운명을 나누는 “좋은 이웃·좋은 친구·좋은 전우”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역시 전날 개최된 중국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강력히 증명했다“고 평가하며 “중국의 축제는 우리의 축제”라고 화답했다.
이번 회담은 시 주석·김 위원장·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군사 퍼레이드장에서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 정상의 동반 등장은 북·중·러 간 안보 및 경제 협력 구상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장면으로 읽힌다.
❚ 회담 주요 발언 및 합의
“중국과 북한은 국제적 이해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고위급 교류와 실질적 협력을 확대할 것” ― 시진핑
“전체적·전략적 협력이야말로 양국 발전을 위한 관건” ― 김정은
시 주석은 고위급 교류·전략적 소통을 상시화하고 경제·과학·문화 등 전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동의하며 특히 군사 분야에서의 상호 신뢰 구축을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 군사 협력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 김정은 방중 배경과 상징성
김 위원장은 특유의 녹색 방탄열차를 이용해 9월 2일 밤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는 2019년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1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딸(이름 미공개)이 처음으로 해외 공식석상에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지도자의 열차 이동은 안전 확보와 통제 용이성을 이유로 전통적으로 선호돼 왔다.
방중단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포함됐다. 김여정은 대미·대남 메시지를 주도해온 인물로, 이번에도 대외 협의 창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 북·중·러 3각 구도와 중국의 ‘신중 전술’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조약 동맹국이자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그러나 최근 북·러 무기 협력 확대 속에서 베이징은 일정 거리를 두고 ‘신중 관망’ 전략을 취해 왔다. 김 위원장은 하루 전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군대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형제적 의무’를 약속했지만, 중국은 공식 논평을 자제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국제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대북 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천명해 북·중 관계 끊김 가능성을 선제 차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도의 대중·대러 제재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중국이 전략적 완충지로 북한을 재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 한반도 정세와 향후 전망
시 주석은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한반도 문제에서 양국 협의를 계속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건설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자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지도부는 대미 협상력 확보를 위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밀착은 경제 제재 돌파구로서도 의미가 있다. 반면 중국은 역내 군비 경쟁 격화를 막고 자국의 경제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경직된 북·러 동맹 구도에서 일정 부분 진폭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 용어 풀이
고위급 전략적 소통: 국가 정상·외교 수장이 직접 정보를 교환해 위기 대응 속도와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는 외교 방식을 지칭한다.
방탄열차: 최고지도자 안전을 위해 차체를 강화하고 전자전 장비를 탑재한 특수 열차. 속도는 느리지만 통신 보안·물리적 보호에 유리하다.
❚ 기자 관전평
이번 회담은 표면적으로는 ‘전통적 혈맹’의 복원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라는 국제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자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부각하는 동시에 대북 영향력을 재확인했고, 북한은 다자외교 무대를 통해 정상국가 이미지를 일부 확보했다. 그러나 군사 기술 이전과 같은 민감 사안이 현실화될 경우 한미일 안보 공조가 더욱 결속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중국이 택한 ‘균형외교’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향후 동북아 전략 지형을 좌우할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