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이글 아웃피터스(이하 아메리칸이글)의 주가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3.9% 급락했다. 이는 배우 시드니 스위니를 내세운 신규 광고 캠페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회사가 외부 위기대응 전문팀을 고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타난 시장 반응이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업계 전문 매체 모던 리테일(Modern Retail)은 아메리칸이글이 글로벌 컨설팅사 액텀(Actum)과 협업해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액텀은 기업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위기관리·평판 리스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컨설팅 업체다.
아메리칸이글의 시가총액은 약 33억 달러(약 4조4,000억 원)로, 이번 위기관리 행보는 “Sydney Sweeney Has Great Jeans”라는 문구를 내건 최신 광고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후 이뤄졌다. 해당 슬로건은 청바지(jeans)와 유전자(genes)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을 활용한 언어유희다.
그러나 광고 공개 직후 일부 소비자와 비평가들은 ‘좋은 유전자’라는 표현이 우생학(eugenics)•백인우월주의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또 과거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메시지를 강조해오던 브랜드 정체성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실제로 문제의 광고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20층 규모 옥외 전광판, 라스베이거스 The Sphere, 버스 래핑, 스냅챗·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 대대적으로 노출돼 파급력이 컸다.
액텀 측 한 관계자는 일부 매체의 사실 확인 요청에 “브랜드와 협업 중”이라고 답했으나, 아메리칸이글 홍보대행사(AOR)는 즉시 “해당 관계자는 공식 대변인 자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메시지 혼선은 사태를 더욱 증폭시키며, 기업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시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Z세대 고객층이 소셜 이슈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부정적 여론이 장기화될 경우 리테일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투자자들은 광고 제작·노출 비용과 위기관리 컨설팅 비용이 단기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전망 아래 매도세를 강화했다.
용어·배경 해설
모던 리테일(Modern Retail) —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 그룹 Digiday가 운영하는 리테일 전문 매체로, 유통·커머스 분야 심층 분석을 제공한다.
액텀(Actum) — 뉴욕·워싱턴D.C.·런던 등지에 사무소를 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로, 위기관리·정책 자문을 핵심 서비스로 한다.
우생학(Eugenics) — 특정 집단의 ‘우수한 유전형질’을 보존·강화해야 한다는 가설로, 역사적으로 인종 차별·강제 불임 정책 등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됐다.*20세기 초 독일 및 미국에서 학계·정치권 일부가 적극적으로 옹호한 바 있다.
전문가 시각
국내외 PR 컨설턴트들은 “광고 메시지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글로벌 브랜드는 사전에 다각적 리스크 평가와 커뮤니티 반응 시뮬레이션을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언어유희’를 활용할 때는 문화권·세대별 해석 차이를 면밀히 분석하지 않으면 브랜드 핵심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투자 지표로 굳어진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 논란은 단순 이미지 손상을 넘어 주가 변동성·기관투자자 이탈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아메리칸이글의 향후 대응 수위와 소비자 설득 전략은 동종 업계에도 참고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