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업계의 대표 기업인 시놉시스(Synopsys Inc.)가 3분기 매출이 시장 기대를 밑돌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8.5% 폭락했다.
2025년 9월 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놉시스는 2025 회계연도 3분기(7월 31일 종료) 매출이 17억4,000만 달러를 기록해 LSEG 컨센서스 17억7,000만 달러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3.39달러로, 애널리스트 전망치 3.74달러를 하회했다.
특히 Design IP 사업부문의 부진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부문은 인터페이스·보안·임베디드 프로세서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과 IP 구현 서비스 등을 포함한다.
CEO 사신 가지(Sassine Ghazi)는 “중국 수출 규제에 따른 설계 시작 지연과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의 어려움으로 일부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출 규제 완화에도 불확실성 지속
미국 정부는 2025년 7월 초, 지난 5월 말부터 시행했던 EDA 소프트웨어 대(對)중국 수출 제한을 해제했다. 그러나 규제 기간 동안 이미 여러 설계 프로젝트가 지연됐고, 이는 곧바로 분기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의 ‘이탈’
시놉시스는 문제의 파운드리 업체를 명시하진 않았으나, 해당 고객을 위해 대규모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고 밝혔다. 가치는 2025년 하반기부터 회수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시장 수요와 고객 요건 변화로 계획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Foundry(파운드리)란 설계 전문 기업으로부터 도면을 넘겨받아 웨이퍼를 생산하는 반도체 위탁 제조사를 뜻한다. 설계(IP) 단계에서부터 파운드리와 긴밀히 협업해야 하므로, 파운드리 고객사의 일정 변경은 EDA·IP 업체 실적에 직격탄이 된다.
차세대 성장동력: Ansys 인수
시놉시스는 2025년 7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고 350억 달러 규모 현금·주식 혼합 방식으로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기업 Ansys를 인수했다. 영국·EU 등에서 까다로운 반독점 심사를 거친 뒤 마침내 딜을 마무리하면서 멀티피직스 시뮬레이션 역량을 확보했다.
시놉시스는 엔비디아, 인텔, 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사와 협력해 AI·고성능 컴퓨팅(HPC) 칩 개발에 필수적인 설계 툴과 하드웨어를 공급한다.
4분기 가이던스 ‘서프라이즈’
회사는 4분기(8~10월) 매출을 22억3,000만~22억6,000만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 20억9,000만 달러를 7% 이상 웃돌아, 낙관적 가이던스로 평가된다.
경쟁사 동향
주요 경쟁사인 캐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는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2025 회계연도 매출과 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업계 전반에선 AI 칩 붐이 소프트웨어·IP 수요를 견인하고 있지만, 지역별 규제와 개별 고객사의 변수가 두드러지고 있다.
용어 설명※(알려두면 유용한 배경지식)
Design IP는 반도체 설계에 사용되는 표준화된 회로 설계 블록을 의미한다. 칩 제조사는 IP를 라이선스 방식으로 도입해 설계 기간을 단축하고 검증 리스크를 줄인다.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는 반도체 회로·배선·검증 작업을 자동화해 주는 소프트웨어 툴 체계를 뜻하며, 시놉시스·캐던스·멘토 그래픽스(現 Siemens EDA)가 3대 공급사로 꼽힌다.
시장 반응
시간외 거래에서 급락한 시놉시스 주가는 9월 9일 정규장 마감을 기준으로 연초 대비 42% 오른 상태였으나, 시간외 변동으로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다. 애널리스트들은 “Design IP 부문의 일시적 부진이지만, 파운드리 고객사와의 협업 리스크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중국 시장에서의 신규 설계 착수(Design Start) 회복 속도
② Ansys 인수 시너지 효과 현실화 시점
③ 파운드리 고객 다변화 전략과 IP 포트폴리오 조정 여부
④ AI/HPC 칩 수요 확대에 따른 EDA·IP 라이선스 매출 성장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