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켐, 프리미엄 조건 시 피렐리 지분 매각 검토…이탈리아 정부 ‘골든 파워’ 위반 아냐

로마—중국 국영 화학기업 시노켐(Sinochem)이 이탈리아 타이어 제조업체 피렐리(Pirelli)에 대한 37% 보유 지분시장 프리미엄이 붙는 조건 아래 매각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이번 결정은 피렐리의 경영 자율성을 보호하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최근 판단과 맞물려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로마 정부는 시노켐의 지분 보유가 2023년 도입된 ‘골든 파워(golden power)’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으며 시노켐에 사실상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에 따라 수년간 피렐리를 짓눌러 온 지배구조 갈등 해소 방안이 본격 협의 단계에 진입했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회사는 새로운 규제 환경에 적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적이고 건설적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피렐리 최대 주주인 시노켐은 그동안 이탈리아 투자사 캠핀(Camfin)과 경영권을 두고 대립해 왔다. 캠핀은 피렐리 전·현직 최고경영자인 마르코 트론케티 프로베라(Marco Tronchetti Provera)가 이끌며 27.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양측은 1년 넘게 접점을 찾지 못했으나, 정부 중재로 시노켐이 캠핀과의 직접 협상보다 정부와의 협의에 무게를 두는 양상이다.

미·중 기술 갈등도 분쟁을 키웠다. 캠핀과 피렐리는 “중국계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미국 시장 확장 계획이 제동을 받는다”며 시노켐 지분 축소를 요구해 왔다. 미국은 중국 기술이 자동차 산업에 침투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 중이다.

골든 파워(Golden Power) 제도란?*
이탈리아 정부가 외국 자본에 의해 자국의 전략적 자산—국방, 통신, 에너지, 기술—이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2년 도입한 특별 감독 권한이다. 정부는 M&A·지분변동 시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조건부 승인을 내릴 수 있다. 피렐리는 국가 기술자산으로 분류돼 2023년부터 제도 적용을 받았다.

이번 정부 발표는 과거와 달리 시노켐에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시노켐이 장기 투자자임을 존중하지만,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에 맞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식통들은 “시노켐이 지분 전량을 팔 가능성은 낮지만, 부분 매각·공동 경영 구조 등 다층적 해법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피렐리는 국제 투자은행들과 비공식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인 물밑 작업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은행권은 “피렐리가 현지(이탈리아) 투자자 중심으로 경영되는 특성 탓에 해외 기업 입장에선 전량 인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정책적 함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EU 내 중국 투자 규제 강화 흐름 ▲美·中 기술 패권 경쟁 ▲EU 자동차·타이어 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있다고 진단한다. 시노켐이 지분을 축소하면 피렐리는 미국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고, 이탈리아 정부는 ‘전략 자산 방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반면 시노켐은 유럽 핵심 자산을 줄이는 대신 현금 회수정치 리스크 완화라는 실익을 얻을 수 있다.

업계 시각
시장 관계자들은 “프리미엄이 얼마나 되느냐”를 최대 변수로 꼽는다. 피렐리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와 전기차(EV)용 고성능 타이어 부문 경쟁력은 매각가를 끌어올릴 요소다. 다만 “캠핀 측이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결국 국내 컨소시엄이 등장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1) 정부가 추가로 부과할 수 있는 세부 조건
2) 시노켐이 요구하는 ‘시장 프리미엄’ 구체 수준
3) 캠핀·트론케티 프로베라 부회장의 지분 확장 의지가 맞물려 어떤 제휴 구조가 형성될지 등이 핵심이다.

*편집자 주: 본 기사는 로이터 원문을 토대로 국내 독자에게 필요한 배경 설명과 산업적 함의를 추가해 재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