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나 CFO “고도비만 치료제 보험 적용 비율, 전년 대비 답보 상태”

미국 건강보험사 시그나(Cigna)가 비만 치료제 보험 적용 현황에 대한 최신 통계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고객사 중 체중 감량 목적의 최신 GLP-1 계열 약물을 부담하는 고용주 비율이 전년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그나의 재무총괄책임자(CFO) 브라이언 에반코(Brian Evanko)는 Morgan Stanley Healthcare Conference 연설에서 “자사 자회사 에버노스(Evernorth) 고객 가운데 50% 이상비만 치료제 보험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버노스는 대기업 및 다른 보험사를 포함한 대규모 고객을 대상으로 약국 급여관리(PBM)·케어 딜리버리 등을 제공하는 사업 부문이다.

반면, Cigna Healthcare 부문(주로 소규모 고용주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 상품 담당)의 경우, 보험 가입 기업 중 15~20%만이 체중 감량 약물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에반코 CFO는 “소규모 사업장은 인력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 투자 대비 효과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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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증하는 GLP-1 계열 수요, 그러나 높은 가격이 최대 장벽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대표적 비만 치료제는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k)의 웨고비(Wegovy)와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젭바운드(Zepbound)다. 두 약물은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로, 체내 인슐린 분비·식욕 조절 호르몬 분비를 동시에 자극해 체중을 효과적으로 감량시키는 기전이다. GLP-1이란 식후 포만감과 혈당 조절을 돕는 장(腸) 호르몬으로, 이 계열 약물을 사용하면 체중이 최대 15% 이상 감소하는 임상 결과가 보고돼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그러나 1개월분 정가가 1,000달러에 달한다는 가격이 보험 적용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제조사 온라인 할인 프로그램을 통할 경우 절반 이하로 구매가 가능하나, 고용주·보험사·환자 모두에게 재정적 부담이 여전히 크다.

“높은 이직률을 보이는 산업군 고용주는 직원에게 비싼 약값을 지원하더라도, 그 혜택이 결국 경쟁 업체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 브라이언 에반코 CFO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약물 처방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에반코 CFO는 “보험을 제공하는 고용주 비율이 정체돼도, 가입자 규모 자체가 확대되면서 총 수요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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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용 압박에 직면한 미국 고용주

미국 기업들은 건강관리 서비스 비용 상승과 GLP-1 계열 처방 급증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컨설팅 업계 조사에 따르면, 고용주들은 2026년까지 직원 건강보험 월 납입액(프리미엄) 인상률을 6~7% 선으로 묶기 위해 일부 복지 축소를 검토 중이다. 총 의료비 예상 증가율은 9%로 추정된다.

이 같은 업계 고민을 반영해, 시그나는 2024년 5월 자사 PBM(약국 급여관리) 상품에 ‘GLP-1 약물 한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웨고비·젭바운드 사용자의 자기부담금을 월 200달러로 상한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고용주는 이 옵션을 추가 구독 형태로 결정할 수 있으며, 재정 구조와 인력 특성에 따라 채택 여부가 엇갈리고 있다.


◆ 용어 설명과 분석

1GLP-1 수용체 작용제는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두드러져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장했다. ‘웨고비’는 주 1회 피하 주사, ‘젭바운드’는 주사형 외에 경구형 개발도 진행 중이다.

2에버노스(Evernorth)는 시그나의 PBM, 원격진료, 정신 건강 서비스 등 통합 헬스케어 플랫폼 부문이다. 대기업·노조·공제조합 고객이 주 대상이며, 스케일의 경제를 통해 약가 협상력을 확보한다.

전문가들은 헬스케어 비용 투명성 규제 강화, 오리지널 약물 특허 만료 시점,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출시가 중장기적으로 약가 인하 압력을 가할 변수라고 전망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시장 독점 구조 ▲임상 데이터 우위 ▲높은 사용자 충성도 등이 유지되는 한 GLP-1 약물 시장 규모는 지속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에반코 CFO는 “약물 효과성에 대한 임상 결과가 잇따라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어, 가입자와 고용주의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2~3년 내 보험 적용 비율에도 완만한 증가가 재개될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내놨다.


◆ 기자의 시각

미국 노동 시장에서 직원 건강보험은 핵심 복지 혜택으로, 재원 부담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GLP-1 계열 신약은 “비만 치료제”라는 키워드를 넘어, 당뇨·심혈관 합병증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 보험사·고용주·제약사 간 역학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시그나의 현행 정책은 ‘비용 상한’으로 기업 고객에게 일정 부분 예측 가능성을 부여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약가 인하 또는 공적 보험 확대가 뒷받침될 때 지속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국가에서도 GLP-1 계열 약물 허가 및 보험 급여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시그나 사례는 글로벌 보험·제약 정책 설계에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