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시그나(Cigna) 계열사의 인슐린 가격 책정 관행에 대한 소송이 합의로 마무리됐다. FTC는 익스프레스스크립트(Express Scripts)가 반독점 및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합의를 이루었으며, 이 합의는 환자와 보험사, 소규모 약국의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구체적 변경사항을 포함한다고 수요일 밝혔다.
2026년 2월 4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고약가 문제 해결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합의 사실은 로이터가 처음 보도했다.
익스프레스스크립트는 성명에서 “우리의 우선순위는 단순하다: 미국인의 약값을 낮추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우리가 계속 전진할 수 있게 하며, 미국 우선의 약국 혜택을 위한 우리의 약속을 강화하려는 행정부의 지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합의의 주요 내용
FTC는 이번 합의로 인해 익스프레스스크립트가 장기간 지속해 온 일부 관행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합의 기간은 10년이며, 이 기간 동안 회사는 약값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비판받는 행태, 예를 들어 의약품의 표준 가격(list price)을 기준으로 제약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rebate)를 사실상 회사가 챙기는 관행 등 일부 관행을 할 수 없게 된다. FTC는 이 합의로 환자들이 향후 10년간 최대 70억 달러(약 7조 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합의는 또한 익스프레스스크립트가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을 형식적으로 의무화한다. 익스프레스스크립트는 지난해 이미 리베이트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합의는 그 변화를 법적 구속력 있는 조건으로 만들었다. 독립 감시인은 향후 3년간 회사의 합의 준수를 감독할 예정이다.
업계와 소송의 맥락
약품 보험 적용 방식을 결정하는 국내 약국 혜택 관리자(PBM, Pharmacy Benefit Manager)들은 지난 10년간 가격 책정 관행을 둘러싸고 규제 당국과 입법자들의 집중 조사를 받아왔다. FTC는 주요 PBM들이 보험사와 환자들을 더 고가의 약으로 유도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비판해왔다. 실제로 FTC는 2024년에 익스프레스스크립트,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itedHealth)의 옵텀(Optum) 유닛, CVS 헬스(CVS Health)의 CVS 케어마크(CVS Caremark)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저가 인슐린 제품을 보험 적용 목록에서 부당하게 제외시켰다고 주장했다. 현재 옵텀과 케어마크를 상대로 한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FTC 의장 앤드루 퍼거슨(Andrew Ferguson)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올린 글에서 “수년간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은 인위적으로 높아진 표준 가격과 복잡한 리베이트 게임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이 합의로 그 게임은 끝난다”고 밝혔다.
합의의 구체적 의무 사항
익스프레스스크립트의 합의문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 조항을 포함한다: 회사는 지역 약국과 협력하고, 고용주에게 매년 약품 비용을 공개해야 하며, 스위스에 기반한 리베이트 집계관리 기관인 Ascent Health Services를 미국으로 이전할 것을 동의했다. 또한 시그나의 표준 고용주 플랜에 대해서는 백악관이 계획 중인 트럼프RX(TrumpRX)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구입하는 약품 구매액을 코페이 및 공제액(본인부담금) 계산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한다.
이와 관련해 CVS 대변인 데이비드 휘트랩(David Whitrap)은 회사가 “소송을 장기화하지 않으면서 고객과 구성원의 약값을 낮추기 위한 PBM의 협상 능력을 보호하는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FTC 직원들과 성실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나이티드헬스는 즉각적인 답변을 제공하지 않았다.
전문 용어 설명
약국 혜택 관리자(PBM)는 보험사가 약품 비용을 어떻게 적용할지 설계하고 약국과 제약사 사이의 결제 및 리베이트 구조를 관리하는 중간업체다. PBM은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거나 약국에 지불하는 금액을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보험사와 환자의 실제 비용 부담이 영향을 받는다. 리베이트는 제약사가 PBM에 일정 비율 또는 금액을 환급해 주는 관행으로, 표면상 환자에게 보이는 가격(표준 가격)과 실제 최종 비용 사이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시장 및 경제적 영향 분석
이번 합의는 약값과 관련한 산업 전반의 투명성 제고와 비용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환자 측면에서는 보험 적용 항목과 비용 공개가 강화되면 소비자는 약품 선택 시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여지가 커진다. FTC의 추산처럼 최대 70억 달러의 절감 효과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환자 본인부담금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다만 절감액은 약가 구조, 보험 계약 조건, PBM과 제약사 간 재협상 결과에 따라 다소간 변동될 수 있다.
보험사와 고용주 측에서는 총 의료비의 일부를 차지하는 약품비가 낮아지면 장기적으로 보험료 상승 압력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PBM이 수익 모델을 리베이트에서 관리수수료(행정수수료)로 전환할 경우 PBM의 수익구조 변화가 보험비에 반영될 수도 있다. 업계는 이미 몇몇 기업들이 할인을 더 명확히 공개하고 수익을 행정수수료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역 약국과의 협력 의무와 비용 공개 의무는 소규모 약국의 영업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리베이트가 해외 법인(예: 스위스 기반)의 구조를 통해 집계되던 관행을 미국 내로 이전하도록 요구한 점은 세법·회계 관련 처리와 규제 감독의 범위를 확대해 추가적인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법적·정책적 시사점
이번 합의는 규제 당국이 PBM의 관행에 대해 보다 강력한 시정 명령을 내리고 장기적 모니터링을 요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PBM을 포함한 중간업체들의 영업 관행에 대한 감독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독립 감시인의 3년 감독과 10년의 구조적 제한은 업계가 제도적 변화를 수용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다.
익스프레스스크립트의 합의가 단지 한 회사의 시정에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의 관행 변화를 촉발할지 여부는 옵텀과 케어마크에 대한 진행 중인 소송 결과 및 향후 제약사·PBM 간 계약 재협상의 내용에 달려 있다.
요약 및 전망
FTC와 익스프레스스크립트 간 합의는 표준 가격 기반의 리베이트 관행 제한, 미국 내 리베이트 집계 이전, 지역 약국 협력 및 비용 공개 의무 등을 통해 환자와 보험사, 소규모 약국의 비용 부담을 낮추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FTC의 절감 추정치는 향후 약값 부담 완화에 대한 경제적 기대를 제공하지만, 실제 영향은 보험 설계 변경, PBM의 수익 모델 전환, 제약사와의 계약 재협상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옵텀과 케어마크에 대한 소송은 계속되고 있어 업계 전반의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