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창업자 다니엘 에크, 차기 행보는 유럽 방위·헬스테크 ‘문샷’ 투자

스톡홀름발(Stockholm) — 스포티파이(Spotify)를 세운 다니엘 에크(Daniel Ek)가 음악 산업에 이어 또 한 번의 대담한 도전에 나선다. 그는 2006년, 해적판 음원과 고가 다운로드 서비스가 지배하던 시장에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세계 음악 지형을 바꿨다. 그 결과 스포티파이는 1,400억 달러(약 19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음악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5년 10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에크는 내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으로 이동한다. 동시에 그는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또 하나의 ‘차세대 스포티파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럽에서 더 많은 스포티파이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AI·딥테크·기후·헬스테크 등 사회적 난제를 풀어낼 초대형(슈퍼)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개인 재산 10억 유로(약 1조 5,000억 원)를 벤처 캐피털 프리마 마테리아(Prima Materia)를 통해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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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Moonshot)’이란?

원래 달 착륙 프로젝트를 가리키는 항공우주 용어였으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실패 확률이 높더라도 성공 시 사회·산업 전반을 혁신할 초대형 기술·비즈니스를 뜻한다.


헬스·방위산업으로 시선 이동

에크는 2018년 스웨덴에서 네코 헬스(Neko Health)를 공동 설립해 정밀 검진을 통한 조기 질병 발견, 예측·예방 의료 모델을 선보였다. 현재까지 3억 2,500만 달러를 유치하며 유럽 헬스테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다른 투자처는 독일 방위 스타트업 헬싱(Helsing)이다. 헬싱은 AI 구동 전투 드론·센서 융합 시스템을 개발하며 누적 투자액 10억 달러 이상, 기업가치 120억 달러(약 16조 원)를 기록했다. 에크는 “글로벌 안보 환경이 변하는 시대에 유럽 기술력이 자주권을 지켜야 한다”며 방위 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상치 못한 역풍 – 아티스트 보이콧

그러나 ‘음악’과 ‘무기’의 결합은 즉각적 반발을 불러왔다. 밴드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킹 기저드 앤 더 리저드 위저드(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 핫라인 TNT(Hotline TNT) 등은 “음악과 무기는 양립할 수 없다”며 스포티파이에서 음원을 철수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의 애널리스트 사이먼 다이슨(Simon Dyson)은 “잇단 보이콧이 스포티파이 브랜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포티파이는 논란과 관련한 질의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저작권료·팟캐스트 투자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으나, 에크는 “해적판을 합법적 모델로 돌린 공로”를 내세워 난관을 헤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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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스트리밍 혁신가에서 ‘코치’로 변신

23세 개발자였던 에크는 공동 창업자 마르틴 로렌트존(Martin Lorentzon)과 함께 ‘구독·광고 기반 스트리밍’ 모델을 제시해 음악 업계를 재편했다. 스포티파이는 가격 통제형 구독 상품·AI 알고리즘 플레이리스트·콘텐츠 다각화(팟캐스트·오디오북)라는 세 가지 축으로 성장했다.

내년 CEO 사임 후에는 15년 이상 함께해 온 구스타프 쇠데르스트롬(Gustav Söderström) 부사장과 알렉스 뇌르스트롬(Alex Norström) 최고사업책임자에게 운영을 맡긴다. 에크는 기자들에게 “선수에서 코치로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통상적인 미국식 이사회 의장보다 더 적극적 역할을 예고했다.

플레이리스트(Playlist) 제작 비하인드를 다룬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더 플레이리스트(The Playlist)》는 스포티파이의 탄생과 성장 스토리를 2022년에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환율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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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각

기술·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에크의 장기 지향점은 ‘유럽 기술 생태계의 자립’”라며, 미국·중국 빅테크에 견줄 ‘유럽발 슈퍼컴퍼니’를 세우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본다. 방위·헬스 두 영역 모두 막대한 기술 장벽과 규제가 존재하지만, 성공 시 파급력 역시 블루오션급이라는 게 중론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에크의 승부수는 단순 재정 지원을 넘어 ‘제품·시장·사회’ 3요소가 맞물린 장기 설계에 방점이 있다. 스포티파이에서 입증된 플랫폼·데이터·네트워크 전략이 헬싱과 네코 헬스에도 접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문화·윤리적 반발, 특히 음악과 방위 산업의 결합이 불러올 브랜드 리스크를 어떻게 완충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