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음원 시장의 절대 강자 스포티파이(Spotify)가 19년 만에 최고경영자 교체라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다니엘 에크(Daniel Ek)가 내년 1월부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에 전념한다고 2025년 9월 30일(현지시간) 회사가 공식 발표했다.
2025년 9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스포티파이는 에크의 뒤를 이을 새로운 경영 구도로 15년 이상 사내에서 호흡을 맞춰온 구스타브 쇠데르스트롬(Gustav Söderström) 최고제품·기술책임자(CPTO)와 알렉스 뇌르스트룀(Alex Norström) 최고사업책임자(CBO)를 ‘공동 CEO(co-CEO)’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인사와 함께 유럽식 이사회 의장 모델을 도입한다. 이에 따라 에크 의장은 미국 기업의 상징적 의장과 달리 자본 배분, 인수·합병(M&A), 신사업 발굴 등 장기 전략 수립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에크는 “
선수(player)에서 감독(coach)으로 역할이 바뀌는 것일 뿐 전략적 지휘봉은 여전히 내가 잡고 있다
”고 강조했다.
주가와 시장 지위
올해 들어 스포티파이 주가는 63% 급등했으나, CEO 교체 소식이 전해진 프리마켓에서는 2.5% 하락세를 기록했다. 회사는 2024 회계연도에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며 체질 개선을 입증했지만, 수익성 확보와 성장 균형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스포티파이는 월간 활성 이용자(MAU) 7억 명, 서비스 음원 1억여 곡이라는 압도적인 규모로 애플뮤직(Apple Music·구독자 약 9천만 명)을 크게 앞선다. 그러나 YouTube Music과 아마존뮤직(Amazon Music)이 각각 영상·쇼핑 구독을 연계해 번들 제공을 확대하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왜 ‘공동 CEO’인가?
공동 CEO 모델은 오라클(Oracle), 넷플릭스(Netflix)가 도입해 복잡해진 글로벌 사업을 분업형 리더십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스포티파이는 기술·제품 개발을 총괄하는 쇠데르스트롬과, 사업·광고·콘텐츠 파트너십을 책임지는 뇌르스트룀을 병행 배치해 의사결정을 신속화한다는 복안이다.
쇠데르스트롬은 “나는 비즈니스 모델(Business)에, 뇌르스트룀은 제품(Product)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단일 팀(single team)처럼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크가 그간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해온 만큼, 공동 CEO 체제도 경영 공백 없이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음악 산업 구조와 수익성 압박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글로벌 뮤직 리포트 2024’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음반 매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296억 달러를 기록했다. 스트리밍 매출이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 중 구독형 스트리밍 수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티스트 및 레이블의 수익 배분 요구, 무료(광고 기반) 이용자 확대로 인한 마진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PP 포어사이트(PP Foresight) 애널리스트 파올로 페스코리노(Paolo Pescatore)는 “에크 리더십 아래 성취가 대단했지만, 새로운 체제는 단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테크 리더로
2006년 설립된 스포티파이는 불법 다운로드와 CD 판매 급감으로 침체됐던 음악 산업을 정액제 스트리밍 모델로 전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2011년 미국 시장 진출은 ‘음악 소비 패러다임 전환’을 알린 신호탄이 됐으며, 에크는 ‘유럽에서도 글로벌 소비자 테크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회사가 연간 흑자를 처음 달성한 것은 2024년에 이르러서였다. 이는 구독료 인상, 비용 절감, 신규 콘텐츠(팟캐스트·오디오북) 확장 전략이 결실을 본 결과다.
핵심 용어 해설
Executive Chairman(이사회 의장)은 거버넌스를 총괄하며, 일반 의장보다 경영 전략과 자본 운용에 적극 참여하는 직책이다. Co-CEO는 의사결정 권한을 2인 이상이 공유해 전문성 분업과 리스크 분산을 추구하는 경영 모델이다. 프리마켓(Pre-market)은 정규장 개장 전 거래되는 시간대로, 기업 뉴스에 즉각 반응하는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전망과 과제
업계는 스포티파이가 팟캐스트·오디오북 등 비(非)음악 콘텐츠 다각화를 통해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 개선과 광고 수익 극대화를 도모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저작권료 인상 압박, 경쟁사 번들 전략, 거시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창작자와 플랫폼 간 수익 배분 구조 개선,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새로운 오디오 포맷 개발의 성공 여부가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라고 평가한다.
한편 공동 CEO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싸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스포티파이는 이미 10년 넘게 수평적·협업형 문화를 유지해 왔으며, 세 인물이 모두 이사회 멤버라는 점에서 거버넌스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결국 스포티파이가 ‘음원 스트리밍 1위’라는 타이틀을 넘어, 종합 오디오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