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미국 백악관의 ‘군사 협력 합의’ 주장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박하며 중동 사태와 관련한 자국 기지 사용 거부 입장은 변함없다고 재확인했다. 이번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페인에 대한 무역 단절 경고를 한 직후 발생해 양국 관계에 긴장을 더하고 있다.
2026년 3월 5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대변인 카롤라인 리빗(Karoline Leavitt)은 3월 4일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측이 어제 대통령의 메시지를 분명히 들었고, 최근 몇 시간 내에 미군과 협력하기로 동의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리빗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은 유럽의 모든 동맹국들이 이 이번 임무에서 협조하기를 기대한다, 이는 단지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를 위한 것”이라며 강한 표현으로 이란 정권을 규탄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리빗의 발언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부인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José Manuel Albares) 외교부 장관은 로이터 통신을 통해 “중동 전쟁에 대한 스페인 정부의 입장과 우리 기지의 사용에 관한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페인 측은 기존의 반전(反戰) 입장을 지속하며 군사적 개입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의 공식 표현은 총리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가 수차례 표명한 바와 같이 “전쟁 반대(No to war)”로 요약된다. 산체스 총리는 이번 중동 위기를 “참사(disaster)”로 규정하고 스페인의 입장을 세 단어로 정리했다: “전쟁 반대”. 산체스는 이란에 대한 미·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유럽 연합 내의 대표적 목소리 중 하나다.
리빗(백악관 대변인) 발언: “With respect to Spain, I think they heard the president’s message yesterday loud and clear, and it’s my understanding, over the past several hours, they’ve agreed to cooperate with the U.S. military.”
알바레스(스페인 외교장관) 발언: “The Spanish government’s position on the war in the Middle East … and the use of our bases has not changed at all.”
정치권·국제 전문가들의 반응도 소개된다. 아란차 곤살레스(Arancha González) 전 스페인 외무장관이자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의 파리국제문제대학원(PSIA) 학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산체스 공격이 유럽 지도자들에 대해 특별히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곤살레스는 트럼프가 이전에 영국의 키어 스타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등과도 충돌한 전례를 언급하며, 공통점은 이들이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나 동기에 대해 반대하거나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무역 제재 가능성에 대한 분석에서 곤살레스는 트럼프의 무역 단절 위협이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스페인은 독자적인 무역정책을 갖지 않으며, 무역 협상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곤살레스는 “미국이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스페인과의 무역을 차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조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3월 5일 목요일 오전 스페인의 대표 주가지수인 Ibex 35 지수는 유럽 주요 증시 가운데 상승률 1.2%로 가장 높은 상승을 기록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같은 시각 0.5% 상승했다. 브뤼셀의 경제 싱크탱크인 브루겔(Bruegel)의 선임연구원 건트람 볼프(Guntram Wolff)는 CNBC 인터뷰에서 “스페인에 대한 연대가 분명히 확인됐다”며 “개별 유럽 동맹국을 특정 정치적 입장으로 강요하려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용어 해설:
Ibex 35는 스페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형 35개 종목을 집계한 주가지수로, 스페인 경제와 주식시장의 전반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Stoxx 600는 유로존을 포함한 유럽 주요 상장기업 600개를 대상으로 산출되는 지수로, 범유럽 증시 흐름을 반영한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북미와 유럽의 집단 방위를 목적으로 하는 군사동맹이며, EU(유럽연합)는 회원국들이 관세·무역정책 등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초국가적 기구이다.
PSIA(파리국제문제대학원)는 프랑스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산하의 국제관계 교육·연구기관으로, 외교·안보 전문가를 배출한다.
전망 및 영향 분석
이번 사태는 외교·안보 측면과 경제·무역 측면에서 다층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첫째, 안보 측면에서 스페인의 기지 사용 거부와 같은 조치는 미군의 유럽 내 작전 계획에 제한을 가할 수 있으며, 이는 나토 동맹 내 분열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스페인 측이 공식적으로 기지 사용 동의를 철회하거나 추가 조치를 발표한 것은 아니며, 스페인은 공개적으로 군사 개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무역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제재 경고는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 근거로 EU의 공동 무역 협상 구조와 미·스페인 간 순수 무역흑자 관계가 언급된다. 실제로 곤살레스 전 장관은 미국이 스페인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음을 지적하며, 제재 실행 시 미국에도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실질적 제재가 단기간 내에 가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셋째, 금융시장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으나, 기사에 보도된 즉시 반응은 오히려 스페인 지수의 강세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동맹국들의 연대 표명과 ‘일방적 압박에 대한 반발’이 시장의 안정심리를 일부 회복시킨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관점에서는 유럽 내 정치적 결속력과 외교적 자율성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의 마찰이 지속될 경우 유럽연합 차원에서의 외교·무역 전략 재검토, 군사 협력 체계의 재정비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 내 방위비 논의, 대미 관계 재정립, 글로벌 공급망 및 무역구조 재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스페인 정부는 백악관의 협력 합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며 기존의 반전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갈등은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유럽 내 연대와 무역구조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켰다. 향후 전개는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조치 여부, 유럽연합의 공동 대응, 그리고 국제사회의 외교적 중재 움직임 등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