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는 어느 부분에서도 통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있다. 로켓 제작사인 스페이스X는 사상 최대 규모에 가까운 자금 조달을 역사적인 기업가치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회사를 계속 통제하게 된다. 테슬라도 또 다른 1조 달러 기업이다.
2026년 6월 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일반적인 IPO와 달리 수요를 보고 가격대를 제시한 뒤 최종 공모가를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당 135달러라는 제시 가격을 그대로 내놓았다. 이는 사실상 투자자에게 “받아들이거나 포기하라”는 방식이다. 공모가 범위를 먼저 제시하고 투자 열기에 따라 최종 가격을 조정하는 통상적인 절차와는 다르다.
다만 주식 발행이 목요일 시작되면서, 월가가 익숙한 일부 관행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언젠가는 약 750억 달러 규모의 IPO 주식이 인수단과 자산운용사에 배정돼야 하며, 이들은 금요일 거래 시작 전에 고객들에게 물량을 전달해야 한다.
IPO 자문사 클래스 V 그룹(Class V Group)의 창업자 리즈 바이어는
“일론이 가격을 정했고, 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가정하면 그 부분은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주식을 어디에 배정할지는 여전히 누군가 결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통상적인 공모에서는 가격 결정이 시장 데뷔 전날 저녁에 이뤄진다. 그에 앞선 수주 동안 발행사와 인수단은 가격 범위를 제시하고, 투자자 수요가 강하면 이를 상향 조정한다. 여기서 인수단이란 공모주를 판매하고 배정 과정을 맡는 증권사 집단을 뜻한다. 한국 독자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IPO에서 인수단의 역할은 공모가 결정과 배정 물량 조율을 동시에 맡는 핵심 절차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세리브러스(Cerebras)는 지난달 IPO를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주당 115~125달러에 주식을 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주에는 가격 범위를 150~160달러로 높였다. 이처럼 공모가 범위는 투자 열기를 반영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결국 IPO 가격은 투자자들이 최종 가격 범위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줘야 하며, 일반적으로 기업은 상단 또는 그 이상의 가격에 공모가가 정해지길 선호한다. 세리브러스는 결국 주당 185달러에 공모가를 확정했고, 이는 순수 AI 상장에 대한 월가의 뜨거운 기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상장 다음 날 주가는 급등했고, 종가는 68% 상승한 311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이 같은 사전 과정을 거의 건너뛰고 있다. 지난주 축소된 로드쇼를 시작하면서 회사는 주당 135달러, 예상 시가총액 1조7700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8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42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회사에 대한 평가다.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는 상장사 9곳 가운데, 최근 1년 매출이 가장 작은 기업은 마이크론(Micron)으로 580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가장 낮은 기업은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인 테슬라이며, 2025년 순이익은 38억 달러였다.
바이어는
“투자자들이 집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숫자”
라고 말했다.
배정 작업을 앞당기는 스페이스X
가격이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바이어는 스페이스X가 통상보다 더 일찍 주식 배정 작업을 시작할 수 있으며, 실제 가격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히 배정해야 할 주식 수가 매우 많다는 점에서 유용할 수 있다.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투자자들에게 수요일에 주문 접수를 마감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이들은 세부 내용이 비공개라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이로써 회사와 인수단이 목요일 하루 전체를 배정 작업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이러한 과정은 더 압축적으로 진행되며, 공식 가격이 확정된 뒤 시장 개장에 가까운 시점에 배정이 이뤄진다.
스페이스X는 이에 대한 CNBC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스페이스X가 일찍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회사가 판매 주식 가운데 약 30%를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약 225억 달러 규모에 해당한다. 반면 피델리티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 몫은 5~10% 수준이다.
공모설명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찰스 슈왑(Charles Schwab), 피델리티(Fidelity), 로빈후드(Robinhood), 소파이(SoFi), 그리고 모건스탠리의 E-트레이드(E-Trade)를 포함한 여러 브로커리지 플랫폼을 통해 주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최종적인 개인 투자자 배정 물량은 장부가 마감되기 전까지 확정할 수 없다. 여기서 장부 마감은 기관 및 개인 수요를 모두 집계해 배정 수량을 정하는 절차를 뜻한다.
2021년 로빈후드의 자체 IPO에서는 이 온라인 거래 플랫폼이 주식의 20~35%를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 배정은 그 범위의 하단에 가까운 수준에서 이뤄졌고, CNBC는 당시 이를 보도했다. 로빈후드 주가는 상장 첫날 8% 하락했다.
스페이스X IPO의 핵심 쟁점은 단순한 공모가가 아니라, 이처럼 막대한 물량을 누가 어떤 비중으로 받게 되느냐에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이 예상대로 높게 유지될 경우, 일반 투자자들의 초기 참여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반대로 배정이 줄어들면 기관투자자 중심의 거래로 쏠리며, 상장 초기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의 공모가와 시가총액이 향후 우주·AI 인프라 관련 대형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번 상장은 머스크가 경영하는 비상장·상장 자산 전반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동시에 드러내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회사가 이미 가격을 고정한 만큼,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배정 구조나 상장 초반 거래 분위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관련 문맥에서 스페이스X의 IPO는 최근 대형 기술주 상장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AI 칩 업체 세리브러스 사례처럼, 공모가 상향과 첫날 강세는 시장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매출 규모와 적자 수준, 그리고 1조7700억 달러라는 기업가치 사이의 간극이 커서, 투자자들이 이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향후 수요와 가격 안정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