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로켓 외교’, 바하마에서 제동…스타링크 무상 제공 전략도 역풍

나사우(바하마) 발(로이터) —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SpaceX)가 지난해 바하마 정부와 ‘팰컨9(Falcon 9)’ 1단 부스터의 해상 착륙을 허용받기 위해 추진했던 로켓 착륙 협상이 현지 정치권의 반발과 환경 우려에 가로막혀 잠정 보류됐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이 로이터 통신 단독 보도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협상 과정에서 바하마 국방군 함정에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인터넷 단말기를 무상 제공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 내 사전 조율 없이 신속히 체결된 계약이라는 내부 지적과 함께, 올 3월 ‘스타십(Starship)’ 폭발 사고 이후 불거진 해양 오염·안전성 논란으로 결국 중단됐다.

‘팰컨9 부스터 착륙’ 계약의 전말

스페이스X는 2024년 2월 체결된 계약을 통해 팰컨9 1단 로켓을 바하마령 엑수마(Exuma) 인근 해역에 착수(着水)시키는 권한을 확보했다. 이 계약은 체스터 쿠퍼 부총리 겸 관광투자항공부 장관이 주도했으며, 당시 여타 핵심 장관들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로이터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위법성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절차적 투명성 부족으로 정부 내부 마찰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협상 ‘당근’으로 제시된 스타링크 단말기 제공 규모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약 12척으로 추산되는 바하마 국방군 함정 가운데 몇 척이 단말기를 설치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국방군 측은 로이터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계약 조건 : 착륙 1회당 10만 달러·대학 기부 100만 달러

바하마 정부 자료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착륙 1회당 10만 달러를 납부해야 하며, 바하마대학교(University of Bahamas)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분기별 우주·공학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국가 최초의 ‘우주 재진입 규정’을 제정하면서 마련된 조항이다.

‘스타십’ 폭발이 불러온 역풍

그러나 2025년 3월 6일, 텍사스 ‘스타베이스(Starbase)’에서 발사된 스타십이 이륙 9분 30초 만에 자동 파괴 명령으로 폭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잔해 수백 점이 바하마 남부섬과 해역으로 떠밀려왔고, 이는 곧 환경 파문으로 이어졌다.

치퀴타 존슨 바하마 민간항공청(Civil Aviation Authority Bahamas) 국장 대행은 “독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으나, 사건은 스페이스X와의 협력 재평가를 촉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후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로이터는 “기존에 소외됐던 정부 부처들의 불만 역시 계약 중단의 주요 요인”이라고 전했다.

현장 목격담과 해상 안전 우려

캐나다인 은퇴 엔지니어 매슈 배스티언은 바하마 라깃드섬(Ragged Island) 해역에서 폭발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처음엔 달이 뜨는 줄 알았지만 이내 거대한 불덩이가 수십 개 꼬리별처럼 흩어졌다”며 “언젠가 대형 잔해가 요트를 덮칠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바하마 해역은 연간 수천 척의 크루즈·어선·요트가 드나드는 관광 lifeline이다. 환경단체 ‘세이브더베이즈(Save The Bays)’ 조 다빌 회장은 “정부의 비공개 계약과 해양 오염 가능성에 분노한다”며 “국민 의견 수렴 절차가 전무했다”고 비판했다.

‘회수 작전’과 규제 공백

폭발 뒤 스페이스X는 헬리콥터·고속정·음파 탐지기를 동원해 잔해 회수 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는 키코 돈체브 발사 담당 부사장도 참여해 현지 기자회견에서 “스타십과 팰컨9은 구조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환경 당국의 아라나 파이프럼 부국장은 “스페이스X 존재 자체가 양분화(polarizing)된 이슈”라며 “주권적 영공·영해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스페이스X가 제출한 환경영향 보고서를 검토하며, 착륙 재개를 위해 우주 재진입 규정을 보완 중이다. 당국자는 “절차·환경 검증 체계를 명문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팰컨9 착륙은 이르면 올여름 말 재개될 가능성이 있지만, 최종 결정은 규제 개정 속도에 달렸다.

배경 용어 설명

팰컨9 부스터는 로켓 1단으로, 재사용을 위해 해상 드론선·영토 인근 해역 등에 착수시킨다. 스타링크는 저궤도(LEO) 위성 약 6,000기로 구성된 인터넷 서비스로, 통신 인프라가 열악한 해상·오지에서도 고속 인터넷을 제공한다. 페어링은 로켓 상단 덮개로, 위성을 보호하다가 우주에서 분리되며 해상 회수된다.

전문가 시각

우주산업 전문가들은 “스타링크 단말기 제공은 외교적 ‘소프트 파워’로, 스페이스X가 각국 규제 문턱을 넘을 때 활용하는 전형적 전략”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기술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소국(小國)은 환경·주권 문제에 민감하며,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없이는 양측 모두 정치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

멕시코 정부가 최근 “발사 잔해 오염”을 이유로 법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한 것처럼, 향후 스페이스X의 글로벌 확장은 환경 규제 준수지역 사회 소통이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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