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스티펠(Stifel Financial)의 수석 전략가 토머스 캐럴(Thomas Carroll)과 배리 배니스터(Barry Bannister)가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서 “예상치 못한 경기 급랭이 현 주식시장의 ‘1999년 같은 파티 분위기’를 종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8월 11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두 전략가는 “역사적으로 증시 과열을 식힌 것은 대부분 갑작스러운 경기 둔화였다”면서 2025년 하반기(2H 2025)에 그 같은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1999년 IT버블, 1929년 대폭락, 2021년 팬데믹 랠리 종착점을 사례로 들며 “밸류에이션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다가도 한순간에 시장의 초점이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반복적으로 상기시켰다.
캐럴과 배니스터는 현재 S&P 500지수가 4월 7일 장중 저점 대비 30% 이상 상승했음을 언급하며 “경제는 ‘기어를 중립에 놓은 것처럼’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데 주가는 천정권으로 치솟는 괴리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이를 ‘호피움(Hopium)¹’이라 표현하며 “착시가 사라지면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고
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높은 물가 상승률과 완만한 성장, 상승하는 실업률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캐럴·배니스터는 “인공지능(AI) 설비투자 붐과 중국·멕시코산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 전 ‘선구매’ 효과가 소비 둔화를 일시적으로 가렸다”면서도 “이미 일부 소비 지표에서 냉각 신호가 관측된다”고 강조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초중반 오일쇼크 이후 등장한 경제 용어로, 기업 투자와 고용·소득이 동시에 위축되는 가운데 물가는 계속 오르는 ‘최악의 조합’으로 불린다. 일반적인 경기 침체와 달리 물가가 내려가지 않아 통화·재정정책 선택지가 제한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 S&P 500 14% 조정 가능성·연말 목표 5,500포인트 제시
스티펠은 S&P 500지수가 최근 고점 대비 최대 14%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전략가는 연말 기준 지수 목표치를 5,500포인트로 제시했는데, 이는 연초 대비 약 6.5% 하락 여지를 시사한다. 월가 컨센서스 대비 낮은 목표치인 만큼 “경계감이 반영된 숫자”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
‘밸류에이션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끝내 틀린 것으로 드러난다
”며 “투자자들은 지금이 1929년·1999년 혹은 2021년과 같은 과열 국면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 방어주(Defensive Value) 비중 확대 권고
캐럴·배니스터는 “‘파티’가 끝나는 순간을 대비해 필수소비재·헬스케어·유틸리티·고품질 가치주 등 방어적 가치(Defensive Value) 섹터를 적극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구체적 시점으로는 “2025년 3분기(3Q25)에 증시 조정이 시작돼 2025년 말 GDP 확정치 발표 이전까지 지속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들은 “‘호피움’은 강력한 마약이지만 우리는 이를 거부한다”며 “냉철한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갑작스러운 변동성 국면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스티펠 보고서가 의미하는 바
스티펠 파이낸셜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중견 투자은행으로, 리테일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리서치 부문에서 독자적 입지를 구축해 왔다. 이번 보고서는 AI 붐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교차하는 ‘후(後)팬데믹 시장’에서 경기·시장 시나리오를 구조적으로 재검토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기 사이클 둔화·매크로 변동성 확대·밸류에이션 부담이라는 ‘삼중(三重) 위험’에 대비해 현금흐름이 견조하고 배당 안정성이 높은 종목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는 조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유동성과 AI 테마가 당분간 상승 모멘텀을 유지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다만 스티펠은 “과거에도 마지막 랠리는 가장 화려했지만, 종종 가장 짧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투자자에게 ‘과도한 낙관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¹ 호피움(Hopium)은 ‘Hope(희망)’와 ‘Opium(아편)’의 합성어로, 근거 없는 낙관주의, 즉 현실을 부정한 채 주가 상승만 기대하는 심리 상태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월가 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