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회장, ‘유럽 자동차 산업의 돌이킬 수 없는 쇠퇴’ 경고

이탈리아 토리노—스텔란티스(Stellantis) 회장 존 엘칸(John Elkann)이 유럽 자동차 산업이 ‘돌이킬 수 없는 쇠퇴’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엘칸 회장은 토리노에서 열린 행사에서 피아트 500(Fiat 500) 신형 하이브리드 소형차대규모 양산 개시를 기념하며 이같이 밝혔다다.

2025년 11월 2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엘칸 회장은 업계 전반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시할 규제 유연화 제안 패키지를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제조사들이 배출 목표를 이행하는 방식에 더 큰 융통성을 갖게 되면 산업 전반의 구조적 쇠퇴를 회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다.

엘칸의 발언과 맞물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EU 탄소배출 규정의 예정된 재검토의 일환으로 12월 10일제안 패키지를 제시할 계획이다. 이 일정은 규제의 중간 점검 성격을 갖고 있으며, 업계의 전환 속도와 실행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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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칸은 이달 초에도 스텔란티스가 유럽 자동차 산업 지원을 위해 EU에 제출된 일련의 조치들을 지지한다고 밝혀 왔다. 그는 이번 토리노 현장 발언을 통해 해당 입장을 다시 확인하며, 업계가 제안하는 조치들이 경쟁력 수호고용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다.

업계가 집행위에 제출한 제안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 내용이 담겼다. 첫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레인지 익스텐더(주행거리 연장기 탑재 차량), 그리고 대체 연료2035년 이후에도 인정하는 방안. 둘째, 2030년에 설정된 중간 탄소감축 목표여러 해 평균치로 산정해 이행 부담을 분산하는 방안. 셋째, 기존 차량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스크랩제(노후차 폐차 보조·교체) 도입. 넷째, 규제를 소형차 생산에 유리하도록 조정하는 방안이다다.

한편, UILM 노조잔루카 피코(Gianluca Ficco)는 성명을 통해 하이브리드 피아트 500의 생산 개시는 이탈리아 내 생산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EU가 자동차 산업 규칙을 ‘너무 늦기 전에’ 바꿔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산업과 일자리에 가혹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다.


주요 발언

주목

엘칸: ‘유럽 자동차 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쇠퇴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피코(UILM): ‘EU는 규칙을 바꿔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


맥락과 의미

엘칸의 메시지는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규제의 경직성이 유럽 제조사에 구조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환기한다. 특히 2030년 중간 목표의 연도별 이행 부담을 다년 평균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은, 배터리 공급망 구축생산라인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다.

또한 2035년 이후에도 PHEV·레인지 익스텐더·대체연료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는, 완전 전기차로의 단선적 전환보다 과도기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시장 접근성(특히 가격 민감 고객층)과 모델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스몰카 우대는 비용 민감한 유럽 고객 기반과 도시 교통 환경을 고려할 때 현실적 선택지로 제시된 것이다다.


용어·정책 해설산업 전환 이해를 위한 기본 개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외부 전원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와 내연기관을 함께 사용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단거리에서는 전기 주행이 가능하고, 장거리에서는 엔진이 개입해 주행 유연성을 확보한다다.

레인지 익스텐더: 주행거리 연장기로, 소형 엔진이나 발전기를 탑재해 배터리를 충전함으로써 전기 주행 가능 거리를 넓히는 구성이다. 순수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 제약주행거리 불안을 완화하는 과도기 기술로 거론된다다.

대체 연료: 전통적 화석연료 이외의 연료를 지칭하는 포괄적 용어다. 정책 논의에서는 합성연료, 바이오 기반 연료 등 다양한 옵션이 함께 검토된다. 다만 어떤 연료를 인정할지와 기준은 정책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다.

스크랩제(scrappage scheme): 노후 차량 폐차 또는 신차 교체를 유도하기 위한 보조·인센티브 제도다. 노후차를 빠르게 감축해 평균 배출을 낮추고, 동시에 내수 수요를 촉진하는 양면 효과가 있다다.

중간 탄소감축 목표의 다년 평균: 특정 연도에 맞춰 단번에 기준을 충족하기보다, 여러 해의 실적을 평균해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설비 투자 시점, 모델 출시 주기, 공급망 이슈 등 현실적 변동성을 흡수하려는 접근이다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U의 행정부 격으로, 법안 제안과 규정 집행을 담당한다. 자동차 배출 규정의 재검토·개정 절차를 주도하며, 제안은 이후 회원국·의회의 심의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다.


분석과 시사점

이번 발언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목표 자체의 후퇴가 아니라 이행 경로의 현실 조정을 통해 산업의 연착륙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하이브리드·대체연료의 과도기적 인정과 소형차 우대는 가격 접근성공급망 안정을 고려한 조합으로, 급격한 전환의 부작용—예컨대 특정 해의 규제 미달에 따른 벌칙 리스크—을 낮출 수 있다다.

다만 이는 정책 신뢰성기술 중립성 사이의 미세한 균형을 요구한다. 과도한 유연성은 투자 신호를 흐릴 수 있고, 반대로 경직된 규제는 생산·고용의 급격한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12월 10일 집행위 제안의 구체성—예컨대 다년 평균 산정의 범위대체연료 인정 요건, 스크랩제의 설계—이 산업 예측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다다.

실행 측면에서 광범위한 스크랩제수요 측 정책으로서 빠른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재원 조달·대상 기준·지역 형평 등 설계 난도가 높다. 소형차 우대는 규제 단위(차량 중량·배출계수·크기 기준 등) 조정과 연결되며, 제조사의 모델 믹스 전략에 직결된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리드 피아트 500 같은 도시형 소형 하이브리드전환기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다.

요컨대, 엘칸의 경고는 산업 경쟁력정책 목표의 균형에 대한 정치·산업계 협의를 촉구하는 신호로 읽힌다. 단기적 유연성을 통해 장기적 전동화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와 투자의 연속성을 어떻게 보장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