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그룹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2025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며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재무 가이던스(전망치)를 다시 제시했다. 반면, 경영진은 올해가 “힘겨운 해이지만 점진적 회복도 기대된다“며 구조조정 및 비용 절감과 같은 ‘어려운 결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 7월 29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지프(Jeep), 닷지(Dodge), 피아트(Fiat), 크라이슬러(Chrysler), 푸조(Peugeot) 등 14개 브랜드를 거느린 다국적 자동차 제조사다. 이번 실적 발표는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매장에서 촬영된 지프 랭글러 4도어 사하라 4×4 사진이 공개된 지 약 4개월 만에 나왔다.
스텔란티스는 2025년 1~6월 순손실 23억 유로(약 2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 순이익 56억 유로에서 급전직하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43억 유로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특히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과 단가가 동반 하락한 것이 실적 악화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측은 지난주 21일(현지시간) 서프라이즈 트레이딩 업데이트를 통해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미리 알렸다. 당시 경영진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와 회사 실적 간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토니오 필로사(Antonio Filosa) CEO는 “취임 이후 몇 주 동안 스텔란티스 내부의 장점과 인적 자원, 그리고 곧 출시 예정인 신차의 경쟁력을 확인했다”면서 “우리는 잘못된 부분은 고치고 잘하는 부분은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2025년 하반기 재무 지침도 재설정했다. 구체적으로는 ① 순매출 확대, ② 한 자릿수 초반대 조정 영업이익률(Adjusted Operating Income Margin), ③ 산업용 프리 캐시플로(Industrial Free Cash Flow) 개선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세부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질적(qualitative) 가이던스이지만, 투자자들로선 최소한의 ‘나침반’을 다시 얻게 된 셈이다.
필로사 CEO는 “2025년은 힘겨운 한 해가 되고 있지만, 점진적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새 경영진은 현실적인 시각으로 도전에 맞서며 수익성 회복과 결과 개선을 위해 필요한 과감한 결단을 계속 단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가 반응 및 시장 평가
실적 발표 직후 밀라노 증시에 상장된 스텔란티스 주가는 장 초반 4.5%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가이던스 재개는 긍정적이지만, 시장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기엔 시간과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용어 풀이
조정 영업이익(Adjusted Operating Income)은 일회성 비용·이익을 제외해 핵심 영업 활동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산업용 프리 캐시플로(Industrial Free Cash Flow)는 자동차 생산·판매 부문에서 발생한 현금 흐름을 의미하며, 배당·자사주 매입 여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쓰인다.
분석 및 전망
스텔란티스는 2021년 PSA 그룹과 FCA 그룹의 합병으로 탄생한 이후, 브랜드 다각화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EV 전환·소프트웨어 플랫폼 확장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 수요 둔화, 관세 인상, 환율 변동 등 대외 변수는 추가 비용 압박으로 작용했다.
필로사 CEO가 언급한 ‘어려운 결정’은 ① 저수익 차종 생산 중단, ② 글로벌 공장 재편, ③ 연구개발(R&D) 집중 투자, ④ 조직 슬림화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북미 시장은 스텔란티스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지프·RAM 트럭 등 고마진 SUV·픽업 라인업의 리프레시가 긴급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가격 할인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본다. 하반기 가이던스 달성을 위해서는 신차 출시 속도와 비용 절감 효과가 실제 판매·영업이익으로 연결돼야 한다. 또한 EV 전환을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계속되는 점은 현금흐름 부담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스텔란티스는 1) 다층 브랜드 포트폴리오, 2) 유럽·북미·남미에 걸친 생산 거점, 3) 협력·합작을 통한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기반으로, 중장기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단기 변동성은 높지만, 구조개혁 성공 시 고수익성 체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