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관세 충격으로 상반기 27억 달러 순손실 예상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닷지·크라이슬러·지프·램(Dodge-Chrysler-Jeep-Ram) 딜러십 주차장에 신형 램(Ram) 픽업트럭이 줄지어 전시돼 있다. 사진=Joe Raedle | Getty Images

세계 4위 완성차 제조사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올해 상반기 23억 유로(약 27억 달러)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회사는 법인세 차감 전 순손실 요인미국발 관세(tariffs)의 초기 영향을 직접적 원인으로 제시했다.

2025년 7월 2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잠정(unaudited) 수치로, 스텔란티스가 4월 30일 기존 재무 가이던스(실적 전망) 발표를 전격 중단한 이후 처음 공개한 구체적 재무 정보다.

스텔란티스는 지프(Jeep), 닷지(Dodge), 피아트(Fiat), 크라이슬러(Chrysler), 푸조(Peugeot) 등 13개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다국적 기업이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 743억 유로를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 850억 유로 대비 약 12.5% 감소한 수치다.

회사 측은 “분석가 추정치와 실제 성과 간 괴리가 커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이례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토니오 필로사(Antonio Filosa)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5월 전임자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가 실적 악화와 미국 사업 차질을 이유로 전격 사임한 뒤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 잠정 실적은 그가 직면한 구조조정 과제가 적지 않음을 재확인해 준다.

밀라노 증시에 상장된 스텔란티스 주가는 21일 오전 1.6% 하락 마감했다. 연초 이후 누적 하락률은 약 38%에 달한다.


2분기 선적량 급감… 관세·원가 부담 ‘4대 악재’

회사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을 짓눌러 온 핵심 요인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조치 초기 비용 ▲법인세 차감 전 약 33억 유로의 순비용 ▲높아진 산업 원가 부담 ▲환율 변동 ▲미국 관세의 조기 충격 등 네 가지다.

스텔란티스는 미국발 관세 부담만으로도 상반기에 최소 3억 유로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관세를 피하기 위한 생산·물류 재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계획적 생산 차질 역시 실적 악화에 기여했다.

회사 관계자는 “1분기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선제적으로 반영됐고, 관세 부담이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면서 상반기 손익이 크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전체 수치는 오는 7월 29일 정식 실적 발표 때 확정된다.

2분기 세계 선적량은 약 14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관세 영향이 큰 수입 완성차 물량 축소와 플릿(fleet·법인·렌터카 등 대량 구매) 채널 판매 감소가 겹치면서, 2분기 선적이 전년 대비 약 10만 9,000대(25%)나 급감했다.


용어 해설: 관세와 플릿 판매

관세(tariff)는 국가가 국경을 통과하는 상품·서비스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수입품 가격을 높여 자국 산업 보호를 노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 한 대당 수천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기업은 생산지 이전·가격 인상·모델 단종 등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플릿(fleet) 판매는 렌터카 업체·법인·정부기관 등 대량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B2B 판매다. 일반 소비자 리테일 판매보다 마진이 낮지만, 물량을 빠르게 소화할 수 있어 경기 침체기에 중요한 판매 채널로 꼽힌다.


전문가 시각

“스텔란티스가 브랜드 포트폴리오 최적화북미 전동화 라인업 재편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관세 부담이 실적 전반에 걸쳐 장기화될 위험이 있다.”

라고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평가한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환율이다. 유로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북미 수익 환산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해 달러화 결제 비중이 높은 부품·소재 수입 비용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스텔란티스는 ▲생산 거점 다변화 ▲관세 회피를 위한 로컬 생산 확대 ▲고부가가치 전기차 라인업 강화 등을 통해 중장기 수익성을 방어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