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 달러에 연동된 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2028년 말까지 미국 은행에서 약 $5000억(5천억 달러) 규모의 예금을 끌어낼 수 있다고 추정됐다. 이 같은 전망은 은행권과 암호화폐 업계 간의 디지털 자산 규제 논쟁을 가열시킬 가능성이 있다.
2026년 1월 2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분석을 제시한 이는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디지털자산 연구 책임자 제프 켄드릭(Geoff Kendrick)이다. 켄드릭은 지역 은행(regional U.S. banks)들이 예금 이탈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석은 은행의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 수입을 기반으로 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대출로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과 예금에 지불하는 이자 사이의 차이”를 의미한다. 켄드릭은 연구 노트에서 “
미국 은행들은 결제 네트워크와 다른 핵심 은행 활동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함에 따라 위협에 직면해 있다
“고 밝혔다.
배경 및 법적 흐름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규제 프레임워크을 만드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달러 연동 토큰의 일반 사용 확대를 촉진할 것으로 널리 예상된다. 지지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즉시 결제 송수신에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와의 교역에서 주로 사용된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암호화폐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했으나, 암호화폐 거래소와 같은 제3자가 토큰에 대해 수익률(yield)을 지급하는 것을 허용하는 여지를 남겨 은행 예금과의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의회 및 규제 논쟁
은행권 로비 단체들은 의회가 이 ‘구멍’을 막지 않으면 예금이 대규모로 이탈해 대부분 대출기관의 주요 자금원인 예금 기반이 훼손되며, 이는 금융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암호화폐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 지급을 금지하는 것은 반경쟁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이달 초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토론·표결하기 위한 청문회를 연기했다. 연기 사유 중 하나로는 은행들의 우려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입법자들 간의 이견이 지목됐다.
예금 유출 규모의 결정 요인
켄드릭은 스테이블코인 채택으로부터 위험에 처할 은행 예금의 총액은 발행사들이 준비금(reserves)을 은행 시스템에 얼마나 보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즉,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준비금의 상당 부분을 미국 은행에 예치하면 예금 이탈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장 큰 두 발행사인 테더(Tether)와 서클(Circle)은 그들의 준비금을 주로 미국 재무부 증권(U.S. Treasuries)에 보유하고 있어 “매우 적은 재예치(re-depositing)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뒷받침 자산이 은행 예금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자산시장에서 유동성으로 남아있다는 의미다.
용어 설명: 스테이블코인과 순이자마진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가치가 특정 자산(주로 미국 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일반적인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결제 수단이나 암호화폐 거래에서 가치를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발행사는 토큰 가치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이나 국채 등으로 준비금을 보유한다.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 NIM)은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 중 하나로, 은행의 자산(대출 등)에서 창출한 이자 수익과 부채(예금 등)에 대한 이자 비용 간의 차이를 말한다. 예금이 줄어들면 저비용의 자금원이 사라져 은행이 더 비싼 자금으로 대체해야 하므로 순이자마진이악화될 수 있다.
금융시장·경제에 대한 영향 분석
스탠다드차타드의 추정치대로 2028년 말까지 최대 $5000억의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경우, 은행권 특히 지역 은행의 유동성·자금조달 비용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예금은 전통적으로 은행의 저비용 핵심 자금원이기 때문에, 이 자금이 줄면 은행들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첫째, 은행의 NIM(순이자마진) 감소이다. 예금을 대체하기 위해 은행이 더 비싼 장기 채권 발행이나 도매차입을 활용하면 이자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투자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
둘째, 대출 공급 축소다. 자금 조달 비용 증가와 규제상 자본·유동성 관리 압박으로 은행이 기업 및 가계 대출을 축소하면 신용 경색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는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시장 변동성 확대 및 보완적 금융상품의 성장이다.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결제 및 단기 수익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될 경우 전통적 예금 대비 높은 유동성과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어 자본시장 구조의 변화와 새로운 규제 수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영향의 강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금 관리 방식, 규제의 추가 조치(예: 제3자 이자 지급 금지의 명확화 여부), 그리고 은행들의 자본·유동성 대처 능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규제가 더 강화되어 제3자의 이자 지급이 차단되면 스테이블코인의 자금유치 매력은 줄어들 수 있으며, 반대로 규제가 느슨하면 자금 이탈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정책적·실무적 고려 사항
정책 입안자와 규제당국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예금유출에 따른 금융안정성 리스크를 평가하고, 필요 시 예금 보험 체계 확대나 은행의 유동성 백업 수단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운용의 투명성을 제고해 준비금의 보관처 및 유동성 성격을 감독해야 한다. 셋째, 법안상의 ‘구멍’으로 지적되는 제3자 이자 지급 허용 여부를 명확히 해 규제 공백으로 인한 예금 이탈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은행 예금의 대체 가능성,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속도, 정책 변화의 방향성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만약 예금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 및 대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며, 중장기적으로는 금융중개 구조와 결제 인프라의 재편이 진행될 수 있다.
결론
스탠다드차타드의 분석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과 은행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실질적 도전을 제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규제의 방향,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금 운영 방식, 그리고 은행들의 대응전략이 예금 이탈의 규모와 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와 시장 참여자 모두 이번 이슈를 통해 결제 및 금융중개 체계의 안정성과 혁신 간 균형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