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금리정책 완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주식은 상승하고 국채 가격은 하락하며 낙관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시장은 다음 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으며, 무려 0.50%p(50bp) ‘빅 컷(big cut)’이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고, 대만 가권지수는 장중·종가 기준 모두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화요일 기록한 사상 최고점에 재차 근접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16~17일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자신의 경제고문인 스티븐 미란을 이사로 앉히려던 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연방 판사가 기존 이사인 리사 쿡을 해임하려는 시도를 잠정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노동시장 둔화가 확연해 통화 완화의 필요성 자체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 시각이다.
물가 지표를 둘러싼 불안 – ‘스태그플레이션’ 경계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PPI(생산자물가)·CPI(소비자물가)라는 핵심 물가 지표가 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를 얼마나 복잡하게 만들 것이냐는 점이다. 오늘(10일) 발표될 8월 PPI와 내일(11일) 공개될 8월 CPI가 연달아 ‘뜨거운(heating)’ 결과를 보이면, 성장은 둔화되는데 물가는 높게 유지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가 재점화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또는 저성장)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정책당국에게 ‘진퇴양난’을 안긴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오를 위험이 있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연착륙(soft landing)’을 달성하려면 지속적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용시장 약화라는 상충 요인을 정교하게 조율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금리선물 시장은 연말까지 총 66bp(0.66%p)의 인하를 반영하고 있으며, 9월 17일 ‘빅 컷’(50bp 인하) 확률을 약 7%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1
유럽과 지정학적 변수
“연준이 글로벌 자산가격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지만, 유럽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는 서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자국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는 폴란드가 러시아 군용 드론을 실제로 격추한 첫 사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NATO 영토에 직접적인 물리적 위협을 가했다는 점에서 긴장이 고조됐다.
또 다른 유럽 변동 요인은 프랑스 정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속에 39세의 측근 세바스티앙 르코르뉘를 취임 2년 만에 다섯 번째 총리로 임명했다. 잇단 개각에도 민심이 돌아서지 않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과 르코르뉘 총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ECB 회의: 동결 컨센서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늘부터 이틀간 통화정책회의를 열지만, 시장과 경제학자들은 ‘금리 동결’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절반 정도로 봤으나, 유로존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이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 안팎)에 근접함에 따라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전망이 급격히 줄었다.
2 참고로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자 단계에서 형성되는 물가 수준을, CPI(Consumer Price Index)는 최종 소비자 단계에서의 물가 변동을 측정한다. 둘 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설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선행·동행 지표다.
수요일(10일) 발표 예정 주요 지표
- 미국 8월 PPI
- 스웨덴 7월 월간 GDP
- 노르웨이·덴마크 8월 CPI
-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7월 산업생산
해당 지표들은 경기 방향성과 물가 추세를 동시에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자료로, 연준과 ECB의 통화정책, 유럽 정치·지정학 리스크라는 복합 변수 속에서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요약하면, ‘이례적으로 약한 고용시장 + 끈질긴 인플레이션’이라는 조합은 연준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여전히 금리 인하에 베팅하면서도,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용어 해설
• 기준금리(Benchmark Rate): 중앙은행이 금융기관 간 초단기 자금 거래에 적용하는 금리. 일반 대출·예금 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 베이시스포인트(bp): 0.01%p를 의미. 예컨대 50bp는 0.50%p, 66bp는 0.66%p에 해당.
• 빅 컷(Big Cut): 중앙은행이 한 번의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p 이상 내리는 파격적 조치를 일컫는 시장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