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 원문 번역]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볼티파이(Voltify)가 화물 열차의 디젤 기관차를 충전식 배터리로 교체해 향후 10년 안에 철도 산업의 탈탄소화를 실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놓았다.
2025년 8월 14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공동 창업자 다프나 랭어(Daphna Langer)는 “디젤을 배터리로 바꾸면 철도업계가 20년 동안 94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라며 “향후 연간 최대 1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보고서에서 철도 부문이 2030년까지 매년 5%씩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넷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2021년 네이처 에너지 논문은 배터리 전환이 미국 화물철도사가 20년 간 940억 달러를 아낄 것이라 전망했다.
볼티파이가 제시한 ‘볼트카(VoltCar)’는 소듐-이온 배터리를 바퀴 달린 화차 형태로 제작해 기존 기관차 뒤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별도 인프라 개조가 최소화돼 운영 편의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전통적 ‘클래스1’ 철도사 6곳만 설득하면 판이 뒤집힌다
미 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화물철도 시장 규모는 연 8천억 달러에 달한다. 그중 클래스1(Class 1) 철도사는 연매출 9억 달러 이상인 대형 사업자를 뜻한다. 유니온 퍼시픽(Union Pacific)·CSX·BNSF 등 6개사가 디젤 연료비로만 연 11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유니온 퍼시픽은 2024년 한 해에만 24억 5천만 달러를 썼다.
공동 창업자 알론 케셀(Alon Kessel)은 태양광 발전사 도럴 에너지(Doral)의 공동 설립자 출신으로, “6개 회사만 전환시키면 업계 전체에 도미노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랭어도 “단 6개 기업 설득으로 거대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이라고 부연했다.
‘충전 시간·전력 공급’ 의심 해소 위해 1300개 이상¹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볼티파이는 열차 운행 경로별 전력 수요를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1년간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태양광 기반 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² 첫 번째 시범 설비를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다. 랭어는 “북미 전 열차를 돌리려면 약 1,400곳의 마이크로그리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이메일에서 밝혔다.
1 마이크로그리드²: 태양광·배터리·고압충전 설비가 결합된 소규모 독립 전력망
‘배터리 기관차’ 선발주자 왑텍·지멘스와의 차별점
이미 2019년 왑텍(Wabtec)은 FLXdrive 배터리 기관차를 개발해 호주 광산기업 BHP에 공급했다. 왑텍 대변인 팀 베이더는 이메일에서 “연료가 철도사의 최대 비용 요소인 만큼, 해당 기술은 디젤 사용과 배출을 30% 줄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충전 시간·배터리 용량·인프라 비용 등 ‘시장 진입 장벽’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더는 “연구가 축적될수록 문제는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멘스 모빌리티 북미 대행 CEO 토비아스 바우어는 “배터리 여객열차 시장도 상당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현재 충전식 Charger B+AC 기관차를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메트로-노스에 13대 공급했다고 밝혔다. 해당 차량은 전차선(가선)에서 전력을 받고 비가선 구간에서는 배터리로 주행하며, 1회 충전 최대 100마일(약 160km)까지 달릴 수 있다.
파일럿→상용화 로드맵 … 2026년 ‘클래스1’ 시범 운행
랭어는 CNBC에 “현재 북미 3대 철도사와 ‘매우 활발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 소규모 철도사와 시범 사업을 실행하고, 2026년 초 클래스1 회사와 파일럿 프로그램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개월간의 실증이 성공하면 상업적 배치로 전환될 전망이다.
볼티파이는 2023년 설립 이후 초기 회의에서 “우리는 에너지원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단, 언제나 공급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는 업계의 현실적 우려를 직면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가동시간(업타임) 보장’을 최우선 설계 기준으로 삼았다.
낯선 용어 해설
• 클래스1 철도사(Class 1 railroads): 미 연방정부가 분류한 매출 9억 달러 이상 초대형 화물철도 운영사.
•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태양광·풍력 등 분산전원을 지역 단위로 통합해 대형 전력망과 독립/병행 운전이 가능한 소규모 전력 시스템.
• 가선(Catenary wires): 전철·전차의 전력 공급을 위해 설치한 머리 위 전선. 배터리 기관차는 가선 구간에서 충전하며 비가선 구간에서는 자체 배터리로 주행한다.
한편 지멘스는 2월 스위스 화물 사업자 WRS Widmer Rail Services로부터 리튬-이온 ‘벡트론’(Vectron) 배터리 기관차 2대를 수주했다. 바우어 대행 CEO는 “화물 부문도 노선 특성과 충전 인프라가 확보되면 전면 배터리 전환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 이 기사는 CNBC 마이클 웨일런(Michael Wayland) 기자가 일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