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동주의(Activist) 헤지펀드 스타보드 밸류(Starboard Value)가 2분기에 세일즈포스(Salesforce) 주식을 대거 매입하며 지분을 약 50%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매수는 2022년 말 처음으로 변화를 요구했던 당시의 공세를 연상시키는 움직임이다.
2025년 8월 14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스타보드는 6월 30일 기준 세일즈포스 주식 13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는 1분기 말 84만9,679주 대비 +52% 늘어난 수치다. 13F는 분기 말 보유 미 증시 상장주식 내역을 4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한 서류로, 주요 기관투자가의 포지션 변화를 가늠할 핵심 참고자료로 쓰인다.
주가 흐름과 배경
세일즈포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거의 30% 하락했으며, 최근 12개월 기준으로도 약 9% 내림세다. 시가총액은 2,230억 달러(약 297조 원)로 여전히 대형주 반열이지만, 시장 기대치와 실제 실적 간 괴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2023년 1차 압박
세일즈포스는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엘리엇 매니지먼트, 서드포인트 등 다수의 행동주의 투자가로부터 비용 구조 개선과 이사회 재편을 요구받았다. 당시 회사는 실적 개선, 신임 사외이사 선임 등으로 공세를 일정 부분 무마했고, 상당수 펀드는 2023년 중반 이후 보유 지분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스타보드의 재진입 의미
“2023년 세일즈포스 주가는 연간 100% 가까이 급등했지만, 효율성·수익성 개선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 — 제프리 스미스(Jeffrey Smith) 스타보드 CEO, 2023년 12월 연설 中
그동안 관망하던 스타보드는 회사가 약속한 체질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보드 측은 이번 공시 후 별도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른 포트폴리오 변동
같은 보고서에서 스타보드는 화이자(Pfizer) 지분을 10.5% 늘려 850만 주까지 확대했다. 화이자에는 2024년 9월 10억 달러 규모 전략적 지분을 공개하며 실적 부진 타개를 촉구한 바 있다. 반면, 소프트웨어 설계사 오토데스크(Autodesk) 지분은 합의 타결 이후 약 27% 줄였다.
13F 공시 이해 돕기
13F 보고서는 순자산 1억 달러 이상의 미국 기관투자가에게 분기별 미상장 제외 보유 주식 내역 공개를 의무화한 제도다. 발표 시점 특성상 ‘역사적 데이터’지만, 대형 펀드의 매매 패턴과 섹터 선호도 파악에 널리 활용된다.
행동주의 펀드란?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경영진 교체, 비용 절감, 구조조정, 자사주 매입 등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공적·사적 압박을 병행한다. 한국 독자에겐 엘리엇·서드포인트 사례로 익숙하다. 장기 주주 관점에서는 수익률 제고 효과가 있으나, 단기적 경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주 간 의견이 갈리곤 한다.
시장·전문가 시각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세일즈포스가 여전히 생성 AI 기반 CRM(고객관계관리) 플랫폼 확장 등 성장 모멘텀을 보유했다고 진단한다. 다만 높은 R&D 비용과 인력 구조조정 불확실성이 수익성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스타보드가 재차 등장한 점은 경영진에 대한 압박 카드로 작용해 단기 주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전문적 통찰
기자는 세일즈포스가 운영 마진 30%대 달성을 위한 대대적 체질 개선을 단행하지 않는 한, 행동주의 세력이 다시금 연합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2026 회계연도 실적 가이던스가 ‘투자자 친화적인 수준’으로 제시된다면 주가 반등이 가능하겠으나, 마진 개선 실패 시 PE(주가수익비율) 프리미엄 축소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