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외식(外食) 브랜드가 중국 현지 사모펀드(Private Equity, PE)에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프리미엄 서구 제품만으로도 잘 팔리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본사에서 먼 곳에서 내리는 의사결정만으로는 중국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이기기 어렵다는 현실이 작동하고 있다. 중국 현지 PE는 메뉴 개편, 가격 조정, 하위 도시(下位都市)로의 신속한 확장 등 현지화 속도가 빠르며 이러한 기민함이 외국 브랜드의 성장 전략에서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2025년 12월 1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외식 체인의 중국 사업 매각·합작 투자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Starbucks)는 중국 법인의 60% 지분을 보유한 매각을 통해 보유(예정)한 자본 규모 40억 달러(약 5조 원) 규모의 거래를 추진 중이며, 보유 지분과 운영권을 Boyu Capital(보유 캐피털)에게 매각하는 안을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향후 10년간 해당 사업 가치를 3배 이상으로 성장시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이 과정에서 시애틀 본사의 지식재산권(IP) 사용에 따른 로열티(라이선스 수수료)가 핵심 수익원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사례로, CPE Capital은 버거킹(Burger King) 중국 사업에 3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83%의 지분을 확보하는 조건의 거래를 추진하고 있으며, 두 건의 합작법인은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베이징 기반의 IDG Capital이 프랑스 요거트 브랜드 욜레(Yoplait)의 중국 사업을 약 2억5천만 달러(약 3천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거래로 인수해 지배지분을 확보했다.
이 같은 거래 흐름은 단발성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General Mills가 중국의 하겐다즈(Haagen-Dazs) 매장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와 함께, 스웨덴 오트밀크 업체인 Oatly Group AB도 중국 사업 매각(또는 지분 정리)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외국 브랜드들이 중국 내 토종(현지) 경쟁사들과의 가격 경쟁, 디지털 전략, 소비자 기호 파악 속도에서 밀리며 사업구조를 재검토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부상은 실질적 수치로도 드러난다. 예컨대 Luckin Coffee(루이싱커피)는 2023년 기준 매출과 점포 수에서 스타벅스를 앞섰다. 또한 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은 중국 내 버거킹 매장의 점포당 평균 매출이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난항을 겪었다. 이러한 성적표는 본사 중심의 운영 방식으로는 중국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현지 PE의 장점과 역할
컨설팅사 YCP의 파트너 Kei Hasegawa는 “PE의 개입은 사업을 ‘중국 속도(China speed)’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고, Bain & Company의 중국 PE 담당 파트너 Hao Zhou는 현지 파트너가 단순 자금 공급을 넘어 경영진 교체·현장 운영 개선·현지 인재 네트워크 활용 등 턴어라운드 경험과 깊은 섹터 전문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딜이 마무리되기 전에도 PE는 회사에 들어가 핵심 이니셔티브에 즉시 착수할 준비를 한다.’
실무적으로는 로열티 구조(라이선스 수수료)가 이번 거래 모델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경쟁 입찰 과정에서 Boyu가 제시한 로열티 수준이 다른 입찰자보다 높았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복수의 관계자 언급이 있다. PitchBook의 APAC 사모자본 애널리스트 Ansel Tan과 Melanie Tng는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소유지분을 축소하되 IP 라이선스 권리는 유지하면서 일상 운영은 PE에게 맡기는 방식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PE가 자회사(카브아웃, carve-out)를 노리는 이유
PE들이 다국적 기업의 중국 자회사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의 부진한 딜메이킹 이후 유휴 자본을 배치해야 하는 압박이 있다는 점과 함께 안정적인 현금흐름, 기존의 브랜드 가치, 그리고 향후 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자리한다. 예컨대 스타벅스 딜에는 20곳 이상의 매수 후보가 초기 관심을 보였고, 대부분 PE였다. Bain의 Zhou는 “이들 사업체는 강력한 현금흐름과 명확한 성장 잠재력을 지녀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에서는 성공적 사례로서 맥도날드(McDonald’s)의 중국 투자가 자주 언급된다. 2023년 맥도날드 중국은 카일리(얀)에서 보유 지분을 환매했으며, PE 쪽은 약 6.7배의 투자수익률(ROI)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ARC Group의 M&A China 책임자 Jess Zhou에 따르면, 올해(2025년) 중국 내 PE 후원 카브아웃 딜의 합산 가치는 12월 9일 기준 약 390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이는 2024년의 전체(230억 달러)와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올해의 증가에는 PAG가 주도한 대형 거래인 다롄 완다(Dalian Wanda) 소속 48개 쇼핑몰에 대한 약 69억 달러 규모의 인수도 포함되어 있다.
용어 설명
카브아웃(carve-out)은 대기업이 비핵심 또는 특정 사업부(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해 별도 법인이나 PE가 인수하는 거래를 뜻한다. 카브아웃은 인수자에게는 이미 검증된 현금창출 자산을 제공하고, 매도자에게는 기업 전략의 재정비와 자본 회수 기회를 제공한다.
로열티(royalty)는 브랜드 사용료나 지식재산권 사용 대가로 매출 또는 매장 수익의 일정 비율을 본사에 지급하는 구조다. 높은 로열티는 초기 현금 유입을 낮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본사에 안정적 수익을 제공하며 PE는 낮은 선지급액과 높은 로열티를 조합해 확장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미래 영향 분석 — 소비자·임대·자본시장에 미치는 파급
이번 일련의 거래는 향후 중국 외식 유통 구조와 관련 부문 가격 형성에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첫째, 현지 PE 주도의 운영 혁신은 매장 효율성 향상과 제품 포트폴리오의 현지화를 촉진해 단기적으로는 가격 경쟁을 통한 마진 압박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둘째, PE가 임대 조건을 개선하거나 대형 쇼핑몰 운영사와의 협업을 통해 점포 임대료 구조를 재협상할 경우, 지점별 손익 분기점(BEP)이 하향 조정돼 공격적 확장이 가능해진다. 셋째, 외국 본사가 보유한 IP 수익(로열티)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경우 본사 재무 실적에는 안정적 현금흐름으로 긍정적이나, 로열티 비중 증가가 현지 소비자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또한,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PE들이 인수 후 가치 제고를 통해 재매각(secondary sale)이나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면 해당 섹터의 밸류에이션(Valuation) 리레이팅(재평가)이 일어나 다수 관련 기업의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경쟁 심화와 소비 둔화가 겹칠 경우에는 기대 대비 실적 부진으로 밸류에이션이 제한받을 수 있다. 최종 결과는 각 합작법인의 실행 능력, 로컬 네트워크 활용도, 그리고 중국 국내 소비 회복 속도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정리
요약하면, 스타벅스·버거킹 등 서구 외식 대기업의 중국 사업 지분 매각·합작은 중국 시장의 현지화 속도와 경쟁 압력, 그리고 PE가 제공하는 실행력과 네트워크가 결합된 결과다. 이러한 트렌드는 외국 기업의 전략 전환을 촉발하며, 단순한 자금조달을 넘어서 중국 내 비즈니스 모델의 재설계와 가격·유통 구조의 변화를 예고한다. 향후 수년간 이 분야의 추가 딜과 재편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가격, 임대 시장, 자본시장 등에 연쇄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