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중앙은행(SNB)은 다음 주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하기보다는 현재의 0% 금리를 유지하고 2026년까지도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밑돌아 SNB의 물가 안정 목표 범위 하단에 근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기조를 급하게 바꿀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25년 12월 3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취리히(스위스)를 기반으로 한 시장의 전망은 다음 주 예정된 금리 결정에서 SNB가 0%의 정책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보도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0%의 정책금리가 단기간에 마이너스권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일부는 2026년 전체에 걸쳐서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스위스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11월 연간 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0%로 집계되어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낮았다. 로이터가 실시한 애널리스트 설문조사에서는 11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 수준인 0.1%로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실제 수치는 그보다 낮게 나왔다. 이 같은 0% 수치는 SNB가 설정한 물가 안정 목표 범위인 0%~2%의 하단에 해당하며,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기록되었다.
이 수치는 SNB의 다음 금리 결정(12월 11일) 전 마지막 물가 지표이다. 중앙은행은 해당 수치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물가 둔화에도 불구하고 SNB가 기준금리를 0%에서 인하하거나 마이너스 금리를 재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J.Safra Sarasin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카르스텐 유니우스(Karsten Junius)는 “정책 변경의 필요성이 없다”라고 말하며 2026년에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경제연구단체 economiesuiss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돌프 민슈(Rudolf Minsch)는 중앙은행이 다음 주에 금리를 0%로 유지하고 2026년 내내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며, 스위스의 물가가 내년에 약 0.4%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을 동반하며,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에만 사용된다. 현재로서는 그런 긴급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와 유사하게 UBS의 이코노미스트 알레산드로 비(Alessandro Bee)도 SNB가 2026년까지 0%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내년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의 다소 가속화를 전망했다.
시장 기대 또한 당분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쪽으로 형성되어 있다. SNB 내부 인사들도 이전 발언에서 향후 인플레이션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을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일시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0%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을 관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용어 설명
마이너스 금리(negative interest rates)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초과지준에 대해 음(-)의 이자율을 부과하는 통화정책 수단이다. 일반적으로 통화 완화(경기부양)를 위해 활용되며, 예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기관의 대출 확대 유인을 높이려 하지만 예금자·금융시스템·자본 흐름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SNB는 과거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전력이 있으나, 마이너스 금리는 상당한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수반하므로 사용에 높은 문턱을 두는 편이다.
SNB의 물가 안정 목표는 연간 인플레이션율을 0%에서 2% 사이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 범위의 하단 또는 상단을 잠시 벗어나는 현상은 일시적으로 허용하되, 중장기적으로 목표 범위 내로 복귀시킬 수 있는 정책 수단의 유무와 타이밍이 중앙은행의 판단 사안이다.
전문적 통찰과 전망
이번 11월 물가 하락이 SNB의 즉각적 정책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와 통화정책의 극적 변화에 대해 높은 인내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통화정책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SNB의 전통적 태도와 부합한다. 둘째, 단기적으로 스위스 프랑화 환율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다음 주 결정에서의 유지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어, 깜짝 약세를 유발할 확률은 낮다.
셋째, 경제 전반의 수요 측면이나 임금 상승 압력, 글로벌 공급여건 변화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경제 주체들이 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 여력을 회복하면 물가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SNB가 완화적인 태도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대로 물가 하방 압력이 더 이어질 경우 SNB가 비전통적 수단을 고려할 여지가 생기겠지만, 보도된 경제학자들의 관점처럼 마이너스 금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종합적으로 볼 때, 단기적으로는 0% 금리 유지가 유력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의 경로와 임금·수요 지표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시장은 현재 SNB의 보수적·점진적 접근을 전제로 포지셔닝하고 있으며, 다음 금리 결정 시기인 12월 11일까지 나올 추가 지표와 중앙은행의 공식 성명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