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 – 스위스국립은행(SNB)이 최근 공개한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은행은 지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동시에 미국의 관세 조치가 제약·바이오 산업으로 확산될 위험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2025년 10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SNB는 9월 25일 통화정책 결정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경기가 다소 둔화하리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완화 정책이 여전히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의사록은 “인플레이션 전망과 경제전망이 통화정책 변경의 필요성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SNB는 현재의 확장적 정책 기조가 앞으로도 물가상승률을 목표 범위인 0~2% 내에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은 또한 과거의 금리 인하 효과가 아직 실물경제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의사록이 SNB가 마이너스 금리를 재도입할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발리저 칸토날방크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게로 융은 “
현재로서는 큰 충격이 없는 한 0% 정책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고 진단했다. UBS 이코노미스트 막시므 보테롱 역시 “SNB는 현 수준의 정책이 충분히 완화적이라 판단하며, 향후 몇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을 소폭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의사록 공개는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SNB가 통화정책 결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회의 기록이나 점도표와 같은 자료를 통해 시장과 적극 소통해 왔으며, SNB는 그동안 비교적 정보를 제한적으로 제공해 왔다.
미국 관세 리스크 강조
SNB는 의사록에서 지난 8월 미국이 스위스산 제품에 부과한 39% 관세를 언급하며, 의약·바이오 분야까지 관세가 확대될 경우 스위스 경제에 미칠 잠재적 충격을 우려했다. 다만 의사록은 “현재까지는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수출 중심 산업을 넘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됐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평가했다.
용어 해설
마이너스 금리(negative interest rate)란 은행이 시중은행의 초과지준에 대해 오히려 ‘보관료’를 부과하며 사실상 금리를 음(-)의 영역으로 내리는 정책을 뜻한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스위스는 –0.75%까지 금리를 낮춰, 스위스 프랑 강세를 완화하고 수출 경쟁력을 방어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물가 상승률과 글로벌 통화긴축 흐름에 맞춰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해 현재 0%로 복귀한 상태다.
의사록(minutes) 공개는 중앙은행이 회의 토론 내용을 요약해 시장에 제공하는 것으로, 향후 정책 방향성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우 수년 전부터 FOMC 회의 후 3주 뒤 의사록을 공개해 왔으며,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2015년부터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전문가 해설 및 시사점
이번 의사록은 SNB가 과거의 음(陰)적 금리 기조로 회귀할 의사가 크지 않음을 확인시켜 준다. 스위스는 수년간 초저금리 정책을 통해 통화가치 상승을 억제했지만, 장기적인 부작용(은행 수익성 악화·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도 증대해 왔다. SNB가 물가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한, 정책금리의 추가 인하 카드가 다시 꺼내 들여질 가능성은 미미하다.
다만 무역 분쟁이 의약·바이오산업까지 번질 경우 스위스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제약은 스위스 GDP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NB는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스위스 프랑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이나 유동성 공급 확대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시장은 미국 관세 정책의 추가 변화와 스위스 물가 지표를 주시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강화될 경우 SNB의 스탠스 변화 여부가 재차 관심을 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