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핀테크 클라르나, 13억7천만 달러 규모 IPO 후 뉴욕증시 화려한 데뷔

[뉴욕발]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30% 급등하며 시가총액 196억5천만 달러(약 26조9천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쪼그라들었던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의 회복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2025년 9월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클라르나 주가는 $40의 공모가 대비 첫 거래일 시초가가 $52로 형성돼 30% 상승했다. 이번 상장을 통해 회사는 총 34억3천만 주(지분)를 매각했으며, 전체 IPO 규모는 13억7천만 달러에 달했다.

IPO 시장에 몰린 관심
클라르나가 문을 연 이번 주에는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를 포함해 7개 기업이 뉴욕증시 입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수년 만에 최대 규모의 IPO 러시로, 관세 갈등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던 대어들의 대기 행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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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변동성·상장 보류…그리고 재개
클라르나와 다른 빅네임 기업들은 2025년 4월 관세 이슈로 증시가 요동치자 상장 계획을 일시 중단했으나, 가을로 접어들면서 시장 심리가 회복되자 다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공모가는 당초 제시된 밴드(주당 35~37달러) 상단을 웃도는 40달러로 확정됐으며, 이는 회사 가치를 151억 달러로 책정했다.

“이번 상장은 새로운 주주, 1억1,100만 명에 달하는 소비자들과 함께 금융 서비스를 재편하려는 우리의 여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 니클라스 네글렌 CFO

주요 주주와 지분 변동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세쿼이아 캐피털, 덴마크 억만장자 안데르스 홀크 포울센의 투자 지주회사 하트랜드 A/S 등 기존 주주들은 이번 IPO로 총 11억7천만 달러를 회수했다. 반면 세바스티안 시미앗코프스키 최고경영자(지분율 약 7%)는 단 한 주도 매도하지 않았다.

스웨덴 기업의 美 최대 상장 사례
클라르나는 2018년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이후 미국 시장에 상장한 최대 규모의 스웨덴 기업이다. 머저마켓(Mergermarket) ECM 헤드 사무엘 커는 “$150억 달러 밸류에이션이면 기대 이상이며, 투자자 수요 극대화를 위한 보수적 가격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눈부셨던 정점과 혹독한 조정
클라르나는 2021년 사모펀드 라운드에서 $456억 밸류를 인정받았지만, 2022년에는 급격한 인플레이션·금리 인상 여파로 $67억까지 추락했다가 이번 상장으로 체면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2021년에는 직상장(Direct Listing)도 검토했으나, 결국 전통적 공모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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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에게도 긍정적 신호”
AJ벨(AJ Bell) 투자디렉터 러스 몰드는 “클라르나가 성공적인 애프터마켓(2차 시장) 성적을 거두면 다른 핀테크 기업들도 상장을 가속할 것”이라면서도 “좋은 딜 하나가 나머지 품질이 떨어지는 공모를 부추길 위험”을 경고했다.


BNPL(선구매·후결제) 모델 집중 조명

BNPL이란?
Buy Now, Pay Later의 약자로, 온라인 쇼핑 결제 시 구매 금액을 무이자 또는 저이자여러 차례 나눠 납부할 수 있는 단기 할부 금융 서비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 확대 배경
물가 상승, 고용시장 불확실성, 실질소득 둔화 등 소비 환경 악화 속에서 소액·단기 자금 수요가 커지자 BNPL은 ‘카드 결제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쟁사 비교
미국 경쟁사 어펌(Affirm)은 시총 $290억으로, 올해 주가가 45% 급등했다. 어펌의 평균 주문 금액이 276달러인 반면, 클라르나는 101달러(2025년 6월 30일 기준)로 소액·단기 대출에 특화돼 있다. 어펌은 고가품·장기 무이자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모색 중이다.

수익성 도전
클라르나는 설립 이후 14년간 흑자를 기록했으나, 미국 등 신시장 확장 과정에서 최근 적자를 겪고 있다. 시미앗코프스키 CEO는 “유저 수 확대보다는 기존 고객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전망
애널리스트들은 BNPL이 향후 직불카드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잠식할 것으로 본다. 애넥스 웰스 매니지먼트(Annex Wealth Management)의 브라이언 제이컵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클라르나 IPO는 BNPL 섹터의 체온계라고 표현했다.


기자 해설 및 전망

이번 상장은 글로벌 핀테크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본격화됐음을 시사한다. 팬데믹 시기 형성된 고평가가 디플레이트된 후에도 투자자 관심이 유지됐다는 점에서, 성장성 대비 합리적 가격이라는 시장 공감대가 재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장기 고금리 국면 속에서도 소비자 금융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견조한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후발 주자들의 상장 전략에 중요한 벤치마크가 될 전망이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도 BNPL은 아직 규제 불확실성신용평가 모델 등 해결 과제가 남아 있지만, 마이데이터·오픈뱅킹과 결합될 경우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주담대·카드·소액대출 간 잠재적 Kannibalization(잠식) 리스크, 미회수율 상승 등 건전성 관리 문제도 상존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