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키루나, 지반침하로 도시를 건물 단위로 이전한다 — 유럽의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의 파장

스웨덴 북부의 도시 키루나(Kiruna)가 광산 확장으로 인한 지반침하 때문에 도시 전체를 동쪽으로 옮기는 대규모 재배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수천 명의 주민과 수백 건의 건물을 이전하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급진적인 도시 변형 사례로 평가된다.

2025년 12월 29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키루나는 북극권에서 약 14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소도시로, 국영 광업회사인 LKAB의 대형 지하 철광석 광산 확장으로 인한 지반침하가 직접적인 이전의 원인이다. LKAB는 이 지역에서 유럽 최대 규모로 알려진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매장지 중 하나를 확인했다고 2025년 1월 12일 발표했고, 이로 인해 지역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졌다.

이전 계획의 기원과 범위

주목

키루나의 도시 이전 계획은 2004년에 처음 수립되었으며, 신도시는 기존 도심에서 동쪽으로 약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다각도의 다년(多年) 프로젝트로 조성되고 있다. LKAB는 이미 광산 확장으로 인해 향후 6,000명의 주민과 2,700채의 주택을 추가로 이전해야 한다고 발표했으며, 이와 관련한 보상 및 재정비 비용은 향후 10년간 225억 스웨덴크로나(약 24억 달러)로 추정된다.

LKAB facility in Kiruna
Jonas Ekstromer | AFP | Getty Images, LKAB 시설 전경

상징적 이전 사례 — 키루나 교회

2025년 8월, 키루나의 상징적 목조 건축물인 키루나 교회(Kiruna Church)가 전문 운반장비에 의해 통째로 이동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교회는 설립된 지 113년이 되는 건물로 672.4톤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틀에 걸쳐 약 3km를 이동해 옮겨졌다. 같은 시기에 LKAB는 광산 확장으로 추가적인 주민·주택 이전이 불가피함을 다시 알렸다.

주목

현지와 기업의 입장

LKAB의 공보·대외관계 담당 수석부사장인 니클라스 요한손(Niklas Johansson)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대상 주민들에게는 현재 재산시세에 25%를 더한 금액 또는 신축 주택 공급을 제안하고 있으며, 약 90%의 주민이 신축 주택 제공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행정적으로 개발 가능한 토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토지의 상당 부분은 북극권 위의 국유지로 남아 있어, 사슴목축(사미(Sami) 전통 활동), 국방, 자연보전 등 여러 영역과 충돌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도시의 모든 주민은 우리가 언젠가 집을 옮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광물 위에 세워진 도시다.” — 마츠 타아베니쿠(Mats Taaveniku), 키루나 시의회 의장

정치적·재정적 지원의 필요성

키루나의 시의회 의장 마츠 타아베니쿠는 이번 이전을 “거대한 프로젝트”라 칭하며 스웨덴 정부와 유럽연합(EU)의 더 큰 정치적·재정적 지원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와 LKAB, 그리고 중앙정부 간의 갈등을 언급하며 EU가 전략적 광물에 대해 정치적 선언과 재정적 지원을 함께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CNBC는 스웨덴 정부와 유럽집행위원회의 대변인들에게 입장을 문의했다.

Kiruna church being transported
Bernd Lauter | Getty Images News | Getty Images, 2025년 8월 20일 키루나 교회 이동 장면

지역사회 및 문화적 우려

일부 전문가와 지역 주민은 광물 채굴과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토착민인 Sami(사미)족의 순록 목축과 문화에 미칠 영향이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사회·문화적 갈등은 개발·국방·토지 사용권과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이는 행정·법률적 해결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기후·생활환경 변화의 우려

이전을 통해 조성되는 신도심은 도시 설계상 격자형 배치(grid)로 계획되어 있어, 찬 공기가 고이기 쉬운 지역에 위치하게 된다. 예테보리(University of Gothenburg)의 연구에 따르면 신도심은 겨울철 기온이 기존보다 최대 10도(섭씨) 정도 더 낮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긴 겨울과 눈이 많은 기후를 가진 도시의 생활환경 및 인간의 쾌적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시 설계에서 고층 건물·좁은 도로는 저녁 및 겨울철 일조량이 지면에 도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며, 이는 난방비·보건·건축물의 내구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Worker in LKAB mine tunnels
Jonathan Nackstrand | AFP | Getty Images, 2025년 8월 21일 LKAB 지하 갱도 작업 장면

정책적 맥락 — EU의 전략과 국내 생산 목표

유럽연합은 LKAB가 확인한 희토류 매장지를 ‘전략적’으로 지정했으며, 이는 EU의 Critical Raw Materials Act(핵심원자재법)에 따른 조치다. 이 법은 2030년까지 지역 내 수요의 연간 40%를 국내 생산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LKAB는 글로벌 규모에서는 작은 기업이지만, EU 내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회사가 EU 연간 철광석 생산량의 약 80%를 담당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전문 용어 설명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전기차, 풍력발전, 전자기기, 군사장비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원소군을 말한다. 이들은 개별적으로는 소량만 필요하지만 첨단 제품의 핵심 성능을 좌우하는 특성을 지니며, 정련과 가공이 까다롭다. 지반침하(subsidence)는 지하 광산 채굴 등으로 인해 지면이 가라앉거나 균열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건물과 기반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Critical Raw Materials Act는 EU가 전략자원 확보를 위해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채굴·정제 확대를 법·정책적으로 장려하는 제도적 틀이다.

경제적·시장 영향 분석

키루나와 LKAB의 광물 개발은 유럽의 원자재 공급망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특히 LKAB의 희토류 매장지 개발은 유럽의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고, 정제 및 가공 산업의 유럽 내 이전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희토류 수입 의존도가 감소하면 글로벌 희토류 가격의 유럽 지역 민감도를 낮출 수 있고, 전기차·풍력·전자산업의 공급망 안정성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초기 투자비와 보상비용(225억 SEK) 및 인프라 재정비 비용은 단기적으로 지역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고, 건설업·부동산 시장에는 유동성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철광석 측면에서 LKAB가 EU 내 생산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광산의 지속적 운영과 확장은 유럽 철강산업의 원재료 조달 안정성에 긍정적이다. 다만 환경·사회적 갈등과 토지 사용권 문제는 프로젝트 지연과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어, 이는 철강·희토류 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는다.

정책적 시사점 및 향후 전망

키루나 사례는 유럽이 전략 광물 확보를 위해 국내 개발을 선택할 때 발생하는 지역사회·환경·정치적 비용을 동시에 보여준다. 향후 성패는 중앙정부와 EU의 정치적 의지, 재정지원 규모, 지역사회 설득 및 토지 갈등 해결 능력에 달려 있다.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유럽의 핵심 산업 공급망 강화를 통해 중장기적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나, 반대로 갈등·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비용 상승과 사회적 분열을 야기할 위험이 크다.


결론적으로, 키루나의 이전 사업은 단순한 도시 재배치가 아니라 유럽의 전략 광물 확보 전략과 직결된 대규모 사회경제적 프로젝트다. 향후 수년간 스웨덴 정부와 EU의 정책·재정적 지원, 지역사회와의 협의 과정, 환경·문화적 영향 최소화 방안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