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중앙은행, 미국 관세 불확실성 속 기준금리 7.75% 동결

스리랑카 중앙은행(CBSL)이 23일 기준금리를 연 7.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5월 전격적인 인하 이후 긴 휴지기를 거쳐 나온 조치로, 향후 미국발 관세 변동이 국내 경제와 물가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앙은행 금융통화정책위원회는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으며, 다수 시장 참여자애널리스트들 역시 이를 예상해 왔다.

10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로이터 설문조사에서 13명 중 10명이 동결을 전망, 인플레이션 안정세와 경기 회복세, 그리고 대(對)미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을 가장 큰 근거로 제시했다.


“현 통화정책 기조는 중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5% 목표로 유도하면서 성장도 뒷받침할 것”

라고 CBSL은 성명에서 밝혔다. 실제로 스리랑카 경제는 2024년 5% 성장했으며, 올해 역시 4~5%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 같은 회복세는 2023년 3월 체결된 국제통화기금(IMF) 29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 지원 프로그램이 큰 동력이 됐다. IMF는 구조개혁·재정건전성·외환보유 확대 등을 전제로 단계적 자금 집행을 이어가고 있다.

CBSL은 5월 25bp(0.25%p) 깜짝 인하로 시장을 놀라게 하며 성장모멘텀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이 스리랑카 제품에 최대 44%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예고하자, 통화완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 행정부는 이달 초 관세를 44%에서 30%로 한 차례 낮췄지만, 8월 1일 발효를 앞두고 있어 추가 완화 여부가 성장 및 물가 전망을 가를 핵심 변수다.

콜롬보 정부는 관세 시행 전 협상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주 재무부 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해 관세 추가 인하를 요구했으며, CBSL 역시 “무역여건 변화가 확인될 때까지 통화정책은 신중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류산업은 스리랑카의 두 번째로 큰 외화 수입원이다. 수출량의 40%가 미국으로 향하며 연간 48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직접 고용 인력만 30만 명에 달하고, 특히 여성 고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관세 인상 시 고용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 용어·배경 설명

관세(Tariff)란 정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재정 확보·외교적 압박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수요가 줄어들고, 해당 산업의 수출기업은 매출 감소 압력을 받는다.

기준금리(Benchmark Interest Rate)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최우량 대출금리 혹은 예치금리를 의미한다. 이는 대출·예금·채권금리의 기준이 되기에, 변동 시 실물·금융시장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낳는다.

IMF 확대금융기금(EFF)은 구조개혁이 필요한 회원국에 중장기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스리랑카는 달러 부족에 따른 국가 디폴트 위기를 겪은 뒤 2023년 EFF 대상국이 됐다.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미 관세가 30%에서 20% 이하로 추가 하향될 경우 CBSL은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반면, 관세가 현 수준으로 확정될 경우 소비·투자가 동반 위축될 수 있어, 중앙은행은 하반기 내내 금리 동결 또는 미세 조정을 택할 전망이다.

스리랑카 경제연구원(IPS)의 샤말 페레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

관세 변수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만큼, 통화·재정정책 공조와 대체 수출시장 개척에 대한 정부 대응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결국 CBSL의 이번 동결은 대외충격에 대비한 완충 장치이자, 향후 물가·성장·외환흐름을 종합 고려해 추가 대응에 나서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은 9월 예정된 차기 통화정책회의와 미·스리랑카 관세협상 결론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