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前 대통령 위크레메싱게, 공적 자금 유용 혐의로 구속

[콜롬보] 스리랑카 전직 대통령 라닐 위크레메싱게(Ranil Wickremesinghe·76)가 재임 중 국가 재정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2025년 8월 22일(현지시간)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2025년 8월 2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콜롬보 경찰은 위크레메싱게 전 대통령을 체포해 법원에 출두시켰으며, 법원은 8월 26일까지 구속 수감을 명령했다.

경찰 대변인 F.U. 우틀러는 “전직 대통령이 공적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법원에 넘겨졌다”라며 “사법부 판단에 따라 신병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언론은 그가 2024년 영국 방문 당시 아내의 명예 교수 임명 기념 오찬에 참석하면서 국고로 여행 경비 일부를 충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주의 스리랑카 형법은 공직자의 부패·횡령에 대해 최대 20년형을 규정※형법 70조하며, 대통령 신분을 벗어나면 일반 형사 절차가 적용된다.

위크레메싱게 측은 즉각 반발했다. 그의 소속 정당 통일국민당(UNP)의 니샨타 스리 와르나싱헤 의원은 “라닐 위크레메싱게는 단 한 푼의 공금을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은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배경 — 경제 위기의 그늘

위크레메싱게는 2022년 국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직후 대규모 거리 시위로 직을 사임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당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30억 달러 구제금융 협상을 성사시키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고금리·고세율 긴축재정(austerity)을 단행해 국가 경제를 점진적으로 안정시켰다.

그러나 급격한 세금 인상과 보조금 축소로 서민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서 민심이반이 심화됐고, 2024년 대선에서 위크레메싱게는 3위에 그쳤다. 당시 마르크스주의 성향의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가 승리했고, 야권 지도자 사지스 프레마다사를 제쳤다.

“정치 명문가” 출신

1952년 출생한 위크레메싱게는 언론 재벌·정치인 가문 배경으로 29세였던 1978년, 외삼촌 주니우스 자야워르데네 대통령에게 발탁돼 스리랑카 최연소 장관이 됐다. 이후 총리직을 총 6차례 역임하며 장기 정치 경력을 쌓았다.

법적 쟁점과 전망

스리랑카 형사 사법 체계에서 전직 대통령은 면책특권이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공금 횡령 혐의가 입증될 경우 실형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증거가 제한적”이라며 정치적 해석이 더 크다는 견해도 나온다.

경제·시장 파장도 주목된다. 스리랑카 국채는 2025년 8월 들어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됐고, 투자자들은 사법 리스크가 구제금융 이행에 미칠 영향을 평가 중이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향후 IMF 2차 평가와의 연동 여부를 관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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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풀이

긴축재정(Austerity) :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을 삭감하고 세금을 인상하는 정책 기조다. 단기적으로는 소비·투자를 위축시키나,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노린다.

통일국민당(UNP) : 1946년 창당된 중도우파 정당으로, 스리랑카 독립 이후 여러 차례 집권했다. 자유주의·친시장 노선을 표방하며 도시 중산층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


전문가 시각

국제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사태가 새 정부의 부패 척결 드라이브로 해석될 수 있으나, 동시에 야권 인사에 대한 사법 압박으로 국내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킬 위험성을 지적한다. 특히 IMF 프로그램이 “정치적 안정”을 전제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위크레메싱게의 구속은 개혁 연속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위크레메싱게 전 대통령의 구속은 스리랑카 내·외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건으로, 향후 사법적 판결뿐 아니라 경제 정책·국제 협력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