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인, 파리 BHV 첫 오프라인 매장… 백화점 ‘존재론적 위기’와 정치적 논란 부각

파리초저가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의 파리 중심가 BHV(Le BHV Marais) 입점이 세계 백화점 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에 정치적 논란까지 더하며 파장을 키우고 있다. 온라인으로 이동한 소비 흐름, 특히 울트라패스트 패션의 급부상이 오프라인 백화점의 존립 자체를 압박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2025년 11월 2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계 초저가 리테일러 쉬인은 이달 초 파리 리볼리 거리(Rue de Rivoli)에 위치한 BHV 본점 내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 움직임은 프랑스 국회의원과 동종 업계의 거센 반발을 촉발했다. 이들은 쉬인의 저가 비즈니스 모델이 프랑스 상권과 쇼핑가에 손실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BHV는 다양한 상품군으로 알려진 백화점으로, 이번 제휴는 화장품부터 패션까지 폭넓게 이용되는 온라인 플랫폼, 특히 쉬인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층 유입을 겨냥한 시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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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감한 오프라인 유동 인구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가운데, 온라인 성장세는 전 세계 백화점의 어려움에 추가 부담을 얹고 있다.

NEW THREAT FROM ULTRA-FAST FASHION

파리 프린탕(Printemps) 오스만(haussmann) 본점을 총괄하는 레티시아 앙리(Laetitia Henry)는 “이전에는 경쟁자가 다른 대형 지역 백화점이었다. 그러다 웹사이트들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디자이너 드레스를 3주 만에 복제해 정가의 10%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는 울트라패스트 패션이라는 새로운 국제적 위협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메이시스(Macy’s)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는 한편, 삭스 글로벌(Saks Global)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의 모회사로서 부채 억제를 위해 자산 매각(divestitures)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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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M(Société des Grands Magasins)은 2년 전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그룹으로부터 BHV를 인수했으며, 쉬인과의 파트너십이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 카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SGM은 쉬인 매장 오픈 당일 BHV 점포 방문객 수가 50% 급증했으며, 쉬인 구매 고객의 4분의 1이 BHV 내 타 브랜드에서도 추가 구매를 했다고 밝혔다.

쉬인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프랑스글로벌 패션 핵심 시장이자 오프라인 테스트의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설명하며, 온라인 판매 데이터현지 소비자 수요 예측을 정밀하게 해준다고 밝혔다.

쉬인은 추가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DEPARTMENT STORES GET CREATIVE TO ATTRACT SHOPPERS

프랑스의 다른 대형 백화점인 프린탕, 갤러리 라파예트, LVMH 소유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é) 등은 라이프스타일 목적지로 변모하며 맞춤형 럭셔리 경험을 통해 방문객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

르 봉 마르셰는 정기적으로 콘서트와 춤 공연을 마련하고, 프린탕파인 다이닝과 뷰티 트리트먼트를 제공하며, 연말에는 매장 내 아이스링크를 운영한다.

“핵심은 늘 고객이 직접 방문할 이유를 제공하는 데 있다.”(레티시아 앙리)

갤러리 라파예트는 팬데믹 기간 1억 유로(약 1억1,506만 달러) 이상을 리노베이션에 투자했으며, 파리 본점스테인드글라스 돔 보수 등을 통해 방문객을 늘려 2019년을 상회하는 유동 인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반면, 럭셔리 경험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 적응이 어려운 중가 백화점들은 BHV-쉬인 제휴가 가져온 홍보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백화점협회(IADS)셀반 모한다스 뒤 메닐(Selvane Mohandas du Ménil) 전무는 “추가 유동 인구와 매출이 매장 다른 구역으로 얼마나 파급되는지 모두가 궁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한 노조 대표는 BHV의 브랜드사에 대한 대금 지연으로 재고 부족매출 부진이 발생했고, 직원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프랑스 유통 전반 유동 인구는 팬데믹 이전을 여전히 밑돌고 있으며, 올해 1~9월 누적 기준 0.2% 증가에 그쳤다고 프랑스 상업연합(Alliance du Commerce)은 밝혔다.

SGM프레데리크 멀랭(Frédéric Merlin) 사장은 쉬인 매장 오픈 당일 BFM TV에서

“매일같이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수천 개 일자리가 위태롭다는 말을 듣는다”

고 말했다.

멀랭은 비판을 환영한다면서도 “전진하려는 시도가 더 낫다”고 강조하며, 소매업은 쉬인 같은 새로운 모델과 협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GM마케팅 전략 보정을 위해 프랑스 전역 백화점 내 추가 쉬인 매장 5곳의 오픈을 연기했다. 쉬인 매장 오픈 당시 일부 방문객은 가격이 예상보다 높다고 느꼈다.

해당 점포들은 프랜차이즈 형태로 갤러리 라파예트 간판을 달았으나, 갤러리 라파예트와 SGM의 계약 종료로 앞으로는 BHV 브랜드로 전환될 예정이다.

파리 시청“매우 논쟁적인 상황”을 이유로 올해 BHV의 야외 크리스마스 행사 개최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쉬인 파리 매장이 문을 연 시점, 프랑스 정부는 플랫폼에서 아동 유사 성인용 제품이 적발되자 쉬인의 프랑스 마켓플레이스 운영을 중단했으며, 이후 불법 제품 전량 철회가 이뤄지면서 중단 절차는 해제됐다.

쉬인에 대한 역풍소액 반입품 관세를 둘러싼 유럽 내 논의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6년까지 저가 소포의 면세 혜택이 폐지될 전망으로, 이는 쉬인테무(Temu) 등 중국계 리테일러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소액 면세 중단과 궤를 같이 한다.

쉬인이 정말 백화점의 트래픽 드라이버인가, 아니면 자기잠식을 자초하는 것인가… 지금 모두가 주목하는 큰 물음이다.”

(모한다스 뒤 메닐)

($1 = 0.8691 유로)


용어 설명: 울트라패스트 패션, 소액면세, 프랜차이즈

울트라패스트 패션디자인-생산-유통 전 과정을 수주 내로 단축해 초저가·초고속으로 신상품을 공급하는 모델이다. 트렌드 반영 속도가 빠르고 가격이 낮아 Z세대의 선택을 받지만, 지식재산권 분쟁환경·노동 이슈로 정치·사회적 논란에 자주 휘말린다.

소액면세(저가 소포 면세)는 일정 금액 미만의 해외 직구 소포에 관세·부가세를 면제하는 제도다. 유럽연합은 2026년까지 이 면세를 축소·폐지하는 방향을 검토 중으로, 가격 경쟁력에 민감한 초저가 플랫폼에 원가 상승 압력이 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브랜드 소유사가맹점에 상표 사용권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가맹점은 로열티·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 구조다. 본문에서 갤러리 라파예트 이름을 단 점포들은 이러한 가맹 계약을 통해 운영되었다.


해설·분석: 백화점의 ‘트래픽 vs. 브랜드’ 딜레마

BHV-쉬인 제휴단기 트래픽교차구매 유도라는 성과를 확인했다. 오픈 당일 50% 유입 증가쉬인 구매자 25%의 추가 결제‘앵커 테넌트(집객 핵심 매장)’로서 쉬인의 효용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프로모션 효과호기심 수요가 결합된 초기 현상일 수 있어, 지속성수익성 검증이 관건이다.

브랜드 자산 리스크도 뚜렷하다. 중가 백화점일수록 가격·품질·경험의 균형으로 차별화해야 하는데, 초저가 플랫폼과의 결합은 큐레이션 신뢰브랜드 프리미엄희석할 수 있다. 파리 시청의 행사 불허국가기관의 플랫폼 제재 같은 정책 리스크가 상권 운영에 직접적 제약을 줄 가능성도 드러났다.

가격 인식 문제는 물류·임대·운영비가 가산되는 오프라인 채널의 구조적 한계를 비춘다. 일부 소비자가 쉬인 매장에서 ‘생각보다 비싸다’고 느낀 대목은, 온라인 가격 기대치오프라인 원가 구조간극을 드러낸다. 이는 향후 제품 믹스 재조정가격·프로모션 설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규제 환경은 결정적 변수다. EU의 소액면세 폐지(2026년 예상)쉬인·테무원가·리드타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유사 조치와 보조를 맞추는 흐름 속에서, 백화점의 파트너 리스크 관리계약 유연성이 중요해진다. SGM의 ‘5개 매장 오픈 연기’테스트-학습-조정 전략으로 해석되며, 수익성 임계치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점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실무 포인트로는 첫째, 트래픽의 품질(체류시간, 객단가, 재방문율)의 정밀 측정이 필요하다. 둘째, 브랜드 안전성(지재권·ESG 리스크)에 대한 사전·상시 실사가 요구된다. 셋째, 채널간 가격정렬경험 차별화를 통해 오프라인의 체험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정부·규제기관과의 거버넌스 라인을 선제 구축해 행사·판촉의 정책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쉬인은 트래픽 드라이버인가, 자기잠식의 시작인가”라는 질문은 단기 집객장기 브랜드 자산 중 무엇을 우선할지에 관한 선택이다. BHVSGM의 다음 행보—브랜드 포트폴리오 조정, 가격·경험 설계, 규제 대응—가 유럽 백화점 산업의 새 표준을 가늠할 분기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