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브론, 가이아나 초대형 유전 중재전 완승… 530억 달러 규모 헤스 인수 청신호

쉐브론(Chevron)엑슨모빌(Exxon Mobil)과 벌여 온 가이아나 유전 지분 중재에서 승리하면서, 총 530억 달러(약 73조 원)에 달하는 헤스(Hess) 인수 작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게 됐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판정은 지난 수십 년간 최대 규모 원유 발견지로 꼽히는 가이아나 해상 ‘스태브로크(Stabroek)’ 블록의 지배권을 둘러싼 양사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 중재 재판부는 이미 체결된 헤스·쉐브론 간 합병 계약에 엑슨모빌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쉐브론의 손을 들어줬다.

AJAY PARMAR (ICIS 석유·에너지전환 분석 총괄)는 “이번 결정으로 쉐브론은 헤스 인수를 넘어 가이아나·캐나다·미국 본토에서 업스트림(Upstream) 지위를 크게 강화했다”며 “향후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서 업스트림이란 탐사·시추·채굴 등 생산 전단계 사업을 의미한다. 국내 투자자에게 다소 낯선 개념이지만, 메이저 에너지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핵심적인 지표로 꼽힌다.

BIRAJ BORKHATARIA (RBC 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법적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향후 수 주간 쉐브론 주가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2026~2027년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 전환과 헤스 자산이 가져올 신규 성장 모멘텀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오는 11월 12일 개최되는 자본시장 행사(Capital Market Day)에서 시너지 목표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을 주목했다. 투자자들은 이벤트 당일 회사 측이 중장기 배당·자사주 매입 정책을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JASON GABELMAN (TD COWEN 애널리스트)는 “쉐브론이 인수 발표 당시 핵심 자산으로 꼽았던 8대 지역(가이아나, 멕시코만, 호주, 카자흐스탄 TCO, 퍼미안, DJ, 바컨 유전, 동지중해) 중 일부는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컨 유전(Bakken Basin)은 미국 북부(노스다코타·몬태나주 등)에 위치한 셰일 오일 허브다. 코드 에너지(Chord Energy)데번 에너지(Devon Energy) 등 독립계 업체들이 최근 사들이기에 나서면서, 쉐브론이 추가 인수·합병(M&A)세력으로 뛰어들거나 반대로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PHILLIPS JOHNSTON (캐피털원 증권 애널리스트)는 “2023년 10월 23일 합병 발표 이후 오늘 장전까지 주주총수익률(TSR)을 보면 헤스 -6%, 쉐브론 -2%, 엑슨 +7%, E&P(탐사·생산) 지수 -10%”라며 “16개월간 이어진 법정 공방이 오늘로 종결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는 해당 수익률 격차가 ‘불확실성 프리미엄’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즉, 중재 패소 시 헤스 주식은 인수 프리미엄을 잃을 우려가 있었던 반면, 엑슨은 블록 지분 확대 가능성 때문에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뜻이다.

전문가 해설
1) 중재(Arbitration): 민사·상사 분쟁을 법원이 아닌 민간 기관이 중립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다. 국제 유전 개발권 분쟁에서 자주 활용된다.
2) 자유현금흐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CAPEX)를 뺀 금액으로, 배당·자사주 매입 여력을 가늠하는 척도다.
3) 시너지 목표: 합병 후 비용 절감·생산성 증대 등으로 창출할 수 있는 추가 가치를 숫자로 제시한 것이다.

시장 파장 및 전망
가이아나 해상 스태브로크 블록은 총 매장량이 110억 배럴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쉐브론이 헤스를 품에 안으면 연간 생산량이 기존 대비 15% 이상 늘어나 ‘슈퍼메이저 톱2’ 구도(엑슨·셸)에 균열을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박스권에 머무는 상황에서도, 대형 석유사가 공격적 확장에 나선다는 점은 에너지 섹터 전반의 리레이팅(rerating)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