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브론, 가이아나 유전 분쟁 중재전 승리… 530억 달러 규모 헤스 인수 절차 본격화

[헤드라인] 쉐브론(Chevron)이 엑손모빌(Exxon Mobil)과의 중재 분쟁에서 승리하며 헤스(Hess) 인수를 예정대로 추진하게 됐다.


Chevron vs Exxon

530억 달러(약 71조 원)에 달하는 이번 거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큰 신규 유전으로 평가되는 가이아나 해상 스타브로크 블록(Stabroek Block)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쉐브론의 장기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2025년 7월 1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중재 재판부는 엑손모빌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주장한 ‘선매권(right-of-first-refusal)’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쉐브론은 헤스 전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법적 장애물을 제거하며, 연내 절차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마이크 워스(Mike Wirth) 최고경영자(CEO)의 ‘대형 매물 선제 확보’ 전략에 대한 사실상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헤스가 보유한 스타브로크 블록 30% 지분은 11억 배럴이 아닌, 110억 배럴* 이상의 매장량이 추정되는 초대형 유전의 성장 과실을 쉐브론에 안겨 줄 것으로 기대된다.
*원문 표기: more than 11 billion barrels


■ 분쟁의 쟁점: ‘단어 몇 개’ 해석 차이

엑손모빌(지분 45%)과 CNOOC(지분 25%)는 2024년 헤스를 상대로 국제중재에 돌입하며, “헤스 지분 30%에 대해 동등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쉐브론과 헤스는 “헤스 ‘전체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에는 선매권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공개 합작 운영 계약(Joint Operating Agreement, JOA) 속 단 몇 단어의 해석이 분쟁의 핵심이었다. 결국 중재 판정부는 ‘회사 전체 매각’이라는 거래 구조가 JOA의 선매권 트리거(trigger)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쉐브론과 전 세계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협력해 왔으며, 중재 결과에 따라 가이아나에서도 협력할 것” — 엑손모빌 임원, 2025년 5월 컨퍼런스 발언 중

이 발언은 엑손모빌이 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향후 관계 설정을 모색해 왔음을 시사한다.

■ 스타브로크 블록의 전략적 가치

가이아나는 2015년 첫 상업유전 발견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엑손모빌 주도 컨소시엄은 현재 해상 유전 개발을 통해 가이아나 전체 국내총생산(GDP)을 수년 만에 두 배 이상 끌어올렸으며, 추가 시추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쉐브론 입장에서는 파이프라인·정유·탄소포집 등 기존 역량을 가이아나 해상 프로젝트에 접목해 자본수익률(ROIC) 개선과 배당·자사주 매입 여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쟁사 대비 ‘퍼포먼스 갭’을 해소하겠다는 계산이다.

■ M&A 지연 비용과 산업 파장

중재 절차로 인수 일정은 최소 1년가량 지연됐다. 그동안 쉐브론 주가는 S&P500 에너지 업종지수 대비 약 8%포인트 뒤처졌고, 헤스 주주들도 불확실성에 시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합작 유전 계약서에 대한 해석 분쟁이 잇따를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글로벌 석유·가스 JOA 작성 관행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Guyana offshore

■ 용어 설명

선매권(right-of-first-refusal)은 특정 자산이 매각될 때, 기존 투자자가 제3자보다 우선적으로 동일 조건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JOA(Joint Operating Agreement)는 복수의 석유회사들이 공동으로 유전을 개발·운영할 때 체결하는 계약으로, 지분·비용·운영권·분쟁 해결 절차 등을 규정한다.

■ 전문적 시각과 전망

필자는 이번 판결이 ‘메이저 간 초대형 M&A’규제 리스크보다 계약 해석 리스크에 더 민감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본다. 기후변화 대응 기조 속에서도, 실제 자본이 흘러가는 곳은 여전히 저비용·저탄소 배럴 확보 경쟁이다. 가이아나 해상 유전은 평균 1배럴당 30달러 미만의 생산원가와 상대적으로 낮은 탄소집약도로 알려져 있어, 쉐브론이 강조해 온 ‘지속가능한 수익성’ 서사에도 부합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가이아나 정부가 향후 조세·로열티 체계를 어떻게 조정할지 여부다. 둘째, 쉐브론이 스타브로크 블록의 추가 탐사·개발 단계에서 탄소포집·저장(CCS) 솔루션을 도입해 ‘저탄소 배럴’의 상징성을 강화할 것인지가 업계 판도를 좌우할 것이다.

현재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보합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쉐브론의 발 빠른 통합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현금흐름 확대→주주환원 정책 강화→주가 레벨업이라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반면, 지연되거나 추가 규제 변수(예: 환경평가 강화)가 발생할 경우 계획은 재조정될 수 있다.

이번 판결로 글로벌 메이저들은 “합작 파트너들의 기업 M&A와 개별 자산 매각은 다른 차원”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 이에 따라 JOA 문구는 향후 더욱 세분화·정교화될 전망이며, 법무·컴플라이언스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