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디렉터 케빈 해싯이 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 국장 에리카 맥엔타퍼의 전격 경질을 옹호했다. 그러나 그는 고용통계가 ‘조작(rigged)’됐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2025년 8월 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해싯 디렉터는 NBC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금요일 발표된 고용지표의 대폭 수정치가야말로 경질의 ‘하드 에비던스(hard evidence)’다”라고 강조하며, “이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은 당연히 의문을 낳는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일(금) 에리카 맥엔타퍼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고용지표를 조작했다”
는 이유를 들었지만, 백악관은 어떠한 내부 분석자료도 공개하지 않았다.
해싯 디렉터는 “이번 수정치는 역사적으로도 중대한 ‘이례치(outlier)’”라며, “9월 고용지표에서도 큰 폭의 수정이 재차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는 그 이유를 반드시 설명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해임 전 맥엔타퍼 국장에게 해명을 요구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단순히 ‘메신저를 쫓아낸 것(shooting the messenger)’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인물을 통해 데이터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맥엔타퍼 해임, 경제학계·정치권 ‘신뢰 훼손’ 우려
경제학자들과 정책 전문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했던 전직 BLS 국장 윌리엄 비치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 해임은 전적으로 근거가 없으며 BLS의 통계적 사명을 훼손하는 위험한 선례”라고 비판했다.
상원 재무위원장 론 와이든 의원(민주·오리건)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부드럽고, 약하며, 두려워한다(soft, weak and afraid)’”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문가들은 BLS가 미국 노동부 산하 독립 통계기관으로, 고용·물가·임금 등 핵심 지표를 산출해 연준(Fed)과 월가의 정책·투자 판단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치적 압력이 가해질 경우 “시장 신뢰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무슨 일이 있었나 — ‘73,000명’ 고용 쇼크와 수정치 논란
BLS가 1일 발표한 7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7만3천 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전월(1만4천 명)보다는 늘었지만, 다우존스 전망치(10만 명)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5월과 6월 수치는 총 25만8천 명 하향 조정되면서 시장 충격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고용 호조를 정치적 성과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최근 경기둔화와 무역·관세 변수 속에 지표가 급격히 식어가자 “조작됐다”는 프레임을 들고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르면 내주 중 새 BLS 국장 지명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제계에서는 노동경제학·계량통계 전문가 출신 인사가 기용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충성도가 최우선 기준이 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익숙지 않은 용어 설명
BLS(미 노동통계국)는 1884년 설립된 미국 연방정부 기관으로, 고용보고서·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성 지표 등을 산출한다. 한국의 통계청에 해당한다.
‘리비전(revision)’은 예비치 발표 후 추가 자료 확보·계절요인 보정 등에 따라 수치를 수정·보완하는 통계 관행이다. 규모가 지나치게 크거나 방향성이 일관되게 한쪽으로 쏠릴 경우, 데이터 신뢰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 참여자들은 9월 고용보고서를 주시하고 있다. 해싯 디렉터가 언급한 ‘더 큰 수정’이 현실화할 경우, 연준의 금리 결정은 물론 2026년 중간선거를 향한 정치 구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 통계의 독립성 문제는 국제기구(IMF·OECD) 평가에도 반영된다. 만일 정치적 개입이 반복될 경우, 미국 거시지표의 국제 신뢰도 하락이 달러화·국채 금리 등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2025년 8월 3일 16시 22분(UTC) 최초 등록된 CNBC 영문 기사를 전문 번역·가공한 것이며, 추후 업데이트가 반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