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펄프 기업 수자노(Suzano)가 글로벌 하드우드 펄프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생산량을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회사는 연간 생산량을 3.5% 감소시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수자노가 보유한 연간 1,360만 톤*1의 총 설비 능력 중 약 40만~50만 톤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수자노는 최근 12개월(2024년 3분기~2025년 2분기) 동안 총 1,180만 톤을 생산했으며, 이번 생산 축소는 글로벌 하드우드 펄프 수요(4,000만 톤)의 약 1%를 차지한다.*2 회사 측은 “현재 시장 가격과 재고 수준을 고려할 때, 기존 물량으로는 적절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요 수치 및 배경
• 시장 점유율 29%
• 설비 능력: 1,360만 톤
• 최근 12개월 생산량: 1,180만 톤
• 감축 규모: 40만~50만 톤(3.5%)
• 글로벌 하드우드 펄프 수요: 4,000만 톤
하드우드 vs. 소프트우드: 무엇이 다른가?
펄프는 주로 하드우드(활엽수)와 소프트우드(침엽수)로 구분된다. 하드우드는 섬유 길이가 짧아 인쇄·문화용지에 많이 쓰이며, 소프트우드는 섬유 길이가 길어 강도가 요구되는 골판지·포장재에 주로 사용된다. 수자노와 브라셀(Bracell)은 하드우드 펄프를 주력으로 하지만, 브라셀은 최근 니치 시장인 초산(아세테이트)·레용용 용해 펄프(DS, dissolving pulp) 생산을 확대하며 대응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수자노의 결정 직후, 경쟁사 브라셀은 9~11월 기간에 하드우드 대신 특수 용해 펄프 생산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두 기업의 동시 감산은 재고를 빠르게 해소해 가격 회복을 유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조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공급·수요 균형 회복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수자노 경영진은 언급했다.
소프트우드 시장도 ‘감산 도미노’
하드우드뿐 아니라 소프트우드 부문에서도 2~4% 규모의 이른바 ‘경제적 셧다운(economic downtime)’이 진행 중이다. 핀란드 메차 파이버(Metsa Fibre)는 6월 9일부터 연 69만 톤 규모의 요우체노(Joutseno) 제지를 무기한 중단했다. 이는 글로벌 소프트우드 공급(2,600만 톤)의 약 2~3%를 차감한다.
이어 UPM은 핀란드 카우카스(Kaukas) 공장(연 70만 톤)의 3분기 정기보수를 연장했다. 감산이 누적되면, 하·소프트우드 모두 재고가 빠르게 감소해 가격 반등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중국, 여전히 ‘빅 바이어’
글로벌 펄프 물동량의 35~40%가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 수입업체들은 최근 위안화 약세와 내수 경기 둔화로 재고를 축소해 왔다. 그러나 공급이 축소될 경우, 재고 재축적(re-stocking) 수요가 집중적으로 발생할 여지가 있다.
시장 영향 및 전망
• 하드우드 동종업체: UPM, STERV, ENCE
• 소프트우드 업체: SCA
공급 축소로 인한 가격 반등은 하드우드뿐 아니라 소프트우드 업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유럽·남미 업체는 달러 강세 국면에서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 시각
최근 2년간 펄프 가격은 중국 경기 둔화와 유럽 인쇄용지 수요 축소로 약세를 보였다. 이번 감산이 급격한 공급 쇼크로 이어지지는 않겠으나, 점진적 가격 회복의 전제 조건을 마련한다는 데 업계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펄프 가격은 통상 3~6개월 선행 재고 지표에 선행된다. 수자노·브라셀·메차파이버·UPM 등 주요 공급자가 생산을 조정하면, 2025년 4분기부터 가격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글로벌 금리 수준과 해상운임·환율 변동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용어 설명
• 경제적 셧다운(Economic downtime): 설비 고장은 아니지만,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전략.
• 용해 펄프(Dissolving pulp): 일반 펄프보다 순도가 높아 레이온·아세테이트와 같은 화학섬유 원료로 쓰인다.
기자 의견 및 전망
세계 1위 생산업체가 선제적 감산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펄프 가격은 바닥 확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다. 특히 유럽·브라질 통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이들 기업의 수출 채산성은 추가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2025년 하반기 이후 펄프·제지 섹터 전반에 투자 매력도 회복이 예상된다.
*1 1,360만 톤은 수자노의 총 하드우드 펄프 설비 능력을 의미.
*2 글로벌 하드우드 수요 4,000만 톤 대비 1%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