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둔화와 투자 확대 갈림길에 선 존디어

존디어(John Deere)글로벌 농업 기계 업계의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중대 기로에 섰다. 회사는 최근 몇 분기 연속으로 농업 부문 수요 약세에 직면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내 제조 설비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며 장기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25년 8월 2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존디어는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농업 경기 침체로 주문이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으며, 회사는 연간 관세 비용이 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Deere 주가 그래프
존디어는 2025년 들어서만 관세로 3억 달러를 부담했다. 이러한 비용 압박은 농가의 실질 구매력 둔화,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불안, 노동력 부족 등 구조적 리스크와 맞물려 회사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농가 지출 감소가 직격탄

미국 농민들은 옥수수·곡물 가격 하락으로 현금흐름이 위축되자 장비 교체 주기를 연장하고 있다. 이는 곧 고가 농업 기계 수요의 급랭으로 이어져, 존디어 주요 고객층이 신규 트랙터·콤바인 주문을 줄이는 모습을 낳았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농업 경기가 어려운 만큼 단기적으로 매출이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존디어는 실제로 일리노이·아이오와 공장에서 238명 추가 감원을 단행했으며, 이는 지난 1년간 수천 명 규모 감원 행렬의 연장선이다. 글로벌 직원 수는 7만 명을 상회한다.

“어려운 농업 환경이 존디어 주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존디어 공식 성명

그러나 회사는 ‘녹색 싹’이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유럽·남미 시장에서 트랙터 수요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역·세제 정책 변화가 순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마시 리드(Reed) 글로벌 농업·잔디 부문 사장은 “무역 협상과 세제 환경 모두 긍정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부진을 상쇄할 해외 수요가 ‘장기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생산시설은 폐쇄 없다” — 20억 달러 투자 계획

존디어는 6월, 수요 둔화로 미국 공장을 닫을 것이라는 루머를 정면 반박하며 향후 10년간 200억 달러를 미국 제조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메이드 인 USA’ 기조를 강화하려는 여러 기업의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기간 중 “멕시코 공장 이전 시 200% 관세”를 경고한 바 있다. 존디어는 이 같은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고, 동시에 혁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설비 고도화를 결정했다.

“향후 10년간 미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겠다. 혁신과 성장, 그리고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할 것” — 존 메이(John May) CEO


월가의 시각 — ‘단기 역풍이 장기 기회’

월스트리트는 대체로 존디어의 장기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틴 오웬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적절히 ‘신중하지만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2026년 이후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루이스트의 제이미 쿡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낮췄지만, 2025년이 주당순이익(EPS)의 저점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했다. 실제로 존디어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약 30% 상승했다.

디에이 데이비드슨의 마이클 슐리스키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2025년은 현대 농업 역사상 트랙터 판매가 가장 적은 해가 될 수 있다”면서도, 회복세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바닥을 찍었다”는 기존 투자 논리를 유지했다. 애널리스트 앤절 카스티요는 농업 기계가 본질적으로 ‘경기 순환주’이므로, 불확실한 단기 국면을 지나면 회사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스티요는 특히 정밀 농업(Precision Agriculture)이 확산되면 존디어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GPS·센서·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씨앗·비료·농약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수확량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농업 기법이다.


용어 설명 — 정밀 농업이란?

정밀 농업은 위성 위치정보(GPS), 드론, IoT 센서, 인공지능 분석 등을 결합해 필드의 미세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한다. 이를 통해 농민은 작물별·구역별 맞춤형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장기적으로 농업 장비 교체 수요를 자극해 존디어의 신규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전문가 통찰

편집자 시각으로 볼 때, 존디어는 단기 실적 충격을 감내하면서도 중장기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세·환율·원자재 비용처럼 외부 변수에 노출된 제조업체답게, 회사는 재고·공급망·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손익분기점을 방어 중이다. 동시에 미국 설비 투자는 정치·규제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혁신 기술 연구개발(R&D)을 촉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농업 부문이 ‘저점’에 근접해 있다는 다수 애널리스트의 견해는, 기업·투자자·농가가 모두 ‘회복 국면’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해외 시장 다변화정밀 농업 기술 확산이 맞물릴 경우, 존디어가 다시 한번 글로벌 농업 기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요 공백을 비용 절감과 기술 투자로 메우는 현재의 선택이 향후 10년 성장세를 가늠할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존디어가 녹색 기계에 다시 윤활유를 공급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