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논쟁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핵심 화두로 부상했다. 최근 기업들이 인공지능(AI)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닷컴 호황과 붕괴를 연상시키는 과열 조짐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수요 둔화 신호나 대규모 설비 투자(capex)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정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5년 11월 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BofA 글로벌 리서치의 월간 펀드매니저 설문에서 응답자의 54%가 AI 관련 주식이 거품이라고 답한 반면, 38%는 거품이 아니라고 응답했다. 이는 AI 투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은 주요 중앙은행, 기관투자가, 테크 기업가,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을 정리한 것이다. 각 인용은 발언 시점과 출처를 명기했다.
영란은행(BoE) — 10월 8일
“인공지능의 전망에 대한 투자자 심리가 악화할 경우, 글로벌 시장이 급락할 수 있다. 급격한 시장 조정 위험이 커졌다.”
BoE 금융정책위원회(FPC)는 분기 업데이트에서, AI가 촉발한 시장 하락이 영국 금융시스템으로의 파급을 야기할 위험이 “유의미(material)”하다고 경고했다.
브라이언 여오(Bryan Yeo), GIC 프라이빗 CIO — 10월 3일, 밀켄 인스티튜트 아시아 서밋 2025
“초기 단계 벤처 영역에서 하이프 거품이 약간 진행 중이라고 본다. ‘AI’ 라벨을 단 어떤 스타트업이든, 아주 작은 매출에도 매우 높은 배수로 평가받는다… 일부에겐 정당하지만, 다른 일부에겐 아닐 수 있다.”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아마존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 10월 3일, 이탈리안 테크 위크
“지금처럼 사람들이 AI에 매우 흥분할 때는 모든 실험이 자금 조달을 받는다… 이 열기 속에서 투자자들은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은행 시스템 위기 같은 버블은 그저 나쁘다… 반면 산업적 버블은 그만큼 나쁘지 않다. 먼지가 가라앉고 승자가 드러나면 사회는 그 발명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조지프 브릭스(Joseph Briggs), 골드만삭스 글로벌 이코노믹스 리서치 이코노미스트 — 10월 16일
“미국 AI 인프라로 유입되는 수십억 달러의 투자는 지속 가능하다.”
그는 “AI 투자의 거시경제적 논거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궁극의 승자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빠른 기술 변화와 낮은 전환비용이 선발주자 우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투자자·Scion Asset Management 창업자 — 지난달
‘The Big Short’로 알려진 버리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해 베어리시(하방) 포지션을 취했다. 그는 2년여 만의 첫 X(구 트위터) 게시물에서
“버블”
을 경고하며, AI·테크 산업의 지출 과열에 대한 투자자 우려를 키웠다.
모르텐 비에로드(Morten Wierod), ABB 최고경영자 — 10월 16일, 로이터 인터뷰
“버블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새로운 투자 물량에 비해 건설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제약이 보인다.”
“우리는 수조 달러(trillions)의 투자를 얘기하고 있다. 인력과 자원이 충분치 않아 완성까지 몇 년이 걸릴 것이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랭샤(Pierre-Olivier Gourinchas),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 10월 14일
“미국의 AI 투자 붐은 닷컴 스타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글로벌 경제를 붕괴시킬 시스템적 사건일 가능성은 낮다.”
“이는 부채로 조달된 투자가 아니다. 따라서 시장 조정이 오면 일부 주주, 지분 보유자가 손실을 볼 수 있다.”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 — 8월, 더 버지 인터뷰
“우리는 투자자 전체가 AI에 과도하게 흥분한 국면에 있는가? 내 대답은 그렇다.”
“누군가는 엄청난 돈을 잃을 것이다.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도 엄청난 돈을 벌 것이다.”
UBS 주식전략팀 — 10월 14일
“대다수는 우리가 AI 버블에 있다고 느꼈지만, 아직 버블의 정점과는 거리가 멀다고 봤다. 따라서 그렇게 답한 사람의 약 90%는 여전히 AI 연관 분야에 투자하고 있었다.”
핵심 용어 풀이
닷컴 호황·붕괴: 1990년대 말 인터넷 기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주가 급등을 촉발한 뒤, 수익성 부재가 드러나며 급락한 현상을 뜻한다. 오늘날의 AI 거품 논쟁은 당시와 유사한 ‘기대 대비 실적’의 괴리를 경계하는 맥락에서 제기된다.
선발주자 우위(First-mover advantage): 먼저 시장에 진입한 기업이 네트워크 효과나 표준 선점으로 얻는 이점이다. 그러나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전환비용이 낮을수록 이 우위는 약화될 수 있다.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 금융시스템 전반을 마비시킬 수준의 충격을 의미한다. IMF는 부채 기반 버블이 아닐 경우, 조정이 오더라도 주주 손실로 국한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맥락과 시사점
로이터가 집계한 발언을 종합하면, 거품론과 지속가능론이 첨예하게 맞선다. 중앙은행은 시장 조정 리스크를 경고했고, 일부 대형 기술 창업자와 기관투자가는 초기 벤처 밸류에이션의 과열을 지적했다. 반면, 거시적 투자 논거가 견조하다는 분석과, 현재는 정점이 아니라는 리스크·보상 공존 시각도 눈에 띈다. 또한 인력·자원·건설 역량 제약 같은 공급 측 병목은 투자의 현금화까지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투자자 관점에서 관건은 두 가지다. 첫째, 수요의 실체가 시간에 걸쳐 얼마나 유지·확대되는지다. 둘째, 현 투자 집행이 생산성 향상과 수익성 개선으로 언제, 어느 정도 연결되는지다. 설문상 54% vs 38%의 견해 차이는, 밸류에이션 변동성과 종목 간 성과 분화가 지속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정책 측면에서는 레버리지 축적이 제한적일 경우, 충격이 지분 손실에 머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금융안정 관점에서 완충 요인일 수 있으나, 자본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커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환비용이 낮은 고객과 빠른 기술 파고 속에서, 제품-시장 적합성과 지속적 혁신의 관리가 핵심이 된다.
정리
AI에 대한 낙관과 경계는 동시에 존재한다. 은행·국제기구·대형 자산운용사·테크 창업자들의 발언은, 버블 형성 가능성과 구조적 기회가 교차하는 현재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핵심은 실증이다. 수요의 지속성과 투자 회수의 궤적이 확인되는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가려질 것이라는 점에는 발언자들 사이에서도 일정한 공감대가 엿보인다.











